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 감독은 30일 충북 제천 청풍리조트에서 열린 세계영상위원회 총회 씨네포지엄에 참석, '동서양 영화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연설하면서 "아시아 내 영화 산업이 발전한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의 벽을 허무는 것은 어려운 상황이다"고 말했다.
지 감독은 코넬대를 졸업하고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에서 MBA를 취득했다. 이후 콜럼비아픽처스의 총괄수석부사장, 파라마운트의 수석부사장 등을 역임한 중국계 미국인이다.
할리우드 스타 윌 스미스가 주연한 'Mr. 힛치'(2005)를 제작해 세계 박스오피스 집계 3억6000달러를 벌어들였다. '미녀삼총사' (2000) 역시 2억6000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이밖에도 '행복을 찾아서'의 총 제작자로 활동했으며 한국의 CJ엔터테인먼트에서 배급한 영화 '웨스트 32번가'를 감독했다. 현재는 '램버스'의 창의성 책임자로 일하며 할리우드에 입성한 아시아인 중 가장 눈에 띄는 성공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 감독은 지난해 국내에서 개봉해 1230만 명을 모은 '광해: 왕이 된 남자'(감독 추창민)를 예를 들었다.
"'광해'는 한국에서 가장 큰 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가 투자한 영화다. 하지만 할리우드에서 100만 달러의 흥행수익도 달성하지 못했다. 영화 작품성에 비해 흥행 수익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고 언급했다.
지 감독은 "할리우드는 해외 영화라고 하면 도심지역에서는 잘 상영하지 않는다. 미국은 개방성을 가진 나라이지만 (미국인은) 게을러서 자막을 읽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흥행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영어로 영화를 제작해야 할 것이다. 문화적인 부분을 이해하고 균형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할리우드에서의 성공 조건으로 지적 재산 관리, 마케팅과 배급·홍보, 자본 등을 꼽으며 "그 중 두 개만 갖추면 된다"고 말했다.
"할리우드에서는 자체 자금 보다는 독일이나 일본 등에서 돈을 끌어와 만든다. 대신 자기 지적 재산을 개발할 수 있는지와 배급망을 구축할 수 있는가를 본다"는 것이다.
지 감독은 "그런 영화들이 스튜디오와 국가의 성패를 좌우한다. 뉴질랜드의 경우 '반지의 제왕'으로 영화 제작의 강국이 됐다. 피터 잭슨 감독이라는 한 명의 감독이 국가 이미지를 격상시켰다"면서 "뉴질랜드는 '반지의 제왕'이 없으면 발전하지 못했다. 이안 감독도 대만에 영광을 가져다 줬다. 이런 감독이 할리우드에 있을 수 있지만 반대로 대학 내 교수님같이 주변에 있을 수 있다. 감독을 발굴하는 것이 국가의 영화산업을 점진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요인이다"고 짚었다.
지 감독은 "할리우드는 모든 영화를 재무적인 시각에서 바라본다. 다시 말해 가장 중요한 것은 수익이다. 이병헌이라는 배우가 할리우드에 출연하는 것도 아시아 지역에 있는 관객들을 끌어 모으기 위한 것이다"고 분석했다.
지 감독은 저자본으로 자신의 역량을 표현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는 '유튜브'을 꼽았다.
"할리우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브랜드를 구축하는 것이다. 2~3분짜리 콘텐츠를 제작해 유튜브에 올려 지지를 끌어내고 자신의 자금을 조성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제는 이야기로 그치는 게 아니라 만들어야 한다. 인터넷 환경을 잘 활용했으면 좋겠다."
지 감독은 "꿈으로 그치지 말고 행동으로 실천하기를 바란다. 할리우드로 가기 위해서 관객에게 다가가는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면서 "꿈을 꾸거든 정말 크게 꾸라고 하고 싶다. 할리우드에서는 하늘로 솟을 수도 있고 바닥에 처박힐 수도 있다. 좋은 스토리텔링과 상상력이 있다면 큰 그림의 시나리오를 써서 꿈을 쫓아갔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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