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항공사들의 이코노미석 '끼워넣기'에 승객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비즈니스석 등 좀 더 많은 값을 받는 곳으로 고객들을 끌기 위해 이코노미석 공간을 더욱 비좁게 만들고 있기 때문.
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0년 간 대형 여객기의 이코노미석 공간이 줄었다. 이코노미석 좌석의 크기는 줄이고 좌석수만 늘리고 있는 건데, 승객수 감소를 면하기 위한 항공사들의 꼼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28일 아메리칸항공과 에어캐나다, 에어프랑스-KLM, 에미레이트항공 등 대형 항공사들이 이코노미석 각 줄마다 좌석 1개씩을 추가하기 위해 좌석 폭을 줄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년 간 B777 기종의 이코노미석 표준은 1줄 당 9석이었다. 반면 최근 3년 간 각 항공사에 인도된 B777의 약 50%는 1줄 당 10석을 배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엔 15%에 불과했던 비중이 지난해엔 무려 70%까지 뛰었다. 보잉의 최신 기종인 B787 드림라이너를 구입한 항공사들 중 90%도 이코노미석 8석 배치가 아닌 9석 배치를 선택했다.
승객들은 불만을 토로한다. 한 승객은 "100만원이 넘는 비행기 좌석이 영화관이나 기차, 심지어 스포츠 경기장 좌석보다 좁은 수준이면 솔직히 이건 너무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승객은 "좌석에 몸이 끼어있는 듯한 느낌"이라며 "통로도 좁아 몸이 으스러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이에 대한 항공사들의 입장은 확고하다. WSJ에 따르면 팀 클라크 에미레이트항공 사장은 "B777에 10석을 배치하지 않는 건 미친 짓이나 다름 없다"며 "승객들은 음식과 TV만 제공하면 넋을 잃는다"고 주장했다.
국내 항공사 중에서는 대한항공이 이같은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대한항공이 보유한 B777의 경우 이코노미석 1줄 당 9석은 유지하돼 좌석 간 거리와 좌석 폭 모두 보다 넒은 간격을 적용토록 했다. 실제로 좌석 간 거리는 86㎝로 에어프랑스, 에미레이트항공 대비 5㎝, 좌석 폭(46㎝) 또한 외항사 대비 약 3㎝ 넓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수치상 차이도 클 뿐 아니라 외항사 대비 승객 편의 또한 크게 향상된다"고 설명했다. 런던수면센터가 실시한 항공기 탑승 모의실험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동일한 폭의 좌석을 이용하는 승객이 그렇지 않은 승객보다 '숙면율'이 50%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는 부연이다.
이밖에도 대한항공은 2009년부터 국제선 항공기 78대에 '뉴 이코노미석'을 도입, 좌석 두께는 1㎝ 줄이고 등받이 형태에 변화를 주면서 좌석 앞뒤 간격 2㎝를 확보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 "국내 승객 유치가 우선인 국적 항공사로서는 가족 단위 해외여행객이 급증하는 현 추세에 따라 고객의 편의를 고려한 정책에 비중을 둔 것으로 판단된다"며 "외항사와의 차별화를 위한 전략이라고도 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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