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 이코노미석 '끼워넣기'에 승객이 '끼일 판'

기사등록 2013/11/07 09:08:13 최종수정 2016/12/28 08:19:40
【서울=뉴시스】정의진 기자 = "100만원이 훌쩍 넘는 값을 치렀는데, 영화관이나 기차, 심지어 스포츠 경기장 보다 좁은 수준이면 심각한 것 아닙니까."

 대형 항공사들의 이코노미석 '끼워넣기'에 승객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비즈니스석 등 좀 더 많은 값을 받는 곳으로 고객들을 끌기 위해 이코노미석 공간을 더욱 비좁게 만들고 있기 때문.

 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0년 간 대형 여객기의 이코노미석 공간이 줄었다. 이코노미석 좌석의 크기는 줄이고 좌석수만 늘리고 있는 건데, 승객수 감소를 면하기 위한 항공사들의 꼼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28일 아메리칸항공과 에어캐나다, 에어프랑스-KLM, 에미레이트항공 등 대형 항공사들이 이코노미석 각 줄마다 좌석 1개씩을 추가하기 위해 좌석 폭을 줄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년 간 B777 기종의 이코노미석 표준은 1줄 당 9석이었다. 반면 최근 3년 간 각 항공사에 인도된 B777의 약 50%는 1줄 당 10석을 배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엔 15%에 불과했던 비중이 지난해엔 무려 70%까지 뛰었다. 보잉의 최신 기종인 B787 드림라이너를 구입한 항공사들 중 90%도 이코노미석 8석 배치가 아닌 9석 배치를 선택했다.

 승객들은 불만을 토로한다. 한 승객은 "100만원이 넘는 비행기 좌석이 영화관이나 기차, 심지어 스포츠 경기장 좌석보다 좁은 수준이면 솔직히 이건 너무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승객은 "좌석에 몸이 끼어있는 듯한 느낌"이라며 "통로도 좁아 몸이 으스러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이에 대한 항공사들의 입장은 확고하다. WSJ에 따르면 팀 클라크 에미레이트항공 사장은 "B777에 10석을 배치하지 않는 건 미친 짓이나 다름 없다"며 "승객들은 음식과 TV만 제공하면 넋을 잃는다"고 주장했다.

 이와 다르게 이코노미석 고급화 전략을 펴는 항공사도 있다. 이코노미석 공간을 보다 넓게 확보하고, 각종 편의시설을 보강해 승객을 유치하겠다는 계산이다.

 국내 항공사 중에서는 대한항공이 이같은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대한항공이 보유한 B777의 경우 이코노미석 1줄 당 9석은 유지하돼 좌석 간 거리와 좌석 폭 모두 보다 넒은 간격을 적용토록 했다. 실제로 좌석 간 거리는 86㎝로 에어프랑스, 에미레이트항공 대비 5㎝, 좌석 폭(46㎝) 또한 외항사 대비 약 3㎝ 넓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수치상 차이도 클 뿐 아니라 외항사 대비 승객 편의 또한 크게 향상된다"고 설명했다. 런던수면센터가 실시한 항공기 탑승 모의실험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동일한 폭의 좌석을 이용하는 승객이 그렇지 않은 승객보다 '숙면율'이 50%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는 부연이다.

 이밖에도 대한항공은 2009년부터 국제선 항공기 78대에 '뉴 이코노미석'을 도입, 좌석 두께는 1㎝ 줄이고 등받이 형태에 변화를 주면서 좌석 앞뒤 간격 2㎝를 확보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 "국내 승객 유치가 우선인 국적 항공사로서는 가족 단위 해외여행객이 급증하는 현 추세에 따라 고객의 편의를 고려한 정책에 비중을 둔 것으로 판단된다"며 "외항사와의 차별화를 위한 전략이라고도 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jeenjung@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