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조현아 기자 = 이건희(71) 삼성전자 회장이 고(故) 이병철 선대회장의 상속재산을 놓고 이맹희(82)씨 등 형제들과 벌인 주식인도 등 청구소송에서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2부(부장판사 서창원)는 1일 오후 2시에 열린 선고공판에서 이씨 등 원고의 청구를 일부 각하하고 일부 기각했다.
이에 따라 1년여간 벌어진 법정공방은 사실상 이 회장의 승리로 일단락됐다.
재판부는 우선 원고의 일부 청구에 대해 상속회복청구권의 '제척기간(소멸시효)'이 지났다며 각하했고, 나머지 청구에 대해서는 상속재산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고 동일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구체적으로 이씨 등이 이 회장과 삼성에버랜드를 상대로 청구한 삼성생명 주식 2720만주 중 39만2700주에 대해 "10년의 제척기간이 경과돼 부적법하다"며 각하했고, 나머지 삼성생명 주식은 "공동 상속인들에게 귀속되는 것으로 볼 수 없다"며 기각 결정을 내렸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 주식 등과 관련해서는 "원고가 주장한 차명주주 68명의 주식이 상속재산이라 인정하기 부족하고 상속재산이라 하더라도 2008년 이 회장이 보유하던 주식과 동일하다고 볼 수 없다"며 기각 판결했다.
이어 차녀 이숙희(78·구자학 아워홈 회장 부인)씨, 손자 이재찬 전 새한미디어 사장의 유가족도 잇따라 소송에 참여했다.
이씨 등의 최초 청구금액은 7580억원이었으나 재판 진행과정에서 5배 이상 늘어나 모두 4조840억여원으로 확정됐다. 이 소송가액은 역대 최고 규모로 인지대만도 127억원에 달했다.
청구 대상은 이 회장과 삼성에버랜드의 삼성생명 차명주식 2720만주와 삼성전자 차명주식 79만주, 삼성전자 이익배당금 및 주식 매도대금 등 759억원, 삼성생명 이익배당금 1630억원, 이 회장의 차명계좌 잔고상당액 1540억원 등이다.
이번 소송에서는 지난해 5월30일 열린 첫 재판을 시작으로 모두 8차례의 법정공방이 벌어졌다. 양측은 선대회장의 차명주식이 상속분에 해당하는지, 상속회복청구권의 제척기간이 지났는지 여부 등을 놓고 팽팽하게 맞섰다.
이씨 등은 "선대회장의 상속재산에 대한 구체적 합의가 없었기 때문에 상속이 이뤄져야 하고 차명주식을 이 회장의 명의로 변경한 2008년 12월을 상속권 침해일로 봐야하므로 제척기간은 지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 회장 측의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였다. 또 선고 결과의 승패 여부를 떠나 양측에 화합할 것을 주문했다.
재판부는 "선대회장의 유지 중에서는 이 사건에서 논의되고 있는 유지 외에 일가가 화목한 삶을 살아가길 바라는 뜻도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최종 결과를 떠나 원고와 피고 일가 모두 화합해 함께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소송에서 승리한 이 회장 측은 "사실관계나 법리적으로 아무런 법적인 문제가 없었다"며 "25년 전의 일을 이제 와서 문제삼은 것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 이번 결과는 처음부터 예상된 결과였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씨 측은 이에 대해 "아직 판결문을 송부받지 못했다. 판결문을 받고 내용을 검토하는 대로 의뢰인과 협의해서 항소여부를 결정하겠다"며 항소할 뜻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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