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소장은 지난 2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돈 뿐만이 아니라 자신이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일, 건강, 화목한 가정 등 비재무적인 부분도 미리미리 준비를 해 둬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은퇴 자금 마련과 관련해서는 "캐시플로(현금흐름) 확보가 필수"라면서 "지금 당장 100억원 상당의 부동산이 있다고 해도 현금이 없으면 굶어죽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매월 생활비를 현금으로 확보하는 가장 편리한 수단은 연금"이라면서, 200만원의 생활비가 필요하다고 가정하면 이 중 70만원은 국민연금으로, 나머지 130만원은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으로 마련할 것을 조언했다.
최근 '폐지론'이 제기되고 있는 국민연금에 대해서는 "국민연금이 고갈된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불신감이 높아졌는데 국민연금에 대한 오해가 좀 있는 것 같다"면서 "재정이 바닥난다고 연금 지급이 중단되는 것이 아니고, 실제 재정이 고갈된다고 해도 (연금액은) 정부 재정으로 지급이 된다"고 말했다.
-은퇴자들이 가장 고민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지난해 베이비부머 은퇴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고민 1순위는 자녀 결혼 준비, 그 다음이 자녀의 교육 문제였다. 연령별로 차이가 있었지만 공통적으로 자녀에 대한 고민이 가장 컸다. 이 모든 것들이 크게 보면 돈 문제다. 건강, 재취업, 여가활동 등도 은퇴자들의 '고민 리스트'에 올랐다"
-최근 금융회사들은 '은퇴 후 20억이 필요하다'는 식의 공포마케팅을 하고 있다. 과연 은퇴 후에는 얼마가 필요할까?
"20억원은 좀 과장된 것 같다. 통계자료를 보면 대한민국에서 은퇴한 50~60대 부부의 월평균 생활비는 150만원이었다. 국민연금연구원은 서울을 비롯한 도시에서 은퇴한 부부의 적정생활비로 210만원을 제시했다. 적정생활비는 최소생활비가 아닌, 부부가 함께 영화도 보고 외식도 할 수 있는 정도의 금액이다. 기대수명이 80세까지고 55세에 은퇴한다고 가정하면 은퇴 후 25년은 더 살아야 한다. 매월 210만원의 생활비를 확보하려면 약 7억원 정도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다만 이런 계산은 70~80대로 가면서 예상치 못한 의료비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했다"
-은퇴자금을 준비할 때 어떤 것들을 고려해야 할까?
"전체적인 (자금) 규모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현금흐름 확보가 필수적이다. 지금 당장 100억원 상당의 부동산이 있어도 현금흐름이 없으면 굶어죽을 수 있다. 매월 생활비를 현금으로 확보하는 가장 편리한 수단이 바로 연금이다. 연금자산의 특징은 종신으로, 죽을 때까지 나온다는 것이다. 죽을 때까지 매월 일정한 금액의 현금을 확보한다면 근심이 확 줄어든다.
생활비는 연금으로 충당하고 예기치 못한 의료비 등이 발생하면 준비해둔 목돈이나 다른 자산을 처분해서 쓰면 된다. 은퇴 후 월 200만원의 생활비가 필요하다고 가정해 보자. 국민연금으로 70만원을 수령한다면, 나머지 130만원은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으로 마련해야 한다. 예를 들어 130만원 중 30만원을 퇴직연금으로 받는다면, 나머지 100만원은 개인연금이나 다른 수단을 이용하는 게 좋다. 적어도 30~40대에는 이 정도의 계획은 있어야 한다"
-언제부터 은퇴 이후를 준비를 하는 게 좋을까?
"첫 직장에서 국민연금 보험료를 납부할 때부터 하는 게 좋다. 20대에는 100만원 중 10만~20만원만 연금으로 불입하고, 나머지 80만원은 적립식펀드나 뮤추얼 펀드 등에 투자하면 된다. 그러다가 차츰 나이가 들면 연금액을 늘리는 게 좋다. 실제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금융회사들이 라이프 사이클에 맞춰 금융자산 배분액을 결정한다"
-최근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이 높다. 국민연금 폐지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과연 국민연금을 믿을 수 있을까?
"국민연금이 고갈된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불신감이 높아졌는데, 국민연금에 대한 오해가 좀 있는 것 같다. 고령화로 국민연금 재원이 점차 줄어들 것이라는 가정은 맞다. 하지만 재정이 바닥난다고 연금 지급이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오해는 국민연금의 운영체계를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다. 실제 연금 재원이 바닥나도 (연금액은) 정부 재정으로 지급이 된다"
-실제 노후 준비를 위해 국민연금이 큰 도움이 될까?
