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박시연·박희순, 장례식장 유족방 정사…왜?

기사등록 2012/04/11 10:37:45 최종수정 2016/12/28 00:30:16
【서울=뉴시스】홍찬선 기자 = 영화 '간기남(간통을 기다리는 남자)'언론시사회가 열린 3일 오후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박시연(김수진 역)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mania@newsis.com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간기남'…. 처음에 이 영화의 제목을 잘못 읽었다. 당연히 요즘 말로 멋과 스타일있다는 뜻의 '간지'와 '남자'를 합친 '간지남'인 줄로만 알았다.

 아니었다. 제목이 '간기남'이고 '간통을 기다리는 남자'를 줄인 말이었다. 그저 그런 B급 에로 영화구나' 싶었다.

 그런데, 출연배우들의 이름을 보는 순간 다시 혼란스러워졌다. 연기파 박희순(42), 미녀스타 박시연(32), 안방극장의 황태자 주상욱(34), 명품조연 김정태(40), 뮤직 로맨스 '원더풀 라디오'의 권칠인(51) 감독이 입이 마르도록 칭찬하는 차세대 명배우 이광수(27)라니…. '이 영화, 심상찮다'는 느낌이 왔다.

 간통 현장에 출동한 형사가 살인 누명을 쓴 채 유일한 증인 또는 범인일 수밖에 없는, 피살자의 젊고 아름다운 아내와 진범을 찾아나선다는 이야기가 구미를 당겼다. 게다가 포스터 속 박시연의 뇌쇄적이고 도발적인 포즈는 '혹시나'하는 기대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시사회에 앞서 만난 박희순은 "영화에 대해 기대감을 최대한 낮추고 봐달라"며 김을 뺐다. 박시연도 "노출은 별로 심하지 않다"고 자르며 호기심 진화에 열중했다. 주상욱은 "300만 관객 필요 없다. 250만 관객만 들었으면 좋겠다"고 겸손해 했다. 시나리오와 연출을 도맡은 김형준(44) 감독도 "스릴러지만 코믹과 섹시함을 가미했다. 할리우드 영화 '원초적 본능'의 한국식 코믹 버전이라고 보면 된다"고 감상 포인트를 짚어주면서도 "크게 기대하지 말라"고 같은 말을 했다. 이처럼 주요 관계자들의 거듭된 몸 낮추기 속에 오히려 궁금증과 호기심은 증폭됐고, 마침내 '간기남'과 만났다.

 기대를 버린 덕일까, 아니면 역시 '물건'이었던 것일까. 117분 동안 펼쳐진 '간기남'은 스릴러에 코미디, 에로티시즘을 적절히 잘 배합해 그야말로 '1타3피'를 실현했다.

【서울=뉴시스】홍찬선 기자 = 영화 '간기남(간통을 기다리는 남자)'언론시사회가 열린 3일 오후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박시연(김수진 역)과 박희순(강선우 역)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mania@newsis.com
 대략적인 줄거리는 이렇다. 불륜 전문 흥신소를 운영하는 '강선우'(박희순)는 '김수진'이라는 미모의 여인으로부터 남편의 불륜 현장을 덮쳐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선우는 사실은 징계를 받고 정직 중인 형사로 돈을 벌기 위해 좀도둑 출신 '기풍'(이광수)을 조수로 삼고 흥신소를 운영 중이다.

 잠복 끝에 의뢰인의 남편이 미모의 여인과 무인 모텔에 투숙한 것을 확인하게 된 선우는 의뢰인에게 연락해 모텔로 오게 한다. 도착한 의뢰인과 선우는 결정적 순간을 기다리며 맥주를 나눠 마신다. 그런데 맥주 한 모금을 마시고 자신을 유혹하는 의뢰인과 키스를 하는 순간 선우는 갑자기 쓰러지고 만다.

 한참 뒤 선우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옆에 의뢰인이 살해당한 채 누워 있다. 선우가 당황해하는 그 순간, 의뢰인 남편의 방에서 여인의 비명이 들려온다.

 형사적 본능으로 선우가 달려간 방안에 의뢰인의 남편이 역시 피투성이된 채 쓰러져 있다. 살해된 상태다. 선우가 거듭 당황해 하는 순간 의뢰인의 남편과 함께 방에 있던 '여인'(박시연)이 눈에 띈다. 그녀는 자신의 이름이 '김수진'이고, 자신이 의뢰인 남편, 즉 피살자의 아내라고 소개했다.

 피살녀와 생존녀도 모두 자신이 김수진이고 피살남의 아내라는 얘기다. 둘 중 한 사람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지만 이미 한 여인은 죽은 상태이니 살아남은 여인의 일방적인 주장만 있을 뿐이다.

