[뉴시스아이즈]'집으로 가는 길' 감독 방은진 "실화 주인공에게 감사"

기사등록 2013/12/30 15:08:45 최종수정 2016/12/28 08:36:03
【서울=뉴시스】박영주 기자 = 방은진(48) 감독은 영화 ‘집으로 가는 길’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던 것은 “배우들 덕분”이라며 모든 공을 돌렸다.

 “힘들었을 거예요. 매번 만나는 사람은 바뀌지, 문전박대의 위험도 감수해야 했어요. 애걸복걸의 연속에 날씨는 뜨겁거나 춥고…. 한순간도 편하게 갈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준 게 미안했죠. 그렇다고 놓치고 갈 수도 없었어요.”

 디렉션을 주는 입장에서 방 감독도 편치는 않았다. “감정의 강도를 키우면 현실감이 떨어질 수 있었죠. 감독과 배우 간의 표현 수위가 다를 때도 있었고요. 배우가 흡족해하면 저도 만족스러웠고 배우가 답답해하면 저도 함께 답답했습니다”며 감정을 공유했다.

 영화는 프랑스 오를리 공항에서 마약 운반범으로 체포돼 대서양 외딴 섬 마르티니크 교도소에 갇혀 756일을 산 한국인 주부의 이야기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다 보니 과장하거나 미화시킬 수 없었다. 현실감을 위해 감독은 욕심을 부려 배우에게 많은 것을 요구했고, 전도연·고수는 혼신을 다한 연기로 보답했다.

 전도연을 데리고 프랑스 공항과 마르티니크 교도소를 찾았다. 또 실제 교도소에 수감 중인 사람들과 호흡을 주고받았다. “교도소에서 몸싸움 신은 쫓겨날 각오로 촬영했어요. 더구나 진짜 배우들이 아니니 걱정도 됐죠. 사실적으로 나와야 하는데 그렇지 않을까 봐서요. 지금 생각하면 재미있는 순간들이 많았네요.”

 한국에서 비행기로 22시간, 대서양 건너 1만2400㎞ 떨어진 낯선 땅에서의 생활이었다. 방 감독은 “류승완 감독이 ‘정신적 공황상태가 올 거야’라고 말해줬다”고 전했다. 마음의 준비를 했지만, 상태는 점점 심해졌다. 서울이 그리워 외로움에 사무치다가도 순간 적응해 말짱해지기를 반복했다. 멍해지는 순간도 왔다. 촬영에 대한 고민으로 하루하루를 넘겼다. 하지만 이런 과정에서도 방 감독은 전도연을 더 걱정했다. “아직 어린 딸을 두고 왔으니 더 힘들었을 거예요. 헤어지는 것도 처음이고 외로웠겠죠.”

 하루 한 끼 한식을 찾았다. 전도연의 입맛을 맞췄다. “서울에 있을 때보다 한식을 더 많이 먹은 것 같다”며 눙쳤다. 방 감독도 매 순간 자신을 채찍질하며 버텼다. “제가 체력이 떨어지거나 아프면 안 됐어요. 내가 흔들리는 순간 배우들도 흔들리니까요. 배우가 연기를 훌륭히 마치면 거기에서 힘을 받고 또 열심히 했죠. 지나고 나니 언제 그렇게 치열했나 싶을 정도로 한참 지난 일 같네요”라며 웃었다.

 이 모든 걸 가능케 한 이는 전도연이다. “그녀가 이 작품을 선택해줘 너무 감사하다. 어느 배우가 연기하느냐에 따라 토양이 달라진다. 하지만 나는 전도연 빼고는 아무도 떠오르지 않았다. 누구를 무시하는 게 아니라 전도연이어야만 했다. 전도연이라는 이름의 존재감이 아니다. 명불허전 연기력도 아니었다. 모든 사람이 그녀에게 공감하고 그녀의 감정을 따라가게 했다. 그게 전도연이 지닌 힘”이라고 극찬했다.

 “여자 감독님과의 작업이 처음이었다. 하지만 선배 배우여서 더 어려웠다. 나이 터울이 많이 나면 좀 더 편했을 수 있지만, 선배님·감독님으로서의 예의를 갖추다 보니 의사소통이 편하지는 않았다. 굉장히 조심스럽게 얘기했던 것 같다”는 전도연의 말과는 대조적이다.

 방 감독은 “억울해요”라며 볼멘소리를 냈다. “언제 저랑 연기한 적이 있던 것도 아닌데 어렵다니…”라며 입도 삐죽였다. 까다롭다는 이미지가 있다. 방 감독은 “제가 배우를 해봤기 때문에 연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고 있어요. 그들이 표현해주는 대로 관객을 만나는 게 영화예요”라고 말했다. “사실은 도연씨의 말이 저를 존중해준다는 표현 같아 고마워요. 제가 모든 것을 맞춰줘도 도연씨 입장에서는 제가 어려울 수밖에 없죠”라고 이해했다.

 “이번 작품은 행운이에요. 완성품을 본 관객들의 반응을 관찰하고 나서야 긴장감이 풀렸어요. 다행이다 싶었고요. 그리고 배우들을 더 사랑할 수밖에 없었어요. 도연씨는 리허설을 최대한 정확하게 하고 모든 촬영을 한 두 테이크 안에 가줬죠. 고마운 사람이에요.”

 방 감독은 또 실화 속 주인공과 관객들에게도 고마움을 표했다. “영화를 만들 수 있게 큰 용기를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 일이 다시는 없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만들었어요. 하지만 관객이 왜곡해서 영화를 본다면 그분께 두 번 못을 박는 일이잖아요. 다행히 그렇게 봐주시지 않은 것 같아요. 정말 감사합니다.”  

 gogogirl@newsis.com

※이 기사는 뉴시스 발행 시사주간지 뉴시스아이즈 제359호(1월6일자)에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