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송라이터 정란(31)의 정규 1집 '노마디즘(NOMADISM)'에 수록된 13곡을 차례로 들은 뒤 받은 느낌 역시 그렇다.
전위적이면서 실험적인 1, 2번 트랙 '관람'과 '몽유'부터 7번 트랙 '세이렌'까지 몽환적이면서도 부유하는 느낌이다. 이어 '유 & 미(You And Me)'와 '서프(Surf)' 등에 이르면 달콤함으로 한숨을 돌리게 된다.
12번 트랙 '천국으로'는 서정적인 멜로디 라인과 명징한 피아노 뮤트 소리로 평화를 안긴다. 그러나 편안함도 잠시, 마지막 13번째 트랙 '이프(If)'에서는 다시 떠돌아다녀야 한다.
정란이 모든 곡을 작곡한 이 앨범의 타이틀은 '유목주의'라고 해석된다. "정착, 안정, 애착, 애정, 갈구 등의 무수한 변수들을 뒤로 하고 방황과 떠돌이의 생활을 필수로 하는 음악을 반영"하고자 했다.
'수중 고백' '나의 용사'를 왜 더블 타이틀곡으로 내세웠을까. "내 생각이 흘러가는대로 만들어가는대로 만든 앨범이에요. 단 한번도 어딘가에 집착하고 정착해야지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그 만큼 음악도 장르를 구별하려는 노력이 무의미해진다.
네덜란드의 음악학자 레이오 사마마의 차남인 루벤 사마마가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헤이그 왕립음악원과 맨해튼 음악학교에서 재즈퍼포먼스를 전공한 베이시스트다. 헤이그 왕립음악원을 다니다 자퇴한 프로듀서 홍지현은 통해 알게 됐다. 루벤은 데모 트랙들을 들어보고 정란의 프로듀서 제의를 단번에 수락했다. "전형적인 틀을 만들어놓고 끼워 맞추는 음악을 만들지 않더라고요. 언제나 소통 가능한 열려 있는 자세가 참 마음에 들었어요."
창법도 평범하지 않다. 한영애(54)의 꽉찬 에너지, 이스라엘 출신의 프렌치팝 싱어송라이터 케렌 앤(39)의 서정성, 영국의 가수 겸 배우 제인 버킨(66)의 세련됨이 고루 섞였다. "제 보컬이 앞으로 튀어나오지 않기를 바랐어요. 악기가 돼 하나의 음악으로 자리매김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죠."
첫 앨범을 낸다는 불안감 대신 즐거움으로 충만했다는 정란은 "제 이야기를 마음껏 편하게 한 앨범이라 참 만족스럽습니다"며 흡족해했다. "다른 뮤지션들도 자신의 이야기를 마음껏 발산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는 마음이다.
정란은 음악 외에도 재주가 많다. 앨범의 디자인과 수록된 사진 작업도 스스로 했다. 한때 배우로 연극 '미트 미' '꼴통' 등의 무대에 섰으며 탱고 프로젝트 밴드 '라 벤타나'의 보컬리스트로 2011년 한국대중음악상 음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라틴 밴드 '로스 아미고스'로도 활약했다.
이런 정란의 꿈은 "진짜 휼륭한 사람"이다. "인간은 나무와 같잖아요. 줄기가 탄탄히 서 있어야 주변의 잎도 건강하죠. 마찬가지로 제 인격이 좋고 건강해야 주변사람들도 행복한 것 같아요. 제가 병들거나 약하면 주변사람들도 힘들죠. 그래도 몸도 마음도 건강한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호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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