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명수배 전두환 前대통령 조카 풀려나…경찰 "누군지도 몰랐다"

기사등록 2012/07/03 14:36:24 최종수정 2016/12/28 00:54:34
【서울=뉴시스】최성욱 기자 = "전두환(전 대통령)의 조카여서 풀어준 게 아니라 풀어주고 보니 전두환의 조카였다."

 사기 혐의로 지명수배 중이던 전두환 전 대통령의 조카가 피해자들의 손에 잡혀 경찰에 넘겨졌지만 이틀만에 풀려났다. 경찰은 누구인지 몰랐다고 해명했지만 '봐주기식 수사'라는 의혹이 일고 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인들을 상대로 수억원을 가로챈 전두환 전 대통령의 조카 조모(55)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조사 중이라고 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조씨는 '홍콩에 있는 1500억원대의 비자금 동결 해지비용을 지원하면 차후에 거액의 사업자금을 투자하겠다'는 식으로 정모(53)씨 등으로부터 지난 2007년 12월부터 2009년 9월까지 9차례에 걸쳐 모두 5억1500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지인의 소개를 통해 알게 된 정씨 등은 전직 대통령의 조카인 조씨를 믿고 선뜻 거액을 빌려줬다. 하지만 조씨는 채무변재기일을 차일피일 미뤄왔고, 이후에도 다른 명목으로 여러 차례 투자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 등은 지난해 3월 조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조씨가 출석을 거부해 지명수배가 내려졌고, 이후 지난달 경찰에 체포될 때까지 1년3개월 간 조씨의 행방은 묘연한 생태였다.

 그러다 지난달 25일 오전 11시50분께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 카페에서 피해자 정씨 등이 조씨를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해 체포됐다. 하지만 경찰은 이런 조씨가 '도주우려가 없고, 소재지가 파악됐다'며 이틀만에 풀어줬다.

 담당 경찰관은 "전두환을 사칭하는 줄로 알았다. 처음 잡혔을 때 전두환 조카가 아니라고 했다. 대통령 조카이기 때문에 석방한 것은 아니다. 양측의 주장이 엇갈린다. 체포 시한에 혐의사실을 증명할 만한 자료가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범죄전력이 있는 조씨는 지난 1988년에도 또 다른 사기 사건에 휘말려 지명수배가 내려졌다가 공소시효가 만료돼 처벌을 면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전 전 대통령의 조카라서 풀어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현재 경찰에서 조씨는 '전 전 대통령 조카임을 내세워 돈을 빌린 적은 없다'며 혐의사실 대부분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앞으로 풀어준 조씨를 다시 소환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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