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옥진 여사의 외손녀 김형진(41)씨는 어릴 때부터 할머니가 되뇌어온 말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빈소에는 공 여사의 생전 공연 모습이 담긴 영상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피리 소리에 맞춰 '병신춤'으로 불리던 1인 창무극을 펼치는 공 여사는 당장이라도 살풀이 수건을 들고나와 어깨를 덩실거릴 것 같았다.
전통춤을 지켜내려는 열정 뒤에는 말못할 아픔이 뒤따랐다. 무대에서 웃음을 잃지 않았던 고인의 고뇌를 이해하는 이가 드문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얼마나 힘드셨겠어요. 온몸을 쓰는 일을 평생하셨으니…." 김씨 또한 어릴 적에는 할머니의 말씀이 무슨 뜻인지 몰랐다.
입원 중에도 서울의 큰병원으로 옮기는 것을 완고하게 거부했던 고인이었다.
입버릇처럼 '자유'를 이야기하고 갈망했던 고인의 유지 때문이다.
이날 새벽 임종을 온전히 지켜본 김씨는 할머니의 유언은 오직 '창무극의 보전' 뿐이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엊그제까지 의사소통이 가능할 정도로 건강이 좋았는데 갑자기 병세가 악화됐다"며 "할머니는 고향의 자택을 기념관으로 조성해 창무극을 영원히 보전하길 원했다"고 유언을 밝혔다.
마지막까지 창무극의 맥을 걱정한 공 여사는 이날 오전 4시59분 그토록 아끼던 외동딸이 중환자실에 도착하자 숨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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