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아이즈]북한 노리개일뿐…평가절하 되는 로드맨 '농구 외교'

기사등록 2013/09/25 14:39:25 최종수정 2016/12/28 08:06:19
2011년 테리 정이 제공한 케네스 배(한국명 배준호)의 사진. 케네스 배의 여동생 테리 정은 지난 달 11일 케네스 배의 체중이 약 23㎏ 줄어 입원했다며 그의 신속한 석방을 촉구했다. 2013.09.12 <뉴욕=AP/뉴시스>
【서울=뉴시스】이수지 기자 = ‘코트 위의 악동’으로 유명한 전 미국 프로농구(NBA) 선수 데니스 로드맨(52)이 지난 2월에 이어 지난 3일부터 5일간 북한을 재방문한 뒤 자신의 농구외교가 북한 개방의 불씨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정작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로드맨의 행보를 흥밋거리로 평가절하 하는 분위기다.

 그는 지난 9일 2번째 북한 방문을 마치고 귀국길에 가진 기자회견에서 전 NBA 선수들과 함께 다시 북한을 방문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내년 1월8일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에 북한에서 2차례 시범경기를 할 계획이라며 미 NBA 농구단 시카고불스 축신 동료 스카티 피펜과 유타 재즈의 전 스타 칼 말론 등이 참여해주길 바란다며 시범경기에 참여할 북한선수 선발을 돕기 위해 오는 12월 북한을 다시 방문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 비서가 자신에게 2016년 올림픽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들을 훈련하고 아일랜드 출판사 패디파워가 후원한 이번 방북에서 자신으로 하여금 김 제1 비서에 관한 책을 쓰도록 허락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난 4월 15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케네스 배(한국명 배준호)의 석방 문제에 관련한 기자들로부터 집요하게 질문받자 “이는 내가 상관한 일이 아니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물어보라”며 다소 신경질적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그는 “이 ‘농구 외교’가 북한의 개방과  케네스 배의 석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그의 방북에 앞서 북한이 케네스 배 석방 문제를 교섭하기 위해 로버트 킹 미 북한 인권 문제 특사의 북한 방문 요청을 한·미 합동군사연습을 이유를 들어 킹 특사의 방북 초청을 철회했다.

 그가 지난달 30일 미국 인터넷 뉴스매체 허핑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김 제1 비서에게 케네스 배의 석방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혀  미국과 북한과의 관계 개선 징조로 여겨졌던 킹 특사의 방북이 철회되자 로드맨이 이번 재방북으로 김 제1 비서를 만나 케네스 배의 석방을 얻어낼 것이란 추측이 나돌았었다.  

 지난 2월 말 미국 묘기 농구단 ‘할렘 글로브 트로터스’ 일행을 이끌고 북한을 방문했던 그는 3일 평양의 순안공항에 도착해 파격적 대우를 받았다.

 중국 CCTV가 평양발로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그는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북한 당국이 준비해둔 벤츠 승용차를 타고 숙소로 이동했고, 경찰차의 호위를 받기도 했다. 이번 방북 일정에도 그는 김정은 가족과 해변에서 편안한 시간을 보내며 식사와 술을 함께 하기도 했고 김 제1비서의 딸 ‘주애’를 직접 안아보기도 했다.

 7일 평양에서 중국 베이징 공항으로 나온 그의 곁에 역시 ‘케네스 배’는 없었다. 그는 귀국길에 가진 기자회견에서 “김 제1 비서는 내 평생 친구며, 다른 사람이 뭐라고 말하든 난 신경 쓰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케네스 배의 지인들이 로드맨의 행보에 실망감을 드러냈다. 자신의 명성을 위해 미국인 억류 문제를 이용했다는 불만을 토로했다. 

