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예가 이승희(55)의 평면 회화 도자다.
작업 방식은 지루하고 답답할 정도로 반복의 과정을 거친다. 거친 흙 판에 흙물을 올린다. 흙물이 마르면 그 위에 다시 흙물을 칠한다. 이렇게 차곡차곡 흙물을 칠하다 보면 입체적인 도자기가 탄생한다. 옛 유물의 곡선과 곡면이 주는 입체감은 티끌의 높이보다 낮은 두께로 긁어내고 성형을 해야 세밀한 차이를 두고 감지된다.
처음에는 흙에 수분이 있어 말리는 과정에서 깨지기도 했지만, 꾸준한 실험과 체험을 통해 지금의 작품을 완성할 수 있었다. 실험에는 꼬박 3년이 걸렸다.
시각적으로 미세한 형태가 드러나면 다음은 다듬기로 들어간다. “다듬을 때는 면도할 때 쓰는 면도 날의 반을 잘라 공구를 만들어 살살 먼지를 털듯이 정리한다”며 “이런 과정을 모두 거치면 3~4개월 정도가 된다”고 밝혔다.
작가는 2008년부터 중국의 도자기 도시인 장시성(江西省) 징더전(景德鎭)에 둥지를 틀고 작업하고 있다. “처음 중국에서 작업하는데 사람들이 ‘쉽게 할 수 있는데 왜 이렇게 어렵게 하느냐’고 빈정대더라. 나를 바보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느낌이었다. 작업하는 데 짜증이 날 정도로 자꾸 와서 한 마디씩 지적할 정도였다. 그 사람들은 내가 특별해 보이지도 않고 조금 괴짜로 생각한 것 같더라.”
작품에 담긴 이미지는 유명 박물관 등에 나온 도자기를 보고 그렸다. “보스턴박물관이 우리의 좋은 도자기를 많이 소장하고 있다”며 “그곳의 자료를 받아 작품을 만들어 전시해보고 싶다”고 바라기도 했다.
이승희는 내년 1월8일까지 서울 청담동 박여숙화랑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예상’이란 제목으로 평면 회화 작품을 소개한다. “뻔한 내용인데 어떻게 끌고 나가느냐에 따라 영화가 재밌어지듯, 내 작품도 뻔할 것 같은데 직접 보면 다른 상상력을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02-549-75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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