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 철저한 3인칭 소설 '정글만리'…중국은 세계경제 전장

기사등록 2013/07/16 16:14:18 최종수정 2016/12/28 07:46:20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작가 조정래가 1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장편소설 '정글만리' 출간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3.07.16.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박영주 기자 = "중국은 무너졌는데 소련은 무너지지 않았다. 더구나 중국은 전 세계가 놀랄 정도의 빠른 시간, 20년 동안에 우리의 KTX와 같은 속도로 빠른 과학적 힘을 발휘했다."

 대하소설 '아리랑' '태백산맥' '한강'의 작가 조정래(70)씨가 3년 만에 신작 장편소설 '정글만리'를 펴냈다.

 세계 경제의 중심이 돼 G2로 발돋움한 중국의 역동적 변화 속에서 한국·중국·일본·미국·프랑스 등 다섯 나라 비지니스맨들이 벌이는 경제 전쟁을 그렸다. 성공을 좇는 이들의 욕망과 암투가 다종다양한 중국식 자본주의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급속한 개발이 빚어낸 공해 문제, 인명경시 세태, 저소득 농민공의 모습 등 과속 성장의 폐해를 드러내며 '인간 존재란 무엇인가'라는 원초적 질문도 던진다.

 중국을 바탕으로 세계 경제에 대한 통찰과 전망을 했다. 중국을 방문한 조씨가 소련의 갑작스런 몰락과 달리 중국의 건재한 모습을 보고 중국을 무대로 소설을 써봐야겠다고 마음먹고 20여년을 꾸준히 고민한 결과물이다.

 조씨는 16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중국을 무대로 소설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한 지 20년이 지났다. 내 생각보다 중국은 훨씬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2016년쯤에는 미국을 제치고 G1이 된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전망은 틀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우리나라는 휴전선을 벗어난 상상력을 발동할 수 없다. 내가 중국을 무대로 글을 써서 우리 소설도 무대를 확장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은 마음으로 책을 썼다"고 중국을 배경으로 삼은 배경을 설명했다.

 작품 제목도 중국과 연관이 있다. "돈을 향한 인간들의 열정과 야만성을 보여주는 나라가 현재의 중국이라고 판단했다. 인정사정 없고 안면몰수 한다. 정글 또한 들어가면 약육강식인 곳이다. 세계 강대국들이 중국을 먹이로 삼고 있는데 그 치열한 생존 경쟁이 정글과 똑같다는 뜻이다. 또 중국의 상징성이 '용'과 '만리장성'이라 '만리'를 따왔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작가 조정래가 1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장편소설 '정글만리' 출간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3.07.16.  bjko@newsis.com
 '정글만리'는 3월25일부터 7월10일까지 매회 원고지 30매 내외 분량으로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연재됐다. 100만회 이상의 높은 조회수와 1만건 이상의 댓글을 기록했다.

 "네이버에 연재하면서 느낀 게, 미국에서 읽고 있다는 연락이 왔다. 공짜여서 더 좋다는 내용이었다"며 웃었다. 중국 주재원들의 반응에 대해서는 "중국에서 중국 얘기를 읽으니 실감난다고 했다"고 전했다. "최첨단과 언론의 지배력이 얼마나 엄청난지, 또 글로벌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절실히 깨달았다. 핸드폰으로 소설을 읽는 세상이다. 작가들은 좋은 작품을 전파하는 매개체를 얻음과 동시에 수많은 기능으로 작품 전파를 방해하는 수단이 생겼다"고 짚었다.

 조씨는 소설의 단일화를 우려하기도 했다. "작가들이 컴퓨터로 소설을 쓰는 것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시인들이 한 페이지 분량의 시를 컴퓨터로 쓰는 것은 이해가 안 간다. 이는 유괴범을 조심하기 위해 초등학생이 핸드폰을 쓰는 것과 똑같은 이치다. 이러한 문화적 넌센스를 계속한다면 우리문화의 독자를 계속 잃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 "작가들 중 객관적인 소설을 쓰는 사람이 많이 사라져가고 있다. 후배들에게 '3인칭' 소설을 쓰라고 하는데도 그렇게 안 쓴다. 철저히 3인칭 소설을 쓰고 있는 나로서는 후배 작가들의 책을 읽으면 10페이지를 넘길 수가 없다. 전부 '나'로 표현한다. '3인칭' 시점을 극복하지 못하면 앞으로 소설의 기능이 굉장히 약화될 것"이라고 봤다.

 앞으로 10년 동안 1권짜리 장편 2편, 3권짜리 장편 2편, 단편집과 산문집을 하나씩 쓸 계획이다. "작품을 끝낼 때마다 '다시는 소설을 쓰지 않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시 새 작품을 향해 새 길을 떠날 짐을 꾸려야겠다."

 gogogirl@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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