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KS 우승]첫 우승 김태완 "트레이드 실패 이야기 안 나오겠죠?"

기사등록 2013/11/01 23:44:15 최종수정 2016/12/28 08:18:14
【대구=뉴시스】권혁진 기자 = 팀은 3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지만 처음 정상을 경험하는 이도 여럿 있었다. 프로 10년차 내야수 김태완(32) 역시 이들 중 한 명이었다.

 중앙대를 졸업하고 2004년 프로 무대에 뛰어든 김태완은 지난해까지 LG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그의 야구 인생은 지난해 말 송두리째 바뀌었다. 삼성과 LG는 프로 출범 후 최초로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LG 유니폼만 입던 김태완이 사자 구단에 합류한 것은 이때였다.

 삼성에서 LG로 떠난 손주인과 현재윤은 시즌 초반부터 주전 자리를 꿰차며 알토란 같은 역할을 해냈다. 반면 김태완은 두꺼운 선수층을 극복하지 못하고 주로 더그아웃에서 경기를 지켜봐야 했다.

 함께 합류한 정병곤과 노진용의 상황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다. 'LG가 이득을 본 트레이드'라는 이야기가 흘러 나왔지만 김태완이 할 수 있는 일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김태완에게 기회가 찾아온 것은 한국시리즈였다. 김태완은 부상으로 빠진 조동찬을 대신해 주전 2루수 자리를 꿰찼다. 김태완은 우려를 딛고 타율 0.296(27타수 8안타)의 쏠쏠한 성적을 남겼다. 실책은 단 1개도 없었다.

 우승 확정 후 만난 김태완은 "고등학교 때 이후 처음 우승을 해본다. 울 줄 알았는데 막상 우승하니 눈물이 안 나왔다"며 얼떨떨한 소감을 밝혔다.

 삼성은 초반 4경기에서 3패를 당하며 벼랑 끝에 몰렸다. 김태완은 "끝났다고 생각했다. 이대로 우승을 못할 줄 알았는데 계속 이겼다. 평소에는 잘 몰랐는데 시리즈가 되니 삼성이 정말 강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전했다.

 김태완은 트레이드로 인해 겪었던 맘고생도 털어놨다. "시즌 초반에는 안 좋은 이야기가 들려서 솔직히 기분이 좋지 않았다"는 김태완은 "그래도 후반기에는 많은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우승도 했다. 이제는 그런 이야기가 안 나올 것 같다"면서 활짝 웃었다.

 김태완과 함께 삼성으로 건너온 정병곤 역시 주전 유격수로 한국시리즈 우승에 크게 한 몫 했다. 7차전에서 실책으로 실점의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지만 결정적인 홈 쇄도로 실수를 보기 좋게 만회했다.

 정병곤은 "실책하는 순간 '오늘 야구장에서 못 나가겠구나'는 생각이 들었다"며 "7차전이 되니 정말 긴장됐다. 평범한 타구였는데 몸이 좀 굳었다. 실책을 하고 나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며 아찔했던 순간을 회상했다.

 이적 첫 해 우승을 차지한 정병곤은 "뭐라고 말로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너무 좋다. 주위에서 나보고 운이 좋다고 이야기 하는데 정말 그런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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