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코피노'에 한국을 가르치는 장지연씨

기사등록 2013/06/04 18:35:32 최종수정 2016/12/28 07:33:50
【춘천=뉴시스】박선애 기자  = 장지연(오른쪽)씨는 지난 26일 필리핀 세부에서 코피노 루미(가명)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루미의 아빠는 한국인이며 루미는 아빠의 얼굴은 한번도 본 적이 없다. (사진=장지연씨 제공)  parksa@newsis.com
한국인 남성과 필리핀 여성 사이 출생 1만명 추산
 정체성 혼란·반한감정 유발 부작용 많아 대책 필요
 현지에서 후원 봉사활동…학교 설립 부지 마련도

【춘천=뉴시스】박선애 기자 =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 큰 만큼 한국에 대한 이미지도 나빠지고 있는 아이들이 많이 안타깝습니다"  

 한국인 남성과 필리핀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라는 뜻인 일명 '코피노(KOPINO·Korean+Phillippino)'가 이제 필리핀에서는 '버려지는 아이들'이라는 뜻으로 불리고 있다.   

 우연한 계기로 코피노 아이들을 만났다 그 순수함과 안타까움 마음이 뒤섞여 봉사활동을 결심했다는 장지연(42·여)씨를 만나 현지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필리핀에는 교민들을 위한 교회 등이 코피노를 돕겠다며 아이들을 찾곤 하지만 단발성으로 진행되고 선교가 주 목적이라 보여주기식의 행사가 강해 아이들은 그 속에서 진심을 느끼지 못하는 모양입니다"  

 장씨는 많은 민간업체와 교회 등이 코피노를 위해 지원사업을 벌이고 일대일 결연을 진행해 후원하고 있지만 이보다도 시급한 건 아이들의 자립을 돕는 일임을 강조했다.  

 "아이들을 처음 만났는데 사실 저 역시도 아이들이 안됐다는 마음에 맛있는 음식을 사주고 함께 놀아주기 바빴어요. 아이들과 헤어지기가 아쉬워 사진을 찍자고 카메라를 꺼냈는데 벌써부터 아이들이 포즈를 잡고 미소를 짓더라구요. 그 때 알았어요. 아, 이미 아이들은 이런 생활에 익숙해져 있구나…"  

 그때부터 장씨는 아이들을 위해 진심으로 해줄 수 있는 일을 고민했고 한국에서 강사 활동을 하고 있는 점을 이용해 정체성 혼란을 느끼는 아이들에게 한국을 알려주고 싶었다.  

 "자신을 버린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 너무 크다보니, 한국에 대한 이미지도 좋지 않습니다. 아이들에게 자신의 뿌리인 한국의 언어를 비롯해 한국 문화와 예절 등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춘천=뉴시스】박선애 기자  =사진 속의 아이는 리나(가명)다.  리나의 엄마는 일하던 업소에서 한국인인 리나의 아버지를 만났고 리나를 임신하자 급히 한국으로 떠났다. 리나의 엄마는 리나를 낳은 지 두달만에 생활고에 시달려 세상을 떠났다. 리나는 현재 할머니가 돌보고 있다. (사진=장지연씨 제공)  parksa@newsis.com
장씨는 최근 세부에 방과 후 학교를 설립할 부지도 눈 여겨 보고있다.  

 "코피노에 대한 교육은 물론 그들의 어머니들의 교육도 진행해 필리핀 사회에 터잡은 교민들과 협력을 통해 일자리 마련도 도울 예정입니다"  

 장씨는 코피노 가정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과 자립심을 키워, 이미 받는 것에 익숙해지고 현지 아이들과 피부색·생김새가 달라 위축된 삶을 살아온 그들이 세상 밖으로 걸어나올 수 있게끔 도와주고 싶다고 설명했다.  

 또 더이상 무분별로 늘어나는 코피노들의 급증을 막기위해 한국 유학생들과 관광객들의 윤리의식이 결여된 성관계 등과 아이를 출산하고 돈을 뜯어낼 목적으로 한국남자를 이용하고 있는 필리핀 여성들을 지적했다.  

 "카톨릭 국가인 필리핀은 낙태가 절대 허용되지 않습니다. 그러니 더이상 순간의 욕정을 못이겨 아버지 얼굴도 모르는 코피노가 태어나게 해서는 안되며 또 필리핀 여성들 역시 쉽게 돈을 벌 생각으로 한국인을 상대로 호객행위를 나서고 있는데, 이는 곧 여성들의 사상이 바뀌지 않는 이상 코피노들은 엄마의 삶과 같은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라고 안타까워 했다.  

 현재 필리핀 현지에서 거주하고 있는 코피노는 1만여명 이상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몇몇의 코피노는 출생신고가 이뤄지지 않아 주민등록증 조차 발급되지 않는 실정이다.  

 "필리핀을 시작으로 앞으로 캄보디아와 베트남까지 세계 곳곳에 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르는 채 살아가고 있는 아이들을 교육할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아이들이 진정한 한국인으로 성장하는 것. 그것이 저의 작은 꿈입니다" 얇은 장씨의 목소리에서 그녀의 다짐을 엿 볼 수 있었다.  

 한편 감성파워아카데미 장지연 원장은 금융투자교육원 전임강사, 한국언어문화원 교수/교육팀장, 이화여자대학교 평생교육원 강사,스피치 컨설턴트·이미지 컨설턴트 등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parksa@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