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이 틀리지 않았음이 증명됐다. 샛별 여민주(21)의 등장이다.
여민주는 11, 18일에 방송된 드라마 스페셜 2부작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시간'에서 백혈병에 걸려 시한부 삶을 살면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은 채 행복한 죽음을 맞는 '서연'을 열연했다.
의대 교수인 능력 있는 아버지 '철영'(차광수)과 현모양처형 어머니 '신효'(김도연)의 큰딸로 예쁜 얼굴에 전교1등을 놓치지 않는 학업성적까지 갖춰 한 살 어린 여동생 '서정'(김희정)의 질투를 부를 정도였다. 그러나 고3이 되던 해 급성 백혈병으로 쓰러진 뒤 학교도 그만두고 항암치료, 골수이식 등 2년여 동안 투병해야 했다. 증세가 호전돼 검정고시를 준비하며 정상생활로 돌아오는 듯했으나 결국 병이 재발해 약속했던 서정의 첫 콘서트에 가지 못한 채 눈을 감고 만다.
가슴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를 자랑하던 여민주는 이 드라마에서 여고생을 맡아 단발을 한 뒤 종국에는 삭발 투혼을 불사했다. 그동안 불치병 환자로 나오며 삭발을 보여준 여배우들은 김정은(36), 명세빈(37) 등 여럿 있었지만 카메라 앞에서 머리를 깎은 여배우는 드물었다. 5시간에 걸친 촬영 강행군 속에 여민주는 담담한 표정으로 시작해 눈빛이 뜨거워지더니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뒤 끝내 눈물을 흘렸다. "잘려가는 머리카락 하나 하나에 삶의 희망들이 사라지는 느낌이 들더군요"라며 담담히 말하지만 열정과 의지라는 말 외에는 다른 말이 필요 없는 열연이었다.
여민주는 "미팅을 하러 갔을 때 여주인공의 삭발 장면이 있다고 들었어요. 사실 살짝 부담스럽기도 했죠"라면서도 "백혈병 환자 역인 만큼 삭발은 상식이었고 당연하다고 생각해서 감수하겠다고 했어요"라고 돌아봤다.
가장 예뻐 보이고 싶은 20대 초반 여배우, 그것도 신인으로서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부모는 반대하지 않았을까, 머리 깎은 모습이 본인 마음에 들었을까. "부모님이 속으로는 걱정을 하셨겠지만 '여자인데 꼭 해야 하나', '하지 마라' 같은, 제게 상처가 될 말은 절대 하지 않고 믿어주셨어요. 삭발한 뒤 모습은 처음에는 걱정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깎은 뒤에 주변에서 두상이 예쁘다고 말씀하셨어요. 감독님도 머리 깎기 전 '안 예쁘면 계속 모자를 씌우겠다'고 농을 하셨는데 모자를 쓰지 않고 나온 장면들이 많았던 것을 보면 그래도 예뻤나 보죠? 호호호. 2부에서 가발 쓰고 나오는 장면이 있는데 감독님이 고맙고 미안하다는 뜻으로 자비를 들여 사주신 거에요. 너무 감사히 쓰고 있어요."
사실 여민주는 삭발 이슈로 먼저 주목 받았다. 하지만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삶의 존엄, 생명의 고귀함, 가족의 소중함을 하나 둘 짚어가자 병마에 사로잡힌 한 소녀의 의지와 좌절 그리고 희망을 온몸으로 표현한 연기로 호평을 얻었다.
"우리 드라마는 2부작으로 모든 것을 보여줘야 하니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정말 많았어요. 제가 연기하면서도 '이렇게 다양한 눈물이 있구나' 싶을 정도였죠. 어떨 때는 가만히 있다가 하염없이 눈물을 흘려야 하고, 어떨 때는 오열도 해야 했죠. 음악을 들으며 감정 컨트롤을 해보려고 했어요. 뉴에이지 음악을 주로 들었고, 우리 드라마 OST 중에 '라이프'라는 곡을 많이 들었어요. 2부에서 서연이가 서정이의 곡에 가사를 써준 것인데 서연이의 마음이 담겨 더욱 더 느낌이 왔답니다."
이번 작품은 여민주에게 어떤 의미일까. "제가 가장 신경썼던 것은 최소한 '머리만 깎았네', '머리 깎는 열정만 있고 실력은 없네'라는 말을 듣지 않는 것이었어요"라고 고백한다. "삭발은 여배우라면 쉽지 않은 선택이겠지만 그 캐릭터를 하겠다고 마음 먹었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니까요. 다행히 이 드라마를 마치고 연기적으로 인정을 많이 받게 돼 기뻐요. 물론 비판도 있지만 그런 연기적인 코멘트들이 제 연기를 지켜봐주신 분들이 많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잖아요?"라는 마음이다.
'늦바람' 만큼이나 늦발동도 무섭다는 것을 보여주는 여민주가 다음에 하고 싶은 연기는 무엇일까.
"제 본명은 김수진, 여민주는 예명이거든요. 국민들이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함께 하는 술 같은 여배우가 되라는 뜻이에요. 이름처럼 이번에 어둡고 우울한 모습을 맡아 여러분을 울렸으니 다음에는 생기발랄한 모습으로 웃겨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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