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청주박물관(관장 윤성용)은 국내 최초로 금석문 판독 신기술인 RTI(Reflectance Transformation Imaging·반사율 변환 이미지)촬영을 통해 '계유명전씨아미타불비상'에 새겨진 글자 가운데 20여 글자를 판독하거나 새로 찾아냈다고 12일 밝혔다.
'계유명전씨아미타불비상'은 계유년이었던 신라 문무왕 13년(673년)에 멸망한 나라를 부흥하려는 백제 유민들이 충남 연기군 비암사에 조성한 불비상(佛碑像)으로 알려졌다.
높이 43cm, 폭 26.7cm, 두께 17cm로 신라의 삼국통일 과정 중 점령지에서 벌어졌던 일련의 움직임을 알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어 학계의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계유명전씨아미타불비상'에 새겨진 260여 글자 가운데 현재 180여 글자는 학계의 연구 결과 판독을 한 상태지만 나머지 80여 글자는 정확한 해석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는 아예 흔적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국립청주박물관의 발표로는 이번에 10여 글자를 재판독하고, 4글자를 새롭게 찾아냈다. 또 새로 추정한 6글자 등 20여 글자를 판독했다.
국립청주박물관은 그동안 학계에서 논란의 대상이었던 백제의 관등 '달솔(達率)'을 이 불비상 좌측면 아래쪽에서 찾아냈다. 함께 새겨져 있는 '내말(乃末)', '대사(大舍)' 등 신라의 관등과 더불어 당시 정치적인 상황을 엿볼 수 있는 글자다.
판독결과를 다시 바로 잡거나 새롭게 추정한 글자도 있다.
우측면 오른쪽 아래 '사진대사(使眞大舍)'의 '진(眞)'자는 '직(直)'자로 바로 잡았다. 뒷면 4단 4행 3줄의 '도(道)'자는 도의 우변인 '수(首)'자가 확실하지 않아 '통(通)'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을 수 없다고 이 박물관은 설명했다.
국립청주박물관은 이 불비상 정면 10~11행의 '화(化)'자와 '입(卄)'자를 새로 찾아냈다. 이 두자는 앞뒤의 글자와 이어져 뒷면에 조각한 '화불(化佛)' 20구를 자연스럽게 암시해준다.
국립청주박물관은 이 불비상에 '소사(小舍)'라는 신라의 관등을 새로 찾았다.
국립청주박물관은 오는 23일부터 6월23일까지 특별전 '불비상(佛碑像), 염원을 새기다'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공개할 예정이다.
성재현 국립청주박물관 학예연구사는 "그동안 논란을 일으켰던 '계유명전씨아미타불비상'에 새겨진 글자 가운데 20여 글자를 신기술을 통해 확실하게 판독함으로써 고대 문자 판독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밝혔다.
kkj@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