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여은, 변검술사인가…열살많은데도 동생역

기사등록 2012/07/06 06:21:00 최종수정 2016/12/28 00:55:25
【서울=뉴시스】오제일 기자 =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어요."

 예술고교에 합격했을 당시를 회상하는 탤런트 손여은(29)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피아노 특기생이었다. 당연한 듯 대학도 피아노학과로 진학했다.

 "서울에 놀러 올 때마다 길거리에서 캐스팅 제의를 받았어요. 많이 받는 날에는 하루에 다섯번도 받았답니다. 자연스럽게 호기심이 생겼어요. '나도 예쁘게 꾸미고 예쁜 표정을 짓는 그런 연예인이 될 수 있을까?'하고요."

 호기심은 점점 커졌다. 일곱살 때부터 친 건반에서 손을 뗐다. 그리고 그 손으로 연기학원의 문을 두드렸다. 2004년 MBC TV 드라마 '천생연분'으로 탤런트가 됐다. 바라던 연예인이 됐지만, 현실은 바람과 달랐다.

 "일이 없어서 쉰 적도 있고 학교 졸업 문제, 소속사 문제 때문에 쉬기도 했어요. 그러다 보니 '내가 연기자를 할 사람이 아닌데 고집을 부리고 있는 건가'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죠." 2005년 SBS TV 드라마 '돌아온 싱글' 출연 후에는 2년의 공백기가 있었다.

 "연기를 그만두고 피아노를 다시 쳐볼 생각도 했어요. 하지만 다시 마음을 다잡았죠. 쉬는 동안에도 항상 연기 생각을 하는 저를 발견했어요. 그때의 힘든 시간이 큰 도움이 됐지요. 연기를 대하는 느낌, 관점, 태도가 달라진 것도 그때였으니까요."

 연예인이 아닌 연기자가 되고 싶어졌다. 본명 '한나연' 대신 '손여은'이라는 예명을 지을 정도로 각오도 남달랐다. MBC 드라마 '뉴 하트'(2007), 영화 '고사'(2008) 등에 출연했다. 광고모델, 단막극 주연, 독립영화 주연 자리를 꿰찼다. 그리고 KBS 2TV 수목드라마 '각시탈'(극본 유현미·연출 윤성식)에서 순수한 소녀 '선화'가 됐다.

 "연장되는 드라마에 출연하고 있다는 게 꿈만 같아요.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아요."

 불과 2년 전까지도 길거리 캐스팅 제의를 받았을 만큼 얼굴을 알리지 못했던 그녀다. '선화'가 된 뒤 손여은은 '동안미녀'로 주가를 올리고 있다.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선화 나이가 열여덟살이었어요. 실제 나이보다 열한살이 어렸죠. 어떻게 역할을 풀어나갈지 많이 고민했어요. 평소에는 유럽영화나 독립영화를 좋아하는데 '선화'가 되기 위해서 만화, 예능프로그램을 챙겨보며 해맑게 웃는 연습을 했죠. 놀이터에 나가서 어린아이들과 놀기도 했고요."

 오랜 준비 덕일까? 자신보다 10세가 어린 탤런트 진세연의 동생을 연기해도 어색함이 없다. 순수한 '선화'를 잘 표현하고 있다는 평에 "세연이가 배역에 몰입을 잘해요. 연기할 때는 진짜 언니 같아서 연기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어요"라며 동료를 치켜세운다.

 "연기를 하고 나면 항상 아쉬워요. 정말 자기가 만족하는 연기를 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저는 제가 느끼는 걸 관객들이 그대로 전달받아서 감동할 수 있는 그런 연기를 하고 싶어요. 끊임없이 노력해야겠죠"라는 마음이다.  

 하반기 영화 '세계일주', '코인라커'를 통해 분주히 대중을 만날 예정이다. 특히, '코인라커'에서는 아들을 코인 라커에 넣어두고 몸을 팔러 나가는 여자주인공을 연기한다. "제가 튀는 얼굴이 아니라는 걸 알아요. 그래서 맡는 역할에 따라서 이미지가 잘 바뀌는 것 같아요. '코인라커'가 빨리 개봉했으면 좋겠어요. 아마 깜짝 놀라실걸요?"

 길거리 캐스팅 제의는 지겹도록 받았다. 이제 시청자과 객석이 그녀를 캐스팅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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