"물론이다. 국민연금 수령액을 한 달에 70만원 받는다고 가정하면, 부부합산 140만원을 받게 된다. 최소한의 생활비는 마련되는 셈이지만, 문제는 이럴 수 있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소득 대비 연금의 비율)도 유럽의 복지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낮다. 연금을 적게 내기 때문이다. 우리는 현재 월급의 9% 정도를 적립하는데, 유럽 선진국들은 15~20% 정도 적립한다"
-연금액을 높여야 하나?
"국민연금은 조세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국민연금을 더 내라고 하면 반발이 클 것이다. 언젠가는 기여율을 9% 이상으로 높여야겠지만 정치권에서도 부담이 커서 쉽게 움직이진 못할 것이다"
-실제 40~50대 은퇴자들의 대부분이 재취업을 원한다. 그러나 일자리가 많지 않고, 그나마 있는 일자리도 단순노무직에 치중돼 있다.
"현재 주요 선진국의 은퇴연령은 65세 정도다. 65세까지 주된 직장에서 일을 하다가 은퇴 후 국가가 제공하는 두터운 사회안전망과 공적연금, 본인이 준비한 사적연금으로 노후를 보낸다. 반면, 우리나라의 민간부분의 평균 퇴직 연령은 52.6세다. 50대 초반까지 주된 직장에서 일을 한 뒤 이보다 조건이 훨씬 나쁜, 일종의 '가교 일자리'에서 10년 이상 일을 하고 60대 중반에 은퇴하는 게 일반적이다. 대기업 임원이 은퇴 후 경비일을 하는 경우가 그렇다"
-일본에서도 최근 정년을 65세로 늘리는 것을 법제화했다. 우리도 정년을 늘리는 게 해법이 될까?
"정년을 늘리는데도 여러 사회적 비용이 든다. 전체 일자리 수는 변하지 않은 상황에서 정년을 늘릴 경우 청년층 실업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기업의 인건비 부담도 늘어날 것이다. 대부분 국내 기업들의 임금 시스템은 연공서열식이다. 나이가 많아지면서 연봉이 올라가는 구조다. 미국과 유럽은 연봉이 직급에 따라 달라진다.
일본은 우리와 비슷하게 연공서열식으로 가다가 최근 많이 변했다. 정년을 연장할 경우 기업으로선 돈을 가장 많이 주는 직원을 몇 년간 더 고용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파트타임 근무제, 임금피크제, 일정한 연령대 이상의 사람들에 대한 유연한 근무환경 등에 대한 포괄적인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
-은퇴자들이 경제적인 문제 외에 무엇을 더 준비해야 할까?
"은퇴자들에게 가장 큰 고민은 '돈'이다. 그러나 서구의 많은 연구를 보면 돈은 행복을 구성하는 한 요소에 불과하다. 은퇴 후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자신이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일, 건강, 화목한 가정 등 돈과 관련이 없는 비재무적인 요소가 함께 충족돼야 한다. 실제 은퇴자들이 은퇴 후 가장 먼저 부딪치는 문제는 시간이다. 갑자기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시간이 생긴다. 우리는 막연하게 '은퇴하면 여행도 가고 자기개발도 해야지…' 하고 결심하지만, 대부분 전문 산악인이 되지 않나.(웃음)"
-은퇴자들이 막상 재취업을 하려고 해도 일자리가 없다는 게 문제다.
"그래서 은퇴준비는 빨리하면 빨리할수록 좋다는 것이다. 돈 뿐만이 아니라 비재무적인 부분도 미리미리 준비를 해 둬야 한다"
-40~50대 보다 20~30대 젊은층이 더 새겨들어야 할 얘기인 것 같다.
"인간의 수명이 70세 정도일 때는 40~50대까지 일을 하고 60~70대는 덤으로 주어지는 인생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그러나 '100세 시대'에는 80세에도 왕성하게 사회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나온다. 지금의 우리가 나중에 80세가 되면 '120세 시대', '150세 시대'가 오지 말란 법도 없다. 10대 때부터 은퇴 교육을 시작해야 하는 이유다"
※박기출 소장은?
박 소장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UCLA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미국 코넬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삼성금융연구소 수석연구원, 삼성생명 보험금융연구소 수석연구원 및 연구전문위원, 한국연금학회 이사 등을 역임했다. 지난 1월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장에 취임한 뒤, '2013년 아시안 인베스터 코리아 어워드' 선정 퇴직연금 분야에 공헌한 최우수 기관에 은퇴연구소가 선정됐다.
rululu20@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