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주인공 바셰바 에버딘(Bathsheba Everdene)을 비롯한 등장인물들이 다른 사람과 부딪치는 과정에서 내린 순간적인 결정이 얼마나 고단한 결과를 낳는지를 보여준다. 추측은 어느 정도 맞아 떨어졌다. 강 회장은 굳이 여의도를 벗어난 이유로 '다른 생각',과 '다른 해석'의 필요성을 꼽았다. 강남에 사무실을 둔 것은 '주가에 빨려 들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강 회장은 주가보다는 기업의 내재가치를 중시한다. 그는 '좋은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내는 것'을 자신의 가장 큰 과제로 꼽는다. 좋은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 투자하는 것을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펀드 수익을 가져오는 첫걸음이라고 믿는다.
강 회장은 뉴시스와의 인터뷰를 갖고 "소수 펀드와 '좋은 비즈니스 모델을 선택한다'는 것을 운용의 원칙으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 회장은 자산운용업을 식당에 비유했다. 그는 "좋은 식당이란 맛이 유지되는 식당이다. 훌륭한 주방장 출신의 사장이 있다면 그 사장이 떠나도 맛은 변하지 않는다"며 "자산운용사도 운용 철학을 유지할 수 있는 지배구조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강 회장과의 일문일답.
-금융투자업계에서 '가치투자의 귀재'로 불린다. 여의도에서 벗어나 있는 것은 '다름'을추구하려는 의지로 생각된다. 하지만 뛰어난 현인도 언제나 올바른 결정을 내리기는 어렵다. 스스로 내린 결정에 대해 틀렸을 때 어떻게 조정하나.
"수많은 고민을 통해 결정을 내리기 때문에 결정을 쉽게 바꾸지는 않는다. 고민을 할 때 필터링(flitering) 과정을 거친다는 것은 스스로의 장점이라고 자신할 수 있다. 고객의 돈을 관리하는 데 남들과 똑같이 해선 안 된다. 망원경적 시각과 현미경적 시각이 공존해야 한다. 펀드를 운용하면서 '방향성이 좋아지는가, 나빠지는가'를 따진다. 큰 방향성은 망원경적 시각으로 본다. 또 이 기업에 투자할까, 말까 등 특정 기업의 주식을 살 때에는 현미경적 시각을 동원한다."
-운용 철학을 강조하는데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가치와 가격간의 괴리에 초점을 맞추는 것인가.
"주식 운용은 철학의 문제다. 철학을 지킬 수 있는 힘, 즉 일관성이 중요하다. 최고경영자(CEO)가 3년 만에 바뀌는 회사에서는 운용 철학의 유전자(DNA)를 유지할 수 없다. 은행이나 증권사 등을 모기업으로 둔 운용사들은 이런 DNA를 지켜내기가 힘들다.
자산운용업의 DNA를 충분히 아는 오너십(Ownership), 이런 DNA를 만들고 유지하는 지배구조가 좋은 운용회사를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라고 본다. '좋은 펀드'가 아니라 '인기 있는 펀드'를 판매하는데만 신경을 쓰는 운용사에도 책임이 있다.
운용업을 식당에 비유할 수 있다. 좋은 식당이란 바로 맛이 유지되는 식당이다. 훌륭한 주방장 출신의 사장이 있다면 그 사장이 떠나도 맛은 변하지 않는다. 에셋플러스가 "좋은 펀드를 만들자",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물려줄 펀드를 만들자"고 고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에셋플러스는 소수 펀드의 원칙을 지키고 오래가는, 다시 말해 '좋은 비즈니스 모델을 사겠다'는 운용의 원칙을 지키고 있다. 또 펀드 기획의 의도, 전략적 사고가 무엇인지를 고객이 알아야 한다는 인식에 따라 고객과의 소통을 중시한다."
-증시가 약세를 보일 때도 안정적 수익을 추구하는 이채원 부사장의 한국밸류자산운용 펀드, '박현주 성공신화'를 만든 미래에셋펀드, 그리고 5년간 장기 수익률이 상위 1%에 들어갈 만큼 성과가 좋은 에셋플러스의 '리치투게더 펀드' 등 3개사의 펀드의 비교해 달라.