 이들은 로드맨이 북한에서 케네스 배를 데리고 오지 못해서가 아닌 방북 계획을 홍보할 때마다 늘 케네스 배 석방 문제를 거론해 왔던 그의 진정성에 의구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케네스 배와 미 서부 오리곤대학을 함께 다녔던 바비 리는 미국에서 케네스 배의 석방운동을 주도하며 로드맨에게 그동안 여러 차례 도움을 요청했다.

 존 키츠하버 오리건 주지사 보좌관인 그는 9일 보이스오브아메리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지난 수개월 간 10차례 넘게 로드맨과의 대화를 시도했으나 단 1번도 이에 대한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베이징=AP/뉴시스】7일 미국프로농구(NBA) 스타 출신의 데니스 로드먼(52)이 북한 평양 공항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지난 3일 방북한 로드먼은 베이징을 거쳐 귀국하는 길에 취재진과 만나  김정은-리설주 부부와 함께 농구경기를 관람하는 장면,  김 제1위원장과 함께 식사를 하는 장면 등 사진 수십 장을 공개하면서 그와의 만남에 대해 설명했다. 2013.09.07
 그는 로드맨 측 인사들이 케네스 배 석방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하자는 제안에 관심을 보였지만, 정작 로드맨에게선 어떤 답변도 들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케네스 배의 석방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온 로드맨의 태도가 방북 이후 바뀐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로드맨의 귀국길에 가진 기자회견 발표 내용을 지적하며 그가 처음부터 자신을 홍보하기 수단으로 케네스 배 석방 억류 문제를 언급해 온 것이라고 비난했다.

 케네스 배의 석방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또 다른 대학동창인 데니스 권도 같은 날 보이스오브아메리카에 로드맨의 방북 전후 행보에 실망했다고 밝혔다.

 그는 로드맨이 스스로 제기했던 케네스 배 석방 문제는 제쳐놓은 채 홍보성 행사 발표에 연연하는 모습에 당황했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인터넷을 통한 케네스 배의 석방 청원 운동은 꾸준히 전개되고 있으며 미 국무부는 케네스 배 석방을 위한 킹 특사의 방북 계획이 여전히 유효하다며, 북한이 재초청 의사를 밝히면 킹 특사를 언제든 파견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여전히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로드먼의 행보를 ‘흥밋거리’로 평가절하 하는 분위기다. 한 워싱턴 소식통은 “뉴욕채널이라는 북·미 대화창구가 있는데 농구선수가 ‘메시지’를 전한다는 게 우스꽝스러운 일”이라며 “미국 정부도 지난번 첫 방문 때처럼 개인적인 방북이며 의견일 뿐이라는 입장일 것”이라고 했다.

 CNN도 지난 6일 로드맨을 김정은의 노리개라며 그의 방북 행보를 평가절하 했다. 

 미국 터프츠대 플레처스쿨의 이성윤 교수는 CNN에 기고한 '로드맨, 김정은의 노리개뿐'이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NBA 스타선수 출신 데니스 로드맨의 재방북과 케네스 배 석방 문제의 관련성이 주목되지만, 로드맨이 미국 정부 입장을 대표해 민감한 정치적 문제를 협상할 자격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김 제1 비서가 로드맨과 친분을 유지하는 것은 그가 디즈니 만화 캐릭터와 선정적 복장으로 무대에 오르는 여인들을 좋아하는 점과 유사한 행동 양태라는 것이다.  

 그는 또한 김 제1 비서가 미국 스포츠나 할리우드에 친근감을 표시한다고 해서 국제 사회가 북한의 정치범 수용, 고문, 살해, 성노예화와 같은 인권 범죄를 잊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971년 미국과 중국의 ‘핑퐁 외교’가 의미가 있었던 것은 당시 소련의 위협이나 베트남전, 대만 현안 등 양국 이해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며 로드맨의 ‘농구 외교’를 이에 비유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suejeeq@newsis.com

※이 기사는 뉴시스 발행 시사주간지 뉴시스아이즈 제345호(9월30일자)에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