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고릴라가 연기하나, 할리우드 경악할 것…김용화 감독 '미스터 고'

기사등록 2013/04/18 07:21:00 최종수정 2016/12/28 07:19:24
【파주=뉴시스】김정환 기자 = 314만명을 들인 ‘오! 브라더스’(2003), 622만명을 모은 ‘미녀는 괴로워’(2006), 848만명을 앉힌 ‘국가대표’(2009) 등 히트작 제조기의 4년만의 신작, 순제작비만 225억원인 블록버스터, 국내 최초 풀 3D, 중국이 제작비 25%를 투자, 중국 동시개봉(5000개관) 등 스포츠 휴먼 ‘미스터 고’는 기대요인으로 차고 넘친다.

 가장 궁금하면서 또 걱정되는 것은 국내 기술로 창조한다는 주인공 고릴라 ‘링링’이다. 고릴라가 사람의 말을 알아듣고, 야구를 한다는 허영만(66) 원작 만화 ‘제7구단’의 상상력을 스크린에 구현하려면 ‘링링’ 역을 맡을 고릴라 배우가 필수다. 그렇다고 고릴라에게 연기를 가르칠 수는 없다. 사람이 고릴라 분장을 하고 하는데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길은 첨단 시각효과(VFX) 뿐이다.

 김용화(42) 감독과 투자배급사 쇼박스는 ‘반지의 제왕’(감독 피터 잭슨) 시리즈를 만든 뉴질랜드의 웨타디지털, ‘스타워즈’(감독 조지 루카스) 시리즈를 만든 미국의 ILM 등 해외 VFX업체들에게 외주를 주는 방안을 떠올렸다. 그러나 CG 제작비만 500억원이 넘는 엄청난 견적이 나오자 선택은 2가지로 좁혀졌다. 하나는 제작 포기, 다른 하나는 국내 기술로 제작하는 것이었다.

 ‘한국의 스티븐 스필버그’를 꿈꿔온 김 감독은 “해보자”로 마음을 굳히고 자신에게 이 작품의 연출을 제의한 쇼박스를 거꾸로 설득해 한국 영화사에 길이 남을 대도박을 벌이기 시작했다.

 김 감독의 꿈과 포부를 좇아 ‘국가대표’에서 호흡을 맞춘 정상급 CG 기술인력이 하나 둘 합류했다. 하지만 ‘맨땅에 헤딩’이었다. ‘고릴라’라고 단어만 입력하면 알아서 척척 만들어주는 상용 프로그램도 없었고, 그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았으며, 어느 곳에서도 배울 수 없었다. 처음부터 모든 것을 직접 만들어가야 했다.

 그렇게 3년 여가 흘렀다. 8명으로 출발한 기술인력은 어느새 180명으로 늘어났다. 김 감독의 머릿속에서 잠자고 있던 링링도 900개나 되는 크리처 숏을 통해 스크린에서 실제처럼 살아 움직일 정도가 됐다.
가장 난관이었던 링링의 ‘털’도 링링이 서있을 때, 링링이 움직일 때, 링링이 비를 맞을 때, 링링이 액션을 할 때가 제 각각일 정도로 완벽에 가깝게 해결됐다.

 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졌고, 시작하고서도 정말 가능할까 싶었던 ‘미스터 고’의 개봉 역시 7월17일로 개봉일을 확정했다.   

 경기 파주 출판단지 내 덱스터 필름에서 김 감독은 “‘국가대표’가 흥행한 뒤 성공의 기쁨과 동시에 허망함마저 느낄 때쯤 운명적으로 ‘미스터 고’가 찾아왔다. 이 영화를 과연 한국에서 만들 수 있을까 싶었다. 크리처 숏으로 1000장 가까운 영화는 할리우드에서도 존재하지 않는데 이 예산으로, 이 현장에서 가능할까 했다”면서도 “내 자신을 넘어보고 싶어 수치로나 물리적으로나 가능하지 않은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다. 유명 해외업체들에 구걸하다시피 제작을 의뢰했다가 말도 안 되는 예산이 나와서 하루에 30번씩이라도 접어야할까 했지만, 아무에게도 도움을 받지 말고 절벽에 우리를 세우고 과거의 성공을 다 접고 모든 것을 던지기로 했다. 이 사회, 이 영화계로부터 많은 것을 받았으니 이제 돌려줄 차례라고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나는 평소 영화는 없는 것을 발명하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에 숨겨져 있는 것을 발견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180명의 젊은이들이 ‘미스터 고’를 위해 그제밤도 새웠고, 어젯밤도 새웠으며, 오늘밤도 새울 것이다. 우리 영화는 바로 그런 우리 젊은이들의 열정과 재능을 발견하는 영화”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김 감독의 목은 메었고, 눈에서는 눈물이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았다. “조금 감성적이라서. 하하하”라고 쑥스러워 했지만 그간 자신과 스태프들의 각고의 땀과 눈물에 대한 회한으로 가득해 보였다.

