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은 계속 오는데…제설제 남용 어떡하나

기사등록 2012/12/09 06:07:02 최종수정 2016/12/28 01:40:26
【서울=뉴시스】김지은·김지훈 기자 = 겨울철 제설작업에 주로 이용되는 염화칼슘과 염화나트륨을 보완할 친환경 제설제 확대를 놓고 지자체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5일 서울 등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폭설이 내린 가운데 서울시는 6일 오전 7시까지 염화칼슘 5109톤, 소금 4989톤 등 1만295톤(기타 197톤)의 제설재를 사용했다.

 올 겨울 시가 확보할 예정인 5만607톤의 20%에 육박한다. 시는 최근 5년간 평균 2만8000톤의 제설제를 사용했다.

 시 관계자는 "지난해 겨울에는 12월부터 3월까지 눈이 13.2㎝밖에 오지 않았다"며 "평균적으로 1㎝ 쌓였을 때 800톤의 제설제를 쓴다"고 했다.

 염화칼슘 등 염화물계 제설제는 도로시설물과 차량을 부식시키고 가로수와 농작물의 성장 장애 유발, 하천오염 등에 영향을 끼쳐 OECD에서도 자제를 권고하고 있다. 피부에는 경미한 자극성을 주지만 눈에는 심한 자극성을 준다.

 상대적으로 염화칼슘은 철에, 염화나트륨은 콘크리트에 더 많은 영향을 끼친다. 환경과 관련해서는 염화칼슘은 수목에, 염화나트륨은 토양에 많은 피해를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도 2007년 2월부터 당시 건설교통부에서 '환경친화형 제설제' 사용을 권고했으나 5년이 지난 지금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염화칼슘을 많이 쓰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면서도 "아직은 염화칼슘과 염화나트륨을 사고 나서 부족할 때 친환경 제설제를 구매한다. 전체 양의 1~5% 정도 쓴다"고 토로했다.

 지자체들은 제설제의 위험성에는 공감하면서도 현실적으로 개선 방안이 없다고 성토한다. 수급성과 가격, 효과 면에서 염화칼슘과 염화나트륨을 대체할 제품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친환경 제설제는 수급성이 떨어지고 가격이 비싸다며 사용을 꺼리고 있다. 제품별 가격을 보면 1㎏당 소금은 80~90원, 염화칼슘은 200원~230원, 친환경 제설제는 385원~570원이다.

 정부의 소극적인 자세도 친환경 제설제 확대를 막고 있다. 지침을 내리고 유도만 할 뿐 지자체의 수요조사부터 관리, 지원책까지 종합적인 마스터플랜이 없는 상태다.

 또 친환경제품에 대한 성능 검증도 없어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현재 친환경 제설제는 환경부로부터 환경오염을 덜 야기한다는 인증을 받은 것일 뿐 눈이나 얼음을 녹이는 융수효과와 관련해서는 검증이 없는 상태다.

 서울시 관계자는 "친환경 인증을 받기 위한 테스트를 할 때 성능 검사도 일부하지만 지극히 제한된 조건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현장에서 사용할 때 효과 측면에서 다른 부분이 있다"며 "정부에서는 계속 친환경 제설제를 사용하라고 하지만 정확한 성능 결과를 먼저 보여주고 권고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푸념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관계자는 "우선 친환경 제설제에 대한 정부 차원의 검증과 관리가 철저히 돼야 한다"며 "이후 친환경 제설제를 보편화하기 위해 연구원들이 친환경 제품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고 지원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설제 양을 근원적으로 줄이기 위해 주민들의 눈 치우기를 유도하는 쪽으로 행정부의 제설대책을 변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신재은 환경운동연합 대안정책팀장은 "제설제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환경에는 가장 좋다"며 "눈을 치우는 것은 일차적으로 시민들이 나서서 해야 할 일이다. 행정부는 이를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쪽으로 제설 대책을 마련해야야 한다"고 지적했다.

 kje1321@newsis
 jikime@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