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쿨함보다는 뜨거움, 뮤지컬 '베르테르'

기사등록 2013/12/12 13:23:11 최종수정 2016/12/28 08:30:47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진행된 뮤지컬 '베르테르' 미디어콜에서 배우 엄기준이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뮤지컬 '베르테르'는 한 남자의 순수하고도 열정적인 사랑, 심금을 울리는 감성적인 음악, 명작을 펼쳐 보는 듯 아름다운 무대로 호평을 받으며 12년 넘게 꾸준히 국내 무대에 오른 작품으로 2014년 1월 12일까지 예술의 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된다. 2013.12.06.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쿨(cool)'함을 원하고 바라는 시대다. 사람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뜨거운 마음을 먼저 고백하면 '지는 것'이라 여긴다. 촌스럽다는 핀잔도 듣는다. '카톡'으로 이별을 고하는 시대, 조금 과장하면 연애 역시 소비의 하나로 전락했다.  

 뮤지컬 '베르테르'는 그 쿨함이 거짓이라 노래한다. 독일 문호 괴테(1749~1832)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주인공 베르테르처럼 뜨거움을 발산하라고 부추긴다. 베르테르가 한눈에 반한 '롯데'에게 열병을 앓듯, 사랑의 기운을 뿌리치지 말라 한다.

 2000년 초연 이후 12년간 여러 번의 재공연을 거듭하면서 다양한 버전을 선보인 '베르테르'. 이번 버전은 2003년 연출을 맡은 극작가 겸 연출가 조광화씨가 지휘했다.

 조 연출은 세상의 경향이 바뀌면서, 베르테의 질풍노도와 뜨거움, 정열을 부담스러워하는 세상이 된 것 같다고 했다. 롯데의 남편이자 베르테르의 연적인 '알베르트'가 자신의 권총에 총알이 장전돼 있지만, 쓰지 않는 자제심 같은 것 말이다.  

 그는 그래서 이를 작품에 녹여 변화를 줬다. 뜨거운 정열을 받아들이지 않는 쿨하고 고급스러우며 모던한 느낌을 무대와 의상에 입혔다. 정승호 무대디자이너와 한정임 의상디자이너가 힘을 보탠 무대는 이전 김민정 연출 버전에 비해 상당히 달라졌다.

 전체적으로 나무질감, 고풍스러운 장식 등이 주가 됐던 무대는 올해 흰색 톤의 모던한 무대로 탈바꿈했다. 극의 배경이 화훼산업단지인 점을 고려, 의상에서도 캐릭터를 상징하는 꽃들이 드러난다. 노란 해바라기는 베르테르, 관엽수는 알베르트, 라임과 라벤더는 롯데를 상징한다. 베르테르와 알베르트에 수트를 입혀 정갈한 느낌을 더했다.   

 조 연출의 말마따나 그러나 '베르테르'는 깨끗한 수트를 입고 있지만 심장은 뜨겁게 뛰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 베르테르와 롯데, 그리고 처음에는 자신을 절제하던 알베르트 주인공 세 사람 뿐 아니라 유부녀를 사랑하는 정원사 '카인즈' 등 모든 인물들이 감정에 솔직하다. 결국 파멸을 부르고 비극으로 치닫을 걸 알면서도 자신의 열병를 부러 끄지 않는다.

 무엇을 시작하기 전에 주변의 눈치를 살피며 멈칫하는 이 시대에 다소 예스러움을 풍길 수 있다. 인물들의 캐릭터를 그대로 반영하는 무대와 의상 역시 그런 점을 부추기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런 점에 공감할 수 있게 해주는 건 '실내악' 요소를 십분 살려낸 넘버들이다. '베르테르'의 초기 공연에서 음악을 진두지휘한 구소영 음악감독이 다시 합류, 이 특징을 공고히 했다. 피아노 하나와 현악기 10대로 구성된 11인 체임버 오케스트라는 관악기와 타악기로 웅장함을 뽐내는 기존 뮤지컬들과 달리 서정성을 극대화한다.  

 특히, 테마곡이자 주제곡 '발길을 뗄 수 없으면'이 그렇다. "어쩌면 당신은 그렇게 해맑을 수 있는지"로 시작하는 이 곡은 공연 내내 다양한 악기와 분위기로 변주되면서 정서를 출렁인다.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진행된 뮤지컬 '베르테르' 미디어콜에서 배우 엄기준과 전미도, 이상현이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뮤지컬 '베르테르'는 한 남자의 순수하고도 열정적인 사랑, 심금을 울리는 감성적인 음악, 명작을 펼쳐 보는 듯 아름다운 무대로 호평을 받으며 12년 넘게 꾸준히 국내 무대에 오른 작품으로 2014년 1월 12일까지 예술의 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된다. 2013.12.06.  bluesoda@newsis.com
 이야기의 친절한 전개를 위해 2곡을 추가했다. 원작곡가 정민선씨가 이번 시즌을 위해 작곡했다. 감수성이 풍부한 롯데의 특성을 드러내는 컴퍼니송(작품 전체의 분위기와 주제를 나타내는 합창곡)인 '자석산의 전설'과 알베르트가 무대에 처음 등장할 때 부르는 솔로곡 '언젠가 그날'이다. 

 베르테르로 7년 만에 돌아온 탤런트 겸 뮤지컬스타 엄기준(37)의 감성적인 연기도 몰입에 한몫한다. 알베르트와 첫 만남에서 그가 자신의 집으로 들어오라고 하자, 질투 등의 묘한 감정이 뒤섞인 목소리로 "산책하다 들렀을 뿐입니다"라고 말하며 뒤돌아서는 그의 모습은 단연 최고다. 그러나 고음 부분에서 흔들리는 가창력은 그의 연기력을 깎아내린다. 베르테르 역의 또 다른 뮤지컬스타 임태경(40)은 반면 팝페라가수 출신 답게 가창력이 뛰어나다. 다만, 연기만으로 이뤄진 장면에서 세세한 감정 표현이 다소 부족하다. 두 배우의 장점이 뚜렷한 만큼 극의 분위기가 상당히 다르다.     

 트렌디하고 화려한 뮤지컬이 쏟아지는 요즘, 예전 음악극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베르테르'가 다소 낯선 관객들도 있겠다. 그러나 13년 간 이어진, 창작 뮤지컬의 고민과 진화를 엿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추천할 만하다.

 감성적인 이야기와 음악 덕분에 마니아층을 구축, '베사모'(베르테르를 사랑하는 모임) 등이 만들어졌다. 팬들은 재정적인 문제로 2003년 재공연이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자발적인 모금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베르테르'의 열병과도 같은 사랑을 받는 '롯데'는 서정적인 연기가 특기인 전미도(31)와 '지킬앤하이드'로 주목 은 신예 이지혜가 번갈아 연기한다. 롯데의 약혼자이자 감성적인 베르테르와는 완전히 다른 이성적인 사고와 행동방식을 지닌 '알베르트'는 뮤지컬배우 이상현(36)과 양준모(33)가 나눠 맡는다.

 CJ E&M 공연사업부문과 극단 갖가지가 공동제작한다. 2014년 1월12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볼 수 있다. 내년 3월 일본 도쿄 아오야마극장 무대에도 오른다. 6만~11만원. 1588-0688

 ★★★ 쿨함보다는 뜨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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