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수 중에서는 처음으로 고집스러운 장인정신을 내세우는 독일 음반 레이블 ECM을 통해 동요 앨범 '루아 야(Lua ya)'를 발표한 재즈 보컬리스트 신예원(32)은 거듭 감사해했다.
2011년 11월 남편인 기타리스트 정선(31)을 따라 피아니스트 아론 파크스(30)가 앨범을 녹음하던 미국 우스터의 메커닉스홀을 찾은 것이 계기가 됐다. "제 목소리로 사운드 체크를 해보자고 해서 무심코 저도 모르게 '섬집 아기'를 불렀어요.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때가 임신 초기였어요. 아기가 준 메시지인 것 같아요. 엄마가 될 사람이라서 직감으로 그 노래를 부른 것 같아요. 호호호."
이후 5개월이 지난 뒤 파크스, 아코디언 연주자 롭 쿠르토와 함께 같은 장소에서 정식으로 동요들을 녹음했다. 이후 정선이 프로듀서로 활약 중이기도 한 ECM의 만프레드 아이허(70) 대표가 이 녹음을 듣고 자신의 레이블에서 내자고 했다. "느낌을 중요시하는 분인데 그냥 내고자 하는 직감이 왔나봐요"라며 머리를 긁적였다.
앨범에는 '섬집아기'(Island Child)를 비롯해 '과수원길'(The Orchard Road), '달맞이'(The Moonwatcher And The Child), '오빠생각'(Remembrance) 등 우리 동요를 우리말 그대로 재즈로 재해석해 실었다.
동요는 마음을 따뜻하고 순수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고 여긴다. 마음 속에서 저절로 흘러나온다. '루아 야' 수록곡 역시 미리 계획된 곡들이 아닌 즉흥으로 멜로디가 쏟아져나온 것들이다.
"음악을 참 좋아해요. 요즘에는 춤도 추고. 음악하는 것이 힘들어서 안 했으면 하지만, 그래도 굳이 자신이 한다면 어쩔 수 없죠."
가족이 소중한 신예원에게 남편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지금 같은 음악을 하는데 영향이 가장 컸죠. 제게는 음악이 가장 우선이었는데 남편을 만나면서 가족도 우선시 하게 됐어요."
이야기는 자연스레 정선의 아버지이자 신예원의 시아버지인 정명훈(60)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에게로 옮겨졌다. "정말 태어나서 그렇게 음악을 위해 희생하는 분은 못 봤어요. 어디를 가든 악보만 보세요. 제가 기억하는 아버님의 모습은 요리를 하거나, 공부를 하는 것이에요. 때문에 옆에서 보기만 해도 감동을 주죠."
신예원은 9월 3~7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과 IBK챔버홀에서 펼쳐지는 'KDB대우증권 창립 43주년 기념공연-ECM 뮤직페스티벌' 첫날, 파크스와 호흡을 맞춰 이번 앨범을 들려준다. 뉴욕에서 근거리에 살았던 친구인 파크스와 공식 무대에서 함께 연주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동덕여대 실용음악과 출신인 신예원은 대중가요로 음악계에 발을 들였다. 2002년 1집 '러블리'로 데뷔, 수록곡 '별'을 히트시키기도 했다. 이후 김진표, 이승환, 윤상 등과 작업을 했다. 2006년 뉴욕의 재즈 명문 뉴스쿨 유니버시티에 들어간 뒤에는 관심이 있었던 재즈로 방향을 틀었다. 2011년에는 브라질 재즈 앨범 '예원'으로 '제12회 라틴 그래미 어워드'의 '최우수 브라질 앨범'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기도 했다.
"어렸을 때부터 음악 뿐 아니라 다양한 것에 호기심이 많았어요. 영화도 두루 보고 음식도 다양하게 먹어요. 아직까지도 시간이 있다면, 다양한 음악을 찾고 싶어요. 근데 이번 앨범이 제가 평소 하고 싶었던 음악에 가장 가까운 것 같아요. 저를 발견할 수 있는 길목을 찾았거든요."
어느덧 데뷔 11년째다. 다양한 음악 장르를 섭렵해온 그녀는 "'자존감'과 '자신감'은 다르잖아요.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믿음이 없다면 노래를 부르는 것이 어려운 일이지 않을까라는 것을 깨달아가고 있어요"라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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