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새 가족이 만들어졌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니콜 키드먼과 미아 바쉬콥스카, 두 여배우는 호주인이고 매튜 구드는 영국인이기는 하지만 프로듀서, 에디터, 미술감독, 의상담당 등 모두 낯선 환경에 처한 한국에서 온 감독을 헌신적으로 도와주려고 한 점이 감동적이었다”고 전했다.
할리우드 진출 얘기가 나온 지는 꽤 오래됐다. 박 감독에 따르면, 2004년 ‘올드보이’로 칸영화제에서 자신의 존재가 공개된 후 할리우드는 미국의 에이전트와 매니저를 고용해 원하는 바를 알리고 그에 맞는 시나리오는 선별해 보내달라고 했다. 2009년 ‘박쥐’로 칸에 갔을 때는 폭스서치라이트픽처스 임원들을 만나 취향을 공유하고 헤어졌다. 2011년 스콧프리 프로덕션이 ‘스토커’의 각본을 확보한 것을 알게됐는데, 그쪽에서는 박 감독은 스스로 쓴 각본으로만 연출하는 줄 줄 알고 있다가 영어 영화라면 써놓은 각본으로도 할 수 있다는 의사가 전달돼 함께 이 영화를 하게됐다.
‘스토커’에 앞서서는 미국 소설을 원작으로 한 (그리스 출신의 프랑스 감독) 코스타 가브라스의 ‘도끼’를 영어로 만드는 것이 구체화 돼 로케이션 헌팅 등을 하는 과정에서 할리우드 제작환경에 미리 익숙해질 수 있었다. 투자를 받는 중에 ‘스토커’ 연출 제의가 들어와 이 영화를 먼저 찍게 됐다.
“내가 편집한 A, 제작사 쪽에서 바꿔줬으면 하는 B가 있으면 논쟁하다가 C가 나왔을 때는 희열에 가까운 감정을 느꼈다”며 “생산적인 논쟁을 통해 편집한 최종버전에는 서로가 만족했다”는 정반합의 변증법적 논증을 펼쳐보였다. “한국에서의 반 정도인 40회차 안에 촬영을 마쳐야했고 몸은 고달프고 말은 많이 해야 했다. 척하면 척인 한국사람만큼 순발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하나하나 설명해줘야하는 과정은 힘들었지만 실수나 착오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고 긍정했다.
좋은 통역자가 있어야한다는 것을 전제로 언어의 다름으로 인한 의사소통 문제도 생각보다 큰 어려움이 없었다. 통역은 공동 프로듀서인 정원조 PD가 맡았는데 “정확하게 통역하는 것 이상으로 고상하고 위트있게 표현해줘 배우들이 그를 무척 사랑했다”고 한다. 프레 프로덕션 단계에서 1주 간 배우들과 사전 미팅을 한 것도 큰 도움이 됐다.
한편 ‘스토커’는 ‘석호필’이라는 애칭으로 유명한 미국 TV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의 주인공(스코필드) 웬트워스 밀러가 시나리오를 써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아무래도 첫 작품이고 전문작가가 아닌 만큼 서툰 점이 있을텐데, 박 감독은 “한 줄 한 줄 새로 쓰고, 모든 신이 다 고쳐졌으나 근본적인 것이 바뀌지는 않았다. 다만 성장 이야기에 더 초점을 두고 장점을 더 살렸다”고 답했다. 자신이 작가그룹에 속하지 않았으므로 각본이나 각색에 이름을 따로 올리지는 않았다.
박 감독은 “웬트워스 밀러의 각본에서 샤워신에 교차 장면이 있는데 교차 편집을 영화 전체로 확대했다. 교차편집이 이 영화의 특색이 될 것이다. 과거, 현재가 꼬이면서 결국은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구나, 하는게 교차편집의 의도였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는 28일 개봉한다. 미국에서는 선댄스 영화제를 통해 지난달 공개됐고 3월1일 개봉한다. 차례로 각국 개봉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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