"모두 본인의 회사에서 운용하는 펀드가 좋다고 하지 않겠는가. 굳이 비교한다면 '전문가적 오너십'이 자산운용업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자산운용업을 잘 아는 사람, 그리고 운용 철학을 실천할 수 있는 힘이 가장 중요하다. 이 두 가지를 달성케 하는 것이 바로 전문가적 오너십이다. 그런 점에서 3사는 매우 비슷하다. 증권업의 특성을 아는 3명의 전문가가 회사를 이끈다. 다만 운용 철학의 관점에서 에셋플러스는 '소수 펀드 원칙'을 지킨다. 자산운용사는 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펀드를 안 만들 이유가 없다. 하지만 나는 5년 동안 새로운 펀드를 만들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 원칙을 지킨다는 차원에서 다른 회사와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있다.
크기가 큰 펀드보다는 좋은 펀드를 만들고 싶다. 투자자들에게 메시지를 주는 펀드를 만들고 싶다. 현재 자본시장은 인기 있는 펀드를 만들어내고, 인기 있는 펀드를 사고파는 구조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좋은 펀드를 만들고 유통하고, 찾아 다니고, 유통하도록 노력하는 구조로 바꿔 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수펀드에 집중할 경우 펀드 규모가 적정 수준 이상으로 비대화될 우려도 있지 않은가.
"액티브 펀드의 경우 내가 투자하는 지역의 지수를 추종하는데, 지수는 시장 참여자의 평균값이다. 제가 할 역할은 평균 이상의 기업을 사는 것이다. 세상에 평균이 존재한다는 것은 평균 이상과 이하가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인 강방천이 평균 이하보다는 이상을 고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평균 이상인 기업의 특징은 첫째, 이익에 대한 지속성을 만드는 기업이며 둘째, 이익 예측이 가능한 기업이고, 셋째 이익 변동성이 작은 기업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가치투자라는 것은 이 3가지 측면에서 우수한 기업을 찾고 투자하는 것이다.
-주식투자라는 것은 가치와 가격간 괴리를 발견하고 가격이 가치에 수렴하도록 기다리는 게임이다. 보통의 경우 가격이 오르면 목표 수익을 함께 상향 조정하다가 매도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가치 투자'라고 하면 사놓고 기다리는, 흔히 '바이 앤 홀드(Buy and hold)'전략을 떠올리게 되는데 주식을 매도할 때 기준으로 삼는 것은 무엇인가.
"비즈니스 모델이 망가질 때 매도를 한다. 비즈니스 모델이 유지되더라고 경쟁이 심화될 경우 매도 타이밍으로 삼는다. 예를 들어 조선업이 초호황이라고 했을 때 동시에 조선업의 경쟁이 격화된다. 수요와 경쟁을 같이 봐야 한다는 의미다. 수요 상황이 나빠지면 투자자들은 수요 측면만 바라보는데, 이 과정에서 마이너(minor) 기업들이 사라진다. 제품의 포트폴리오 구축 능력, 매출의 다변화 등이 비즈니스 모델의 견고성을 만들어낸다. 매도 시점은 구조적으로 강한 비즈니스 모델에 안 좋은 변화가 생길 때, 경쟁 구도가 심화될 때, 수요 대체제가 등장했을 때 등이다.
-한국 뿐 아니라 중국의 고령화 속도가 빠르다. 고령화가 빨리 진행되면 저성장 기조에서는 이익의 지속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종목을 고르기가 만만치 않다. 어떤 식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가.
"한국은 인구가 늘지 않는다. 하지만 인구가 준다는 이유로 투자행위를 멈춰서는 안 된다. 유형별로 늘어나는 인구를 찾고, 거기에 투자하는 게 중요하다. 대표적인 예가 노인인구, 모바일 인구, 그리고 체류형 인구다. 한국 인구가 총체적으로 줄고 있는 과정에서 어떤 유형의 인구가 늘어나는지 파악하는 혜안이 필요하다.
중국의 경우 2030년 이후 노령화가 진행된다. 노령화가 전체적으로 진행되면 20년 사이에 진정한 소비의 시대가 올 것이다. 우리나라도 베이비붐 세대가 탄생하고 퇴직하기 전까지 진정한 소비의 시대가 오지 않았는가. 중국 역시 지금부터 그때까지 최고의 소비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중국의 햇빛이 비치는 곳에 투자하라'는 의미다. 조선, 철강, 해운업 등은 투자의 시대가 만들어낸 익숙한 사업이기 때문에 더 이상의 밸류에이션(가치)이 없다. 노령화 시대 이전까지 극도의 소비가 있을 것인데, 이 과정과 함께하는 기업을 찾으면 분명 수익을 낼 것이다.
