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겸 칼럼]다키니 환생, 칸도 틴레 최된…아름다운 여정

기사등록 2013/12/04 07:11:00 최종수정 2016/12/28 08:27:59
【서울=뉴시스】하도겸 박사의 ‘히말라야이야기’ <39>

 네팔을 비롯한 히말라야 산맥 주변의 티베트 사원에 들어가면 자그마한 그릇에 야크 버터기름을 태우는 촛불을 발견할 수 있다. 우리나라 절에서도 기도하기 전에 초를 켜고 향을 사른다. 인도의 힌두교도들도 소망의 촛불 즉 디파(Dipa)라고 해서 이를 공양해 올리면 그만큼의 공덕을 쌓는 일이리라 믿고 있다. 티베트인들은 적은 돈이라도 그에 맞는 초와 꽃을 사서 부처님전에 올린다. 초는 우리나라에서도 제사 때 사용한다. 불교에서는 어둠이라는 무명(無明)을 밝히듯 세상을 밝게 밝히는 지혜의 등을 말한다. 꽃은 봄날의 법의 향기를 머금은 연꽃이다. 꽃이 피면 세상에 아름다운 향기를 보시해 사람을 포함한 중생의 기분을 행복하고 안락하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비를 의미한다. 즉 마음도 아름답게 꽃피워서 그 향기를 사방에 뿜어내는 것과 같다.

 우리나라에서도 6법 공양이라고 해서 향, 초, 차, 꽃, 과일, 쌀을 부처님전에 올려 기도한다. 꽃을 바치는 것은 헌화공양이라고 해서 특히, 꽃과 같이 예쁘고 잘생긴 자식을 낳게 해달라는 뜻에서 임산부나 그 가족이 잘하는 공양으로 알려졌기도 하다. 결혼식 때도 빠지지 않는 게 꽃 공양이다. 이에 얽힌 아름다운 인연이야기가 부처님 전생담인 ‘자타카’에 전한다. 보살행을 갔다 오시는 부처님께 꽃을 바치려던 선혜 선인은 이미 왕이 모든 꽃을 다 구해 받쳐서 꽃을 구할 수가 없었다. 수소문 끝에 구리라는 선녀에게 일곱 송이 꽃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가 꽃을 자신에게 팔라고 했다. 구리 역시 자신도 바치고 싶기에 꽃을 팔 수 없다고 했다. 이에 선혜 선인은 구리 선녀에게 결혼을 약속하고 다섯 송이를 구해 부처님께 바쳤다. 구리 선녀 역시 남겨 놓은 두 송이의 꽃을 바쳤다. 불교 결혼식에서 신랑이 다섯 송이, 신부는 두 송이의 꽃을 부처님께 공양하게 된 유래다.

 티베트 밀교에서도 꽃과 촛불을 공양하며 기도하는 기원법회가 둑파 카규파의 칸도의 법맥에서는 전해진다. 요즘 유행하는 아름다운 치유수행으로서 참가자 자신과 가족, 지인, 장애가 있어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위한 기도의식이다. 사랑하는 이들의 고통, 통증, 죄업, 회한 등의 부정적인 감정을 불보살의 지혜(초)와 자비(꽃)로 바꾸어주는 수행이다. 보통 천도재를 치르는 49재와 마찬가지로 49일을 지속하는데 보통 시작은 발원 자인 신도들이 직접 하고 나머지는 여승들이 몸소 대신 기도를 하고 끝마치면 그 공덕을 세상에 돌리며 회향한다.

 이 의식이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열리게 됐다. 17일 오후 3시 만해 NGO 교육센터에서 티베트 밀교의 디키로의 화신인 칸도 틴레 최된 스님의 주최로 봉행 된다. 현재 전통법맥의 지혜를 현대의 삶속에 녹아드는 일에 헌신하는 칸도는 특히 지혜와 방편으로 불법의 정수를 생활환경에 적용하고 감사하도록 도와주는 일을 하고 있다.

 그녀는 작년에 이어 8일 두 번째로 한국에 입국한다. 14일 오전 10시에는 양평 미소사에서 열리는 사마타 명상 워크숍에 나선다. 15일 오전 10시에는 재가불자의 중심지로 무진장스님께서 공을 들인 동산불교대학 법당에서 ‘감정의 혼란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해 대중 법문을 한다.

