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 가가(26)가 하얀 드레스에 진주구슬 박힌 가면을 쓰고 입국하는 모습을 보고 “동방예의지국 한국을 신경 썼나? 얌전해졌는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각종 언론에서 ‘레이디 가가 파격의상’, ‘충격의상’ 이런 기사들을 내보냈다. ‘아니 이게 무슨 파격이라고? 레이디 가가를 모르시나?’ 과대 표현이라 여겨졌다.
레이디 가가의 입국을 두고 한국 개신교가 시끄럽게 나왔다. 신약성경이나 성경 내용 자체가 가톨릭교회 안에서 만들어 졌기에 동성애 등에 대해서 가톨릭에서도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런데 가톨릭은 잠잠하고 개신교에서만 난리를 피우니 의아했다. 홍보 하나는 제대로다.
레이디 가가의 내한 공연보다 더 쇼킹한 것은 공연을 보러가는 한국 팬들의 패션과 분장들이었다. 나 자신도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얼굴에 스티커를 붙이고 붉은 악마들과 응원을 해 본적이 있는지라 그 기분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만 가가 팬들이 펼치는 모습들을 보고는 ‘여기가 한국 맞나?‘라는 생각까지 하게 됐다. 안경에다 담배를 붙이는 등 갖가지 장식의 의상들을 보고 ’언제부터 생각하고 준비했을까‘ 싶었다.
퍼레이드가 지나간 광장이며 거리 곳곳에는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이 서로 어울려 춤추고 노느라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친구들 여럿이 같은 모습으로 분장을 하고는 한데 어울려 다니는 모습들은 즐겁고 행복하다는 말 외에 다른 말이 필요 없었다. 한국 사람들은 남미를 마약과 저임금에 불안하고 어두운 나라로 여기지만 실제 이곳 사람들에게는 불행이나 짜증, 혹은 보장된 미래 따위는 관심 밖의 일이다.
이에 비해 엄한 종교적 통제가 있는 이슬람지역에서는 유흥가의 불빛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밤의 거리가 충격적이었다. 내국인들에게는 술을 팔지 않으니 남자들도 술을 마실 수 없거니와 술파는 곳이 없으니 해가지면 집으로 가서 드라마를 본단다. 왜 이슬람지역에서는 전쟁이 끊이지 않고 자살 테러 등이 저리도 많은지 궁금했는데 그들에게 유흥문화가 없어서 그런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됐다. 나는 테러를 없애려면 무슬림들에게 술을 마시게 해야 한다는 말을 종종 하곤 한다.
정신병자가 아니고서야 그 누가 “나는 나쁜 사람이 되어야지”, “남을 괴롭혀야지”하고 범죄를 저지르겠는가. 설사 정신병자라 하더라도 그 사람이 병자가 되기까지는 함께 살아가는 우리들이 그들에게 지운 그늘이 없었는지 자신을 반추해 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사람들은 어떤 행동을 할 때 명분이라는 것을 필요로 한다. 무슬림들이 테러를 하고 전쟁을 일삼는 명분들을 보면 “알라신과 조국에 대한 충정”, “서방 강대국에 대한 대항” 등을 내세운다. 하지만 나는 그들에게 자신들의 무의식에 대해 한번이라도 고민해 본 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 여러 가지 원인들이 있겠지만 이슬람지역에 밤의 유흥이 허락된다면 아마도 상당수의 테러나 전쟁이 사라질 것이다.
또한 1등하는 아이들을 가진 부잣집 부모들은 자신들의 아이가 그렇지 않다는 것만 안심할 일이 아니다. 다 가진 내 아이, 내 집의 행복이 그 아이들에게 좌절과 우울을 안겨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한번쯤은 해봐야 한다. 뮤지컬 ‘미스 사이공’에 등장하는 ‘미스 킴’을 죽게 한 것은 잔혹한 이데올로기 분쟁도, 상어 떼가 우글거리는 바다를 건너야 했던 참혹함도 아니었다. 바로 그녀를 사랑했던 남자가 남기고 간 총이었다.
인류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어느 시대 어느 곳에서나 도둑과 살인마, 철면피들은 있어왔다. 사람들은 그다지 완벽하지도 신성하지도 않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고 세상살이를 좀 더 느슨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사람들의 내면에 끓고 있는 용암을 일탈의 퍼포먼스로 풀어주는 레이디 가가의 치장과 행동들은 어쩌면 내 안에 응어리진 총알을 쏴 날리게 하는 비상 탈출구인지도 모른다.
작곡가·음악인류학 박사 http://cafe.daum.net/ysh35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