미국은 인구 구조로 따져봤을 때 다시 부상하고 있다. 셰일가스 등 에너지 분야와 모바일 환경과 관련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분야를 주목해야 한다. 특히 구글은 '생각을 읽어버리는 기계'로 정의될 만큼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가. 한국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역할을 한다고 하지만 이 역할이 끝나면 무엇이 남을지 의문이다. 고속도로 만드는 과정에서 시멘트 파는 회사가 이익을 얻었지만, 고속도로가 완성된 후에는 자동차 회사가 먹고 살게 된다. 한국에서는 상당수 기업들이 시멘트 회사의 역할을 했지만, 돈을 벌만한 자동차 회사가 있는가를 생각하면 큰 걱정이다."
-저성장 시대에 투자자들은 금리에 따라 투자 방향을 결정한다.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부동산, 예금, 주식 투자 중 어떤 것이 바람직한 투자 대상인가.
"중요한 자산운용수단으로 부동산, 예금, 주식 등 3가지를 꼽는다면 가장 투자 수익이 기대되는 게 주식이다. 다만 주식시장에서 큰 폭의 상승은 기대되지 않는다. 코스피 2200~2300 돌파가 쉽지 않다고 본다. 2000선에서 더욱 오를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 한국 기업 가운데 철강, 해운, 반도체 등 어떤 업종도 낙관적 전망이 어렵다. 상장기업의 이익이 늘어날 근거를 PER(주가수익비율)에서 찾아야 하는데 PER에 영향을 미치는 이익의 지속성, 예측가능성, 변동성 등을 자신할 수 없다."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업종이나 종목을 추천한다면.
"성장하는 동안에는 주가가 뜨지 않는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2000년 이후 2010년까지 고도성장과 함께 주가가 뜨지 못했다. 따라서 성장기가 끝나갈 때가 투자 기회다. 성장이 끝난 뒤에는 1등 기업을 중심으로 판매가격을 올리고, 수익성도 높인다. 하지만 시장이 완전히 성숙기에 접어들면 돈을 벌지 못한다. 그때는 두 가지 관점을 살펴봐야 하는데 첫째는 다른 기업이 망하더라도 마지막까지 존재하는 기업을 찾는 것이다. 두 번째는 새로운 제품으로의 전환이다.
개별 종목별로는 비즈니스 모델이 좋은 기업을 찾아야 한다. 고객이 고객을 만드는 비즈니스 모델, 미래의 변화를 새로운 표준으로 만들어나가는 기업들을 찾아야 한다. 앞으로는 소프트웨어 속에서 가치가 나올 것이다. 하드웨어 업체들의 역할은 끝나가고 있다. 이제는 NHN과 같이 소프트웨어적 모바일 생태계를 만드는 회사가 뜬다. 또 자동차 부품업체처럼 미국의 재부상으로 수혜를 받는 기업을 주목할 만하다."
-판교 사옥 이전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안다. 본사 이전을 계획하게 된 계기는.
"여의도와는 인연이 없는 것 같다. 1987년 동방증권(현 SK증권)에 입사한 뒤 쌍용증권, 동부증권 등을 거쳤지만 이들 회사는 모두 을지로, 테헤란로 등지에 자리잡고 있었다. 1999년 에셋플러스투자자문을 만들 때 본사를 제주도에 두려고 했다. 당시 제주에 사놓은 부지가 아직도 있다. 에셋플러스자산운용 본사를 제주로 옮기지는 못하지만 내년 2월 판교로 이사를 간다.
'세상은 사실로부터 출발하고, 정확한 판단과 과감한 액션이 필요하다'는 원칙을 간직하고 있다. 그래서 '여의도는 아무런 메시지도 주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여의도의 전광판은 주식 가격 가치를 녹여버린다. 주가 상승으로 인한 흥분이 흥분을 만들고, 하락으로 인한 공포는 공포를 만든다. 오르내리는 가격 속에 녹아 들기보다는, 멀리 떨어져 관조하는 힘이 더 강하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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