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행복한 가정을 꿈꿀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정말 자살은 무서운 빙의입니다.”
자비정사 대웅전 부처님 전에서 공손히 두 손을 모으고 간절히 불공을 드리고 있는 55세의 이모씨는 얼굴에 수심이 가득해 병증이 완연했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몇 년 사이에 이씨 집안에 자살빙의가 덮쳐서 사랑하는 가족들이 하나 둘 이 세상과의 연(緣)을 끊고 스스로 저 세상으로 갔기 때문이다.
그녀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지친 기색이 역력했고 주름살이 깊게 파인 얼굴엔 근심이 묻어났다. 이씨는 눈물을 글썽이며 “무엇보다도 오늘과 같은 결과를 초래할 줄은 정말로 몰랐다. 자살이 그렇게 빠르게 온 가족을 급속도로 전염시키며 무서운 나락으로 빠져 들게 할 줄을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며 가족들의 자살 전염을 막지 못한 자신을 자책하고 있었다.
이씨가 지금 같은 엄청난 불행을 겪게 된 시초는 15년 전 시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부터 시작됐다. 평소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을 지녔던 시동생은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가족들과 얼굴을 마주치는 것조차 꺼리며 남몰래 자신의 신변을 비관하더니 어느 날 갑자기 집에서 목을 매달아 자살하고 말았다.
그러자 얼마 안 있어 마치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이 다른 두 명의 시동생들도 스스로 목숨을 끊기에 이르렀다. 이는 정말로 알다가도 모를 일로 귀신이 씌우지 않고서야 일가족 삼 형제가 어떻게 그렇게 한 달도 안 돼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가 있단 말인가. 엄청난 자살 후유증으로 몸져누운 시어머니와 남편마저 이유를 알 수 없는 허깨비와 화병이 생겨 십여 년 전 그만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하지만 불행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남편 사망 직후 당시 20대 초반이던 이씨의 맏딸 정모(31)씨가 점점 헛것이 보이고 눈만 감으면 누군가 자신을 괴롭힌다며 온갖 피해망상과 우울증, 대인기피증의 이상한 증상을 보이더니 어느 날 식구들이 모두 잠들어 있던 야심한 밤에 옥상에 올라가 기어이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다. 다행히도 다리가 부러지는 부상에 그치고 말았지만 그때부터 딸은 약물 복용과 투신, 자해 등을 수시로 시도하며 이씨의 애간장을 끓게 만들었다.
가족들은 정씨가 무슨 짓을 할지 몰라 항상 살얼음판 위를 걷듯 불안한 나날을 보내야 했다. 결국 정씨는 필자의 권유로 서울의 한 정신병원에 입원한 후 자비정사에서 구병시식을 받고 현재는 정상생활을 하고 있다.
신경정신과 전문의인 전○○ 박사는 자살을 결심하는 한 30대 여성과의 상담 사례를 예로 들며 자살하려는 사람들의 심리상태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내가 상담했던 한 30대 여성 환자는 “선생님, 제가 왜 죽으려고 하는지 아세요? 괴로워서 죽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에요. 어떤 생각에 골똘히 빠진 상태에서 죽을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돼요. 모든 사람이 나의 죽음을 바라고 있고 그렇게 하는 것이 모두를 위하는 길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곤 해요. 그래서 죽으려고 했어요. 다른 사람은 어떨지 모르지만 내 경우는 그래요”라고 나에게 말하는 것이었다.
이 환자의 경우처럼 다른 사람의 경우를 봐도 대개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자살을 결심하는 사람들은 현실과는 동떨어진 자신만의 생각에 빠져서 스스로 자신만의 결론을 내리고 자살을 결행한다. 자살을 심각하게 생각하거나 자살 기도자의 경우 정신장애가 있을 가능성이 크긴 하지만 사춘기 학생이나 어려운 상황에 처한 정상적인 사람도 자살을 생각할 수가 있다. <계속> 물처럼 출판사
자비정사 주지 02-395-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