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관급공사 낙찰하한가 조작' 브로커·건설업자 21명 기소

기사등록 2013/12/03 12:31:46 최종수정 2016/12/28 08:27:43
지자체 재무관 PC에 악성프로그램 깔아…관급공사 77건 불법 낙찰 지역별로 전담 브로커 활동…낙찰대가 34억여원 챙겨 【서울=뉴시스】박준호 기자 = 관급공사의 낙찰 하한가를 컴퓨터 해킹을 통해 임의로 조작한 건설업자와 입찰브로커, 프로그램개발자 등 28명이 무더기로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부장검사 조재연)는 3일 경기, 인천, 강원지역 지자체에서 발주하는 관급공사의 낙찰 하한가를 조작해 불법 낙찰받은 혐의(입찰방해, 컴퓨터등사용사기)로 입찰브로커 윤모(58)씨 등 4명을 구속 기소하고, 건설업자 김모(56)씨 등 17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해외로 도피한 악성프로그램 개발자 김모(37)씨 등 4명에 대해 지명수배와 및 기소중지하고, 범행가담 정도가 경미한 건설업자 3명을 입건유예했다.  윤씨 등은 지난 2010년 5월부터 2012년 10월까지 지자체 재무관과 입찰참여 경쟁업체의 컴퓨터에 악성프로그램을 몰래 설치해 낙찰 하한가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결과 이들은 공사예가를 빼내는데 그쳤던 기존 수법과는 달리 지자체 재무관의 PC에서 관급공사의 공고번호, 공사기초금액 등을 토대로 일정한 산술식에 따라 15개 예가를 새롭게 생성해 대체시키는 등 낙찰하한가 산정의 기초가 되는 공사예가 15개 자체의 조작이 가능한 악성프로그램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재무관의 지인을 통해 낙찰관련 파일의 검토를 요청하며 재무관 PC에 USB메모리를 꽂는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자동설치하거나, 입찰자PC에 건설협회 회원 명부 등에 기재된 이메일 주소로 첨부파일을 열람토록 유인하는 이메일을 송부해 프로그램을 유포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사전 조작한 낙찰 하한가를 토대로 대부분 건설업체는 통상 수십원~1만원 내외의 근소한 차이로 투찰해 관급공사를 낙찰받았다.    이런 수법으로 인천 12건(6개업체, 약 203억원), 경기 36건(19개업체, 약 592억원), 강원 29건(10개업체, 약 303억원) 지역에서 35개 건설업체가 총 1100억원 상당의 77건 공사를 불법 낙찰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건설업자 김모(56)씨는 78억원 상당의 6건의 관급공사를 불법 낙찰받았고, 또다른 업자 황모(57)씨는 공사 3건으로 71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얻는 등 건설업체마다 적게는 15억원에서 많게는 78억원의 관급공사를 수주했다.     특히 인천 옹진군 일대에 연평도 피격으로 인한 대규모 시설공사 수요를 염두하고 계획적으로 옹진군청의 재무관 PC에 악성프로그램을 설치, 웅진군이 발주한 피폭건물 복구공사 및 대피호 건립공사 등 203억원 상당의 관급공사 12건을 불법 낙찰받은 건설사도 있었다.  입찰브로커가 알려준 투찰가로 관급공사를 낙찰받은 건설사는 낙찰가의 4~7%인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을 브로커에게 현금으로 지급했고, 이 중에는 최고 43억원짜리 공사에 2억2600만원을 낙찰대가로 지급한 경우도 있었다. 이런 방식으로 입찰브로커가 받은 낙찰대가는 총 34억6300만여원에 달했다.  검찰에 따르면 프로그램 개발·관리자와 입찰브로커, 건설업자 등은 지역별로 역할을 세분화하고 조직적, 체계적으로 불법 낙찰을 주도했다.  악성프로그램 개발단계부터 낙찰하한가 파악, 낙찰희망 건설사 물색, 낙찰 가능한 입찰금액 전달, 낙찰대가 수수 등 단계별로 역할을 나눴다. 경기, 강원, 인천 등 특정 지역을 전담하는 입찰브로커를 지정하기도 했다.    이런 식으로 프로그램 개발자 김모씨는 총 1100억원 상당의 관급공사 77건의 불법 낙찰에 관여했고, 프로그램을 관리한 윤모(58)씨와 홍모(41)씨도 각각 42건의 관급공사에서 낙찰하한가를 조작했다.  나라장터(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의 시스템상 취약점을 파악하기 위해 여러차례 모의투찰을 진행하며 악성프로그램을 업그레이드 해온 사실도 밝혀졌다.  이들은 '나라장터'가 업그레이드될 때마다 재무관PC 인증서를 이용해 나라장터에서 모의공사 발주시 각 지역 입찰브로커를 통해 확보한 건설사의 인증서로 모의투찰하는 등 재무관PC와 입찰자PC에서 나라장터 서버로 전송되는 데이터 패킷을 분석해 프로그램을 보완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범죄는 지자체 재무관들과의 결탁, 입찰에 참여하는 건설사들과의 담합 등과 같이 과거 전형적인 입찰범죄에서 벗어나 나라장터 전산시스템 해킹을 통해 낙찰 하한가를 조작한 신종 입찰범죄"라며 "조달청이 운영하는 나라장터 시스템을 해킹하는 대신 보안관리가 상대적으로 허술한 지자체와 입찰에 참여한 건설업체 컴퓨터를 해킹해 우회적으로 낙찰 하한가를 조작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입찰브로커가 취득한 범죄수익 4억3300만여원과 부동산 등에 대해 추징 보전조치하는 한편, 다른 지역의 관급공사에서 발견된 유사한 입찰 비리에 대해서도 수사를 계속해 나갈 계획이다.  한편 조달청은 낙찰하한가 조작을 방지하기 위해 입찰자의 투찰이 완료된 후 다시 조달청 서버에서 15개 예가의 순번을 무작위로 재배열하고, 재무관 PC에서 전송되는 예가의 해쉬값을 애초 나라장터 서버에서 생성한 예가값과 비교하는 등 예가 조작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로 시스템을 변경했다.    pjh@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