 총 4개층으로 리셉션 데스크, 접견실. 서버실 등이 자리한 1층을 제외하고는 모두 스태프들의 작업 공간이다. 외부 스튜디오에서 작업한 모든 데이터들을 갖고 스태프들이 단계적으로 작업한다. 아직도 한창 작업 중이어서 스태프 각각의 모니터 속에서는 스케치 단계의 링링부터 성동일(46) 등 사람 배우들과 함께 연기하는 링링까지 갖가지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다. 모습은 이처럼 여러가지지만 링링은 코리안 드림을 넘어 아시아 드림을 꿈꾸고 있다.

 김 감독은 “지금까지 70% 가량 작업을 끝낸 상태”라면서 “개봉일 전에 모든 작업을 마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중국 배급은 민영배급사 중 최대인 화이가 맡았다. ‘적인걸’, ‘차이니즈 조디악’ 등을 배급한 메이저사다. 한국 영화로서 최초나 다름 없는 중국, 그것도 메이저의 파격적인 투자에는 김 감독이 중국에서 갖고 있는 이름 값이 크게 작용했다. “200억원이 넘는 제작비는 쇼박스로서도 큰 부담이 될 듯했다. 고민하던 중 앞서 중국 화이 측에서 훗날 내 작품에 꼭 투자를 하고 싶다고 말했던 것이 생각났다. ‘미녀는 괴로워’가 중국에서 불법 다운로드로 본 사람이 1억명에 달할 정도로 중국에서 내 영화들의 인기가 좋다. 그래서 용기를 내 화이에 투자 제안을 했다. 화이가 흔쾌히 투자를 결정해 이뤄질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한국과 중국은 약 1주의 시차를 두고 개봉한다. 국내 홍보 일정과 한국 첫 주말 흥행성적을 발판으로 중국 개봉관 수를 확대하기 위한 쇼박스의 전략이다. 예정된 중국 개봉관은 5000개인데 점점 늘어나고 있고, 개봉 당일 더욱 늘 것으로 쇼박스는 기대하고 있다. 중국의 상영관은 2만5000개가 넘는다. 한국은 2D와 3D를 개봉하지만 중국은 3D만 개봉한다. 불법 복제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김 감독은 “최근 화이 측 이사진이 방한해 아직 링링이 삽입되지 않은, 사람만 연기하는 가편집본을 봤다. 그런데 그날 몇몇 이사들은 눈물까지 흘리더라”고 말했다.

 ‘미스터 고’가 CG라는 볼거리뿐 아니라 스토리로도 관객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는 얘기인 동시에 한국인은 물론 중국인에도 충분히 소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셈이다. “한국에 이어 중국, 타이완, 동남아 등 20억명이 넘는 중화권 시장을 겨냥한다”는 김 감독의 발언이 근거가 없는 얘기가 아닐 수도 있다. 특히 한·중 합작인만큼 중국이 자국 영화를 보호하려고 외국 영화의 상영을 봉쇄하는 7~8월에도 ‘미스터 고’는 당당히 중국 극장가에서 상영될 수 있다. 승산이 있는 것이다.

 문제는 ‘미스터 고’를 통해 개발됐거나 발전된 VFX 기술의 향후 활용이다. 이런 대작들이 끊임없이 제작되는 할리우드와 달리 ‘어쩌다 한 편’을 만들까 말까한 한국 영화계 현실에서 자칫 사장되거나 무용지물이 될 우려도 높다. 김 감독은 ‘미스터 고’ 이후까지 고민하고 있다.

 “우리는 다른 CG업체들처럼 소규모 예산의 작업까지 하면서 운영비를 벌 수는 없는 구조다. 블록버스터급을 작업해야 한다. 덱스터필름을 이끄는 내가 이런 작품을 또 만들거나 국내외 대작들의 VFX 제작을 대행해야 한다. 다행히 중국에서 제작 의뢰가 들어와 작업 중이고, 미국에서도 7월 이후에 제작을 맡기겠다는 의사를 전해왔다”고 귀띔했다.

 “‘미스터 고’의 속편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김 감독은 “건방진 소리로 들릴 수 있지만, 할리우드가 만들어준 시나리오대로 만들기 위해 할리우드로 나갈 생각은 없다. 내가 만든 이야기를 갖고 할리우드에 진출하고 싶다”고 털어놓았다.

 ‘미스터 고’의 속편이 링링의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 버전이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기대를 품게 하는 의미심장한 말로 받아들여졌다.

 ace@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