【서울=뉴시스】홍찬선 기자 = 영화 '간기남(간통을 기다리는 남자)'언론시사회가 열린 3일 오후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박희순(강선우 역), 박시연(김수진 역), 김정태(서형사 역), 이광수(기풍 역)가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mania@newsis.com
 하지만 선우에게 누가 피살남의 부인인 '진짜 김수진'인가는 중요하지 않다. 그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CCTV도 망가지고, 증인도 혹시 범인일 수도 있는 생존녀 한 사람 뿐인 상황에서 자칫 살인범의 누명을 죄다 뒤집어 쓸 처지를 어떻게 타개하느냐다.

 지난해 법정스릴러 '의뢰인'(감독 손영성), 올해 액션 멜로 사극 '가비'(감독 장윤현)까지 계속 진중한 이미지를 보여온 박희순은 이번에는 진중함은 절반만 갖고 가는 대신 나머지 절반은 이름이 비슷해 지금도 오해를 산다는 개그맨 박휘순(35)으로 치환해놓은 것처럼 적재적소에서 코믹 연기를 펼친다. 연기 잘하는 배우는 심각한 연기는 물론 코믹 연기도 잘할 수 있다는 점을 송강호(45)에 이어 또 한 번 증명해 보였다.

 동료 '서 형사'를 맡은 김정태는 포복절도 애드리브로 순간순간 빵빵 터지는 웃음을 계속 제조한다. 후배 형사 '한길로'로 나온 주상욱은 이름처럼 융통성 전무한, 예컨대 범인 추격 중에 지하철 요금을 내기 위해 티머니 카드를 찾는 것과 같은 '곧이 곧대로'의 이미지로 또 다른 웃음을 안겨준다.

 남성들이 그렇게 궁금해 하는 박시연의 노출은 대역을 쓰지 않고 전라 출연을 불사한 노력에 힘입어 팜파탈의 이미지를 직접적이고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동시에 관객의 관음증을 충족시키고도 남는다. 특히 선우가 생존녀와 엄숙 경건해야 할 장례식장에서 벌이는 격정적인 베드신은 이 영화가 왜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을 수밖에 없었는지를 단적으로 드러내 보인다.

 코믹 연기를 펼친 박희순은 "대본을 읽어 보니 연기 톤을 하나로 가져갈 수 없게끔 굉장히 어렵게 만들어져 있었다"며 "고민 끝에 연기 톤을 바꾸고, 만나는 사람들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 김정태씨, 이한위 선배, 이광수씨가 굉장히 코믹한 부분들이 많기 때문에 그들과 어울리기 위해서는 나도 앞쪽에 코믹한 부분을 보여줘야 그들과 어울릴 때 조금 튀지 않겠구나 생각했다. 이 작품이 기본의 스릴러 영화들과는 다를 것 같고, 재미있을 것 같아 어렵겠지만 시도를 해보려고 했다"고 털어놓았다.

【서울=뉴시스】홍찬선 기자 = 영화 '간기남(간통을 기다리는 남자)'언론시사회가 열린 3일 오후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박시연(김수진 역)이 단상에 오르고 있다.  mania@newsis.com
 박시연은 생애 첫 노출 연기에 관해 "사실 처음에 시나리오를 받고 들어갈 때까지는 이런 파격적인 장면이 있을지 몰랐다"고 고백했다. "지금까지 노출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부담스럽고 힘들긴 했다"며 "감독과 박희순씨와 함께 많이 얘기하고, 치열하게 고민하면서 촬영했다"고 전했다.

 김 감독은 "박시연에게 '우리 영화의 시작은 팜파탈이고, '원초적 본능'에 오마주가 있다. 샤론 스톤과 동일한 유형의 팜파탈은 아니지만 결국 팜파탈이라는 것에는 육체적 유혹이 분명히 있고, 남자는 그 안에서 좌우돼야 한다. 그러려면 노출에 대한 묘사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면서 "박시연이 부담스러워 해 약간의 논쟁도 있었지만 서로 많이 이야기를 나누고, 박시연이 프로답게 많은 부분들을 잘 해줘서 일사천리로 잘 진행됐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적잖은 센세이션을 일으킬 수 있는 박희순과 박시연의 장례식장 베드신에 관해서는 "영화를 만들면서 팜파탈이라는 부분을 부각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남편을 죽이거나 유산을 차지하는 것만 복수일까 생각했다. 남편이 죽은 공간에서 다른 남자를 유혹하는 모습이 남편에 대한 또 다른 복수가 아닐까 생각했다. 장례식장이 김수진의 복수의 공간이 아닐까 해서 장례식장 유족방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코믹 에로틱 스릴러 '간기남'은 트로피 엔터테인먼트, 더 드림 픽쳐스 제작, 쇼박스 배급으로 11일 개봉한다.

 ace@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