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전남 화순군 화순광업소.
지상으로부터 깊이 400m, 경사면 길이 2.5㎞ 아래 탄광의 지하 갱도에서 재판 심리가 열렸다.
화순광업소의 탄광개발로 농지에 피해를 입었다며 인근 농지 소유주 50여명이 광업소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의 '찾아가는 법정' 심리였다.
재판 담당한 서울중앙지법 민사25부 장준현 부장판사는 이날 하루 법관복 대신 탄광 작업복을 입고 장화를 신고 헬멧을 썼다.
똑 같은 복장에 누가 재판관인지, 누가 탄광 직원이고 토지 소유주들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토지 소유주들은 "1980년 이후 지표수가 지속적으로 줄어들었고 이 때문에 농사를 짓지 못해 토지 가치가 떨어지는 등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탄광 관계자들은 "갱내 여러 곳에 지하수 집수시설과 배수펌프를 설치해 지하수를 배출해 오고 있기 때문에 지표수가 줄어든 것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
이 때문에 장 부장판사 등 재판부는 갱도에 설치된 집수시설과 배수펌프를 둘러보면서 지표수 감소와 연관성이 있는지를 꼼꼼히 살펴봤다.
장 부장판사는 양측의 주장과 현장검증 상황을 녹음했으며 좌우 배석판사들은 카메라로 현장을 촬영하거나 오고가는 대화를 메모하기도 했다.
"집수시설의 폭은 3.3m"라고 주장하는 회사 측에 토지 소유주들은 "3.3m가 훨씬 더 돼 보인다. 만약 폭이 더 넓다면 회사 측이 제시한 양보다 훨씬 많은 지표수가 갱도 안으로 흘러 들어온 것이며 이는 탄광 개발과 지표수 감소의 연관성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장 부장판사가 나서서 "재판부에 발언요청을 한 뒤 말씀하세요", "언성을 높이지 말고 주장만 하세요"라며 제지하기도 했다.
이날 '찾아가는 법정'은 약 3시간 동안 복암2사갱 15~18편, 복암 1사갱 6편에 있는 저수조와 펌프 기계실 등 모두 5곳에서 진행됐다.
장 부장판사는 "현장을 꼼꼼하게 둘러보면서 양측의 주장을 보다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며 "이번 소송의 핵심이 탄광개발과 지표수 감소의 연관성이 만큼 이번 '찾아가는 법정'이 정확한 판단을 내리는데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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