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의 '나비효과'…136억원 사기 사건의 전말
기사등록 2013/06/14 10:14:34
최종수정 2016/12/28 07:36:39
사채 돌려막다 사기 행각 계획
【창원=뉴시스】강승우 기자 = 지난 3월 경남 창원에서 발생한 '고배당 이자' 사기 사건의 전말이 경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이 사건은 피해자 115명, 피해금액만 136억원에 달해 한동안 창원을 떠들썩하게 했다.
◇수면 위로 드러난 사기 사건
지난 3월초 경남 창원중부경찰서 1층은 오전부터 수십명의 여성들로 북적거렸다.
이 가운데 몇몇 여성은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오열하기도 했다.
피해자들은 "수십명이 개인별로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지인에게 맡겼는데 지인이 갑자기 연락을 끊고 잠적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136억원의 사기 사건은 이날 이렇게 수면 위로 드러났다.
돈을 관리하던 지인이 잠적했다는 소식은 순식간에 피해자들에게 퍼졌고 수사과는 이날 업무가 사실상 마비가 됐다.
경찰은 사안이 중대하다고 판단해 수사과 대부분 직원이 매달려 피해사례를 모으기 시작했다.
사건 접수 첫날에 확인된 피해자만 36명, 피해금액은 3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하지만 첫날 조사를 마쳤던 피해자들은 "실제 고소한 피해자들 외에도 더 많은 피해자가 있다"며 "피해금액은 최소 11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규모 눈덩이처럼 불어나
같은달 8일 오후 창원시내 한 ATM기에서 주범으로 지목된 A(35·여)씨가 긴급체포 되면서 경찰은 사건 관련 용의자 4명을 모두 붙잡았다.
사건 수사 3일째 경찰이 수사에 탄력을 받은 만큼 그 피해규모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A씨와 B(46·여)씨 등이 공모한 사기 행각의 피해자가 115명으로 늘어남에 따라 피해금액도 애초 3배가 넘는 129억원으로 늘어났다.
A씨 등은 지난 2011년 5월부터 같은 아파트 주민 등에게 "돈을 빌려주면 월 10~20%의 높은 이자를 주겠다"고 속여 돈을 받았던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나타났다.
범행 초기 피해자들은 A씨와 B씨로부터 이자에 상응하는 돈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피해자들이 받았던 이자는 사건의 또 다른 피해자들이 A씨 등에게 속아서 건네준 돈이었다.
별다른 직업이 없었던 A씨와 B씨는 이렇게 돌려막는 수법으로 주변의 의심을 피했고 이 때문에 피해규모는 점점 늘어갔다.
이런 가운데 A씨 등은 따로 챙긴 돈으로 수억원의 상가를 매입하고 고급 외제차를 구입하기도 했다.
경찰이 수사를 마무리할 즈음 최종 확인된 피해금액은 136억원이었다.
경찰은 같은달 14일 A씨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과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B씨를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각 구속했다.
◇무등록 고리 대부업체…사건 시발점
경찰은 애초 여성 2명이 이 같은 범행을 이어가기엔 무리가 있다고 판단, 배후를 찾는데 수사력을 집중했다.
그리고 3개월여의 수사 끝에 경찰은 A씨에게 연 최대 400%의 고금리로 돈을 빌려준 무등록 대부업자 15명을 검거하면서 '고배당 이자' 사기 사건의 전모가 밝혀졌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남편과 함께 운영하던 소규모 가구점의 경영난으로 은행권 대출뿐만 아니라 사채를 써가며 돌려막기로 빚을 갚았다.
A씨는 지난 2011년 3월9일 창원의 무등록 대부업자인 C(29)씨에게 가구점 운영비로 600만원을 빌렸다.
C씨는 선이자를 포함한 48만원을 공제하고 원금 552만원을 받아 하루에 12만원씩 갚는 조건으로 법정이율의 10배를 초과한 이자로 A씨에게 돈을 빌려줬다.
A씨가 15명의 무등록 대부업자들로부터 돈을 빌리고 갚은 규모가 16억원에 이르렀다.
경찰은 이 가운데 실제 원금은 절반으로 나머지 절반은 무등록 대부업자들이 이자와 수수료 명목으로 챙겼다고 전했다.
경찰은 사채의 악순환이 이어지자 A씨가 지난 2011년 5월부터 지난 3월까지 B씨를 중간책으로 같은 아파트 주민 등을 상대로 '고배당 이자' 사건을 계획하고 실행에 옮겼다고 설명했다.
강태경 지능범죄팀장은 "A씨가 사채를 돌려막는 과정에서 '범행 수법'을 파악했다고 밝혔다"며 "결국 원금 8억원의 개인 사채 빚이 피해금액 136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유사수신 사기 사건으로 확대된 셈"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대부업법을 위반해 챙긴 부당이익을 환수하기 위해 국세청에 검거된 무등록 대부업자들을 통보할 예정이다.
ksw@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