우리에게 낯설지만, 티베트 불교 특히 여승으로서는 매우 유명한 그녀는 아버지 아포 린포체와 어머니 아말라 사이에서 1967년 태어났다. 아포 린포체는 임신 중에 사방으로 울려 퍼지는 종소리를 듣는 꿈을 자주 꿨다고 한다. 인도를 떠돌다가 마날리에 정착하게 된 그녀는 여섯 살에 쿨루에 있는 기독교학교에 입학해 고등학교까지 다니다 펀자브 대학을 졸업하고는 미국에 가서 심리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동안 라닥의 티폰 뻬마 초걜 린포체의 직제자인 게겐 켄체 린포체를 모시고 전행(前行) 또는 예비수행이라고 하는 사가행 등을 전수받았다. 둡왕 샤카 스리의 성스러운 법맥의 모든 가르침과 둑파의 가르침을 받은 그녀는 자신의 아버지, 어머니와 수행하면서 점점 지혜가 밝아져 깨달음을 성취했다고 한다. 1998년 부탄의 둑파 카규 법왕인 샵둥 린포체와 결혼하고 2003년 샵둥 린포체 열반까지 남편의 불사를 헌신적으로 도왔다. 그녀는 오랫동안 비전을 가져왔던 여성 수행자들을 위한 교육과 수행의 뒷받침을 위한 승원(캬쬐링)을 완성하는 것에 헌신했다. 2005년부터 카쬐링의 유지를 위해 인도 밖을 여행하며 가르침을 펼쳐 현재는 호주, 뉴질랜드, 대만, 홍콩 그리고 우리나라에도 제자들이 있다.

 아직 그녀는 자신의 수행보다는 ‘둥규’라고 부르는 ‘가족 법맥’으로 더 유명하다. 이 대목에서 머리를 갸웃거리는 분들이 있을 수 있다. 티베트 불교의 4대 종파 가운데 닝마파와 둑파카규를 포함한 카규파는 우리 원효대사와 한국불교태고종처럼 사회와 사부대중에 더욱 가까이 가는 포교 등을 위해서 결혼을 허용한다. 티베트 망명정부의 달라이라마가 속한 겔룩파나 우리 대한불교조계종이 결혼을 허용하지 않는 것과는 다르지만, 엄연하게 훌륭한 법맥을 전하고 있다. 이런 수행 성취자 집안에서 태어난 그녀의 증조부 독덴 샤카 스리(1853~1919)는 마하무드라와 족첸을 모두 성취한 위대한 수행 성취자로 매우 유명하다.

 독덴 샤카 스리는 파드마삼바바의 25명의 직제자 중 한 명인 ‘나남 뒤좀’의 환생으로 확인됐으며 칸도의 증조부이다. 오빠인 쎄이 린포체 또한 이 법맥을 모두 계승한 분으로 사가행으로부터 시작해 마하무드라, 족첸까지 닦는 수행의 정수를 담은 ‘둑파’ 전통의 수행자들이다. 이 법맥은 스승이 제자에게 직접 법을 전수하는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나로 육법’의 요결지침도 포함됐다. 밀라레파, 링첸파, 창파 갸레 등에 의해 샤카 스리로 이어내려 왔으며 티베트를 비롯해 라닥, 잔스카르, 라훌, 키노르, 네팔과 부탄 등 모든 히말라야 지역으로 퍼져 나갔다.

 그녀를 흔히 ‘다키니’의 화현이라고 한다. 다키니(티벳어: 칸도, 영어: sky goer)는 말 그대로 하늘을 날아다니는 존재다. 수행자들을 보호하고 그들의 수행을 돕는 여성호법신의 역할을 맡고 있다. 때때로 인간으로 환생하기도 한다. 샵둥 린포체는 그녀가 다키니의 환생임을 증명했다. 후에 그녀는 그의 반려자가 됐다. 2003년 사랑하는 남편을 잃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을 직면한 그녀는 부처님의 위대한 가르침인 무상과 죽음이 바로 눈앞에 생생하게 닥쳐온 것임을 느꼈다. “안전하고 안정되게 보이던 인생은 완전히 예측할 수 없다. 갑자기 나는 업이라는 패턴의 그물에 걸려 감금된 피할 수 없는 정치적 상황의 중앙에 놓이게 된 것만 같았다!”라고 회상한다. 그럼에도 다르마는 그녀에게 안정을 가져다주었다. 소중한 법맥에 대한 헌신과 위없는 법맥의 가피는 점점 자라나고 깊어져만 갔으며 이 암흑의 시대에도 다르마는 결코 배신하는 일이 없다는 것을, 그녀는 알았고 확신했다. 그녀의 법회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2013년 칸도 초청 준비 위원회(http://cafe.naver.com/khandro)에서 볼 수 있다.

 galmun@hanmail.net  페이스북 www.facebook.com/hadogye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