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구아나는 몇 가지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가장 큰 특징인 고막 아래로 1개 내지 여러 개의 크게 부풀어 오른 둥근 비늘이 있다. 특히 멕시코와 아메리카 중북부 지방의 녹색 이구아나는 주둥이에 돌출된 뿔과 같은 덩어리가 있다.
알에서 갓 깨어난 녹색 이구아나의 몸길이는 17.8㎝ 정도 된다. 하지만 큰 녀석의 경우 1.8m 이상도 자란다. 알에서 갓 깨어났을 때나 어린 이구아나는 사지와 몸통 연접부에 수직으로 된 어두운 부분이 있다. 꼬리는 몸길이의 3분의 2 이상이다. 꼬리는 자신보다 몸집이 큰 육식동물들이 공격해오면 무기가 된다. 1∼1.2m 정도 되는 이구아나의 경우 꼬리의 힘은 가히 폭발적이다. 심하게 때리면 채찍 자국이 날 정도이다.
녹색 이구아나 새끼는 작은 공룡처럼 생겨 인상적이며, 귀엽다. 다 자란 어른이 되어서도 매우 독특한 형태를 유지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다.
건강한 이구아나는 대부분 녹색을 띠고 있는데 이 녹색의 창백함 여부로 건강을 체크할 수 있다. 새끼 이구아나는 녹색이지만 활력 있고 막 자라나는 식물의 건강한 잎과 같은 색깔을 띠고 있다. 이구아나는 허물을 벗는 시기를 제외하고는 항상 녹색을 띠어야 하며, 탁한 녹색이어서는 안 된다. 둔탁한 녹색은 건강하지 못하다는 증거이다.
이구아나의 황록색은 죽음이 임박하였음을 암시하는 것이므로 절대로 구입하면 안 된다. 그리고 가급적 체중이 많이 나가는 이구아나를 고르도록 한다. 뼈가 앙상하게 드러나 있는 것은 절대 구입해서는 안 된다. 이구아나도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건강이 좋지 않으면 확실히 수척해 보인다.
고를 때는 경계심이 많고 사물의 움직임에 따라 빠르게 주시하는 녀석이 좋다. 그렇다고 너무 신경질적인 놈은 길들이기가 어렵다. 또 가능하면 식욕이 왕성한 놈을 골라야 한다. 행동이 둔하고 수척한 눈과 생기가 없는 놈은 어딘가 이상이 있다는 증거이다.
이구아나를 구입할 때의 연령을 염두에 두고 다 자란 놈보다는 새끼 이구아나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어른 이구아나는 갑작스런 상황 변화에 적응하기도 힘들 뿐만 아니라 공격적이고 사나워서 물고 할퀴기도 한다.
이구아나를 기르려면 먼저 케이지를 준비하여야 한다. 구입할 당시 이구아나는 어느 정도 스트레스를 받은 상태이므로 케이지 안에 적당한 먹이와 물 그리고 온도를 따뜻하게 유지해 주며 안정을 시켜야 한다.
다른 동물도 마찬가지지만 절대 충동구매를 해서는 안 된다. 이구아나는 대중적인 동물이 아니기 때문에 키우는데 알아 두어야 할 상식들을 모두 체크한 다음 구입하여야 한다. 녹색 이구아나가 1년쯤 자라면 몸길이가 60㎝ 정도 되고 2년쯤 지나면 1.5∼1.8m까지 자란다. 그러므로 케이지는 충분히 넓어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성장할 수 있다.
이구아나는 초식성이기 때문에 나뭇잎이 먹이도 되지만 가지를 보면 깨물지 않고는 못 견딘다. 나뭇가지를 넣어 줄 때는 반드시 싱싱하고 독성이 없는 것을 골라 주어야 한다. 그리고 마분지로 만든 상자를 만들어 주면 이곳은 이구아나의 안정된 은신처가 된다.
이 은폐 상자는 보금자리를 옮겨 불안한 이구아나의 은신처 역할을 하므로 구입 후 약 2주 정도만 설치해 두고 그 이후에는 없앤다. 바닥에는 신문지, 포장종이, 인공 잔디, 카펫, 토끼풀 등을 깔아 준다. 종이나 대팻밥 등도 있으나 지저분해지면 바로 버려야 한다. 하지만 카펫은 깨끗이 닦아 다시 쓸 수 있다.
케이지 안에 고운 모래가 담겨진 배변용 접시를 넣어 주면 대부분 이곳에 배변을 보게 된다. 그래서 이 접시는 자주 닦아 주어야 한다. 또 케이지에는 항상 신선한 물이 담긴 접시가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 이구아나는 물을 좋아하는 만큼 미지근한 물에 몸을 담그고 있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몸 크기에 맞는 물 접시를 준비하여야 한다.
