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로 들어온 옻칠, 김환경과 제자들 '청목가전 흔적'

기사등록 2013/09/29 06:41:00 최종수정 2016/12/28 08:07:21
【서울=뉴시스】김환경 ‘흔적’ (74×74×100㎝, 삼베·생옻칠·건칠분·금분, 2013)
【서울=뉴시스】유상우 기자 = 우리나라에서 옻칠을 공예재료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BC 3세기께로 추정된다. 충남 아산 남정리의 청동기 말기 유적에서 칠막이 발견됐고, 경남 의창군 다호리 목관묘에서(BC 1세기) 원형칠두와 방형칠두 등 20여점의 무문칠기가 출토됐다. 이미 기원전에 칠기를 제작한 민족으로 밝혀졌다.

 옻나무에 상처를 내어 칠액이 흘러나오면 이를 수거, 정제한 다음 기물에 칠해 알맞은 온도와 습도로 건조한다. 천연원료를 옻칠과 배합해 색칠(채칠)을 만들고 이 색칠을 기물의 내면이나 외면에 칠하기도 하며 무늬도 시문한다.

 세필로 무늬를 그리는 묘칠기법과 무늬를 그리고 건조한 뒤 덧칠을 갈아내어 무늬가 나타나게 하는 마현전칠기법이 있다. 주감전칠기법과 묘금기법 등도 있는데 이런 기법들로 만들어지는 칠공예품을 칠화라고 한다.

 칠화의 특성은 옻칠과 물감에 배합으로 간색을 띠고 있어 화사하면서도 은은하고 중후한 느낌이라는 점이다. 그 어떤 화학칠과 비교할 수 없는 장점 때문에 계승되고 있다. 작업상 공정이 매우 까다롭다. 색칠을 만드는 과정도 오랜 체험에서 얻어지므로 장인정신을 필요로 하는 분야다.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롯데갤러리가 ‘청목가전(靑木家展)-흔적(痕跡)’을 제목으로 서울시무형문화재 청목 김환경과 제자들인 사미헌, 송현수, 김정은, 김희영의 작품을 10월14일까지 소개한다.

 김 작가는 5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한결같은 모습으로 다양한 칠화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한국의 전통적인 모티브뿐 아니라 현대적인 도안, 기법, 기형 등을 접목한다.

 작품 가운데 ‘봉황도’는 궁궐 등의 장식용으로 사용됐다. 민간에서 봉황은 봉불탁속(鳳不啄粟), 즉 봉황은 배가 고파도 좁쌀을 쪼지 않는다고 해 굳은 절개와 청렴의 바람을 담고 있다. 봉황과 태양을 함께 그린 ‘조양군봉도(朝陽群鳳圖)’는 입신출세의 기원을 담고 있는 길상적 그림이다.

【서울=뉴시스】김환경 ‘사슴도’(191.5×62㎝, 생옻·채칠, 2012)
 매화 소재 작품도 있다. 매화는 봄소식을 가장 먼저 알려 주는 꽃이다. 추위를 이기고 꽃을 피운다고 해서 선비정신의 표상으로 삼기도 한다. 서민들이 주로 그리고 널리 사랑받아온 소재인 ‘연화도’도 있다. 다산, 행복, 풍요, 평화의 의미로 자주 사용됐다.

 고구려 고분 5호분 4호묘 널방 천장고임 북쪽 귀퉁이 삼각석 면에 하반신은 용이며 상반신은 사람 모습을 한 해신과 달신을 그린 ‘해신 달신’, 복록(福祿)을 의미하는 ‘사슴도’ 등도 볼 수 있다.

 ‘피리부는 선인’은 5호분 4호묘 널방 천장고임 세 번째 중 동쪽면 벽에서 악기를 연주하는 선인이다. 3족오가 들어 있는 해를 가운데 두고 왼쪽에는 소를 불며 날아가는 선인, 오른쪽에는 피리를 부는 선인을 배치했다. 왼쪽의 소(簫)를 부는 선인은 머리에 상투를 틀었고 용을 타고 있으며 오른손에는 붉은 깃발을 쥐고 있는 모습이다.

 ‘흔적’은 전통과 현대의 문양을 재해석한 채화 건칠 화병이다. 옛것을 잃지 말고 사랑하며 현재의 행복과 건강을 기원하는 뜻으로 연화 문양을 넣었다. 

 명절이나 생일, 축하연, 결혼, 회식 등 축하연에서 손님을 대접하거나 여러 사람과 함께 모여 식사를 할 때 차리는 ‘주칠교자상’, 남성들이 상투를 틀거나 여성들이 머리를 매만질 때 사용한 ‘주칠 좌경’, 선조로부터 사랑을 받아온 진귀한 새와 연화의 행복 의미를 더해 서류함에 표현한 ‘원앙 연화 서류함’ 등도 전시됐다. 02-726-4456

 swryu@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