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년생 남보라, 허구한날 아역…동안 좋아?싫어?

기사등록 2012/03/03 20:57:16 최종수정 2016/12/28 00:18:31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지난해 관객 740만명을 모은 코미디 ‘써니’(감독 강형철)를 본 뒤, 출연배우들의 프로필을 확인해보다 깜짝 놀랐다. 문학소녀 ‘금옥’(이연경)의 중학교 시절을 연기한 배우가 1989년생 만 22세인 남보라였다는 사실 때문이다. 20대 초반의 나이로 어떻게 저런 얼굴이 나올까, 놀랍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다.

 올들어 10대와 여성 관객들의 열띤 성원 속에 150만 관객을 돌파하고, 200만 관객을 향해 줄달음치고 있는 휴먼 스릴러 ‘하울링’, 시청률 40%대에 육박하며 국민드라마의 반열에 오른 MBC TV ‘해를 품은 달’에서 다시 만난 남보라는 역시 앳된 모습 그대로였다. 특히 ‘하울링’에서는 범죄에 희생된 청소년의 모습을 실감나게 재현했다.

 동안은 여배우에게는 득일까, 실일까. 남보라를 만나 물어봤다. 본인이 생각하는 동안의 좋은 점과 나쁜 점에 관해…. 스스로도 늘 고민해왔던 듯 거침 없는 답변이 나왔다.

 “좋은 점은 오랫동안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겠죠. 얼굴이 젊으니 아직까지도 학생 역할을 할 수 있고, 작품만 맞는다면 성인까지도 할 수 있거든요. 하지만 나쁜 점도 있어요. 성숙한 역할을 하는데 한계가 있거든요. 사실 제 나이 또래 역할의 오디션을 봤다가 여러 번 떨어졌답니다. 어려보이기 때문이었죠.”

 그렇다면 남보라는 자신의 최강동안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예전에 오디션에 여러 번 떨어졌을 때만 해도 많이 속상했죠”라면서도 “그런데 유하 감독님을 만나면서 생각을 달리하게 됐어요”라고 털어놓는다.

 ‘하울링’을 연출한 유하(49) 감독은 남보라에게 동안인 것을 행운으로 여기라고 조언했다. “나이 먹을 때까지 충분히 오래 연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남보라도 동의한다. “사실 제게 행운이 돼준 작품들 모두가 제가 동안이어서 캐스팅이 됐던 거에요. 써니 때도 그랬고, 가출 청소년으로 나온 이번 하울링도 그렇구요. 해품달의 민화 공주도 원작에 앳돼 보인다는 설명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거죠.”

 그래서 지금은 동안의 장단점을 따지기보다 더 나은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 뿐이다. “좀 더 잘하고 싶어요. 좀 더 깊이 있고, 심도 있는 연기를 하고 싶답니다. 지금은 제가 하는 연기가 1차원적인 캐릭터에 그치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어서 빨리 입체적인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네요. 작품을 하면 할수록 더 많은 게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되거든요. 더 많은 경험을 해야겠고, 더 많이 느껴야 하고, 더욱 많이 배워야겠다는 생각이죠.”

 그래서 남보라는 ‘하울링’의 그리 크지 않은 비중의 ‘정아’를 좀 더 실감나게 연기하기 위해 마약 중독자들을 다루는 다큐멘터리를 찾아보고, 수기를 읽었으며, 할리우드 영화를 섭렵했다. 그것도 모자라 정신병원의 알코올중독 클리닉을 참관하는 등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  

 얼굴은 어리지만 생각은 어른이다. 그 정도 각오면 성숙한 역할을 맡더라도 얼굴이 아닌 이미지로 보여줄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왔다.

 사실 남보라는 2010년 MBC TV 드라마 ‘로드 넘버 원’에서 여주인공 ‘김수연’(김하늘)의 여동생 ‘수희’로 나와 언니의 옛 약혼자였던 ‘신태호 중위’(윤계상)를 향해 순애보를 펼쳤다. 당시를 떠올려 보니 남보라의 동안이 그다지 느껴지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결국 배우는 얼굴이 아닌 연기로 자신의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셈이다.

 남보라에게 물었다. “지난해 장나라씨가 연기했던 동안미녀의 후속편이 먼 훗날 만들어진다면?” 역시나 밝고 명랑한 대답이 돌아왔다. “당연히 제가 주인공을 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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