이구아나는 또 가끔 미지근한 물로 분무해 주면 아주 좋아한다. 똑바로 뿌려서는 절대로 안 되며 공중에서 안개처럼 부드럽게 뿌려야 이구아나가 놀라지 않는다. 이때 이구아나는 활기차게 머리와 꼬리를 들게 되며 목이 마르면 나뭇가지나 잎에 맺힌 물방울을 먹는다.
청소를 할 때는 이구아나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다른 케이지에 안전하게 넣어 둔 다음 시작한다. 케이지가 나무나 철망으로 되어 있다면 솔로 부스러기를 털어내고 문도 깨끗이 해준다. 그런 다음 깨끗한 신문지나 덮개를 넣어 준다.
어린 녹색 이구아나는 딱정벌레, 곤충류, 귀뚜라미, 메뚜기, 바퀴벌레, 흰개미, 어린 새나 쥐, 나뭇잎, 야채, 과일 등 주는 대로 다양하게 잘 먹는다. 이구아나의 건강에 있어서 중요한 4대 요소는 칼슘, 인, 비타민 D3 등 영양소들과 자외선 파장의 조명이다. 그러므로 인의 2배 정도 되는 칼슘이 이구아나 먹이에 함유되어 있어야 한다.
이구아나가 특히 좋아하는 식물성 사료는 알팔파, 베리, 브로콜리, 양배추, 꽃양배추, 선인장, 클로버, 케일, 콩과 식물, 오크라, 대두, 호박 등이 있다. 과일로는 복숭아, 멜론, 건포도, 살구 등을 좋아한다. 이 밖에 당근, 미나리, 토마토, 상추, 꽃상추, 양상추 등도 잘 먹는다.
이구아나를 번식시키기 위해서는 성숙한 한 쌍의 이구아나가 필요하다. 수컷은 암컷보다 큰 머리와 가슴, 큰 턱을 가졌고 더 단단한 몸을 가지고 있다. 만약 이구아나가 놀라면 번식 행동을 진행하다가 쉽게 중단될 수 있다.
암컷은 알을 낳기 전에 보금자리로 만든 방에 익숙해지도록 해야 한다. 타원형 형태의 부드럽고 양피지 껍질 같은 알을 10∼55개 정도 낳게 된다. 일단 암컷이 알을 낳고 보금자리의 물질들로 알을 덮어 주고 떠나면 알을 꺼내서 그 알들을 부화시켜야 한다.
알을 움직일 때는 껍질에 X자를 그린다든지 하여 알의 방향이 바뀌지 않도록 해준다. 그리고 축축한 곳에 알을 푹 눌러서 움푹 파이게 하여 알끼리 부딪히지 않도록 한다.
부화 기간은 보통 60∼86일이다. 부화는 인큐베이터를 사용하면 된다. 약 일주일이 지나면 수정이 안 된 알들은 노랗고 단단하여 부서지기 시작한다. 또 수정된 알은 하얗게 남아 있고 부풀어 오른다. 이때 수정되지 않은 알은 버리도록 한다.
60∼86일이 되면 새끼 이구아나가 껍질을 깨고 나오기 시작할 것이다. 이때 새끼들은 알에서 나오는 것을 서두르지 않고 하루나 반나절 정도 알 속에서 밖을 쳐다보며 머무르다 완전히 부화되어 나온다.
이구아나가 새로운 곳에 오게 되면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매우 느리게 움직인다. 그러나 위협을 느끼면 빨리 움직인다. 이구아나와 사귀기 위해서는 목 부분을 살며시 잡은 다음 목 부위를 천천히 쓰다듬으면 매우 좋아한다. 이 행동을 최소한 매일 2번씩 2주일 동안 반복한다.
이구아나에 관심을 갖게 되면 그들이 좋아하는 행동과 꺼리는 행동도 금방 알 수 있다. 이구아나가 주인을 신뢰하기 시작하면 어떤 자극이 와도 도망가지 않고 느리게 움직인다.
만약 이구아나에게 손대는 것이 두려운 사람은 막대기에 천을 감아 가까이 가거나 들어 올리는 시도를 해보기 바란다. 막대기를 피하지 않으면 3∼4일마다 막대기의 길이를 줄여가며 이구아나에게 천천히 접근한다. 대부분의 이구아나는 위에서 잡으면 저항하므로 한 손으로 이구아나를 잡고 다른 손으로 천천히 들어올린다.
이구아나에게 말을 걸 때는 침착하고 고른 소리를 내야 한다. 그러면 이구아나는 긴장이 풀려 접근을 허용한다. 이구아나는 시끄러운 음악이나 소음에 겁을 내고, 자연광에 노출되면 공격적인 행동을 보인다.
윤신근 박사(애견종합병원장) www.dogs.co.kr
※이 기사는 뉴시스 발행 시사주간지 뉴시스아이즈 제293호(9월4일~10일자)에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