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에리 알안연]여자 매니저, 독하디 독한 뒷얘기

기사등록 2012/02/13 06:01:00 최종수정 2016/12/28 00:12:44
【서울=뉴시스】김에리의 ‘알·안·연, 알면서도 안 쓴 연예’ <4>

 요즘 신진 여자스타 중 가장 알짜로 손꼽히는 이민정과 문채원은 한 소속사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다. 바른손엔터테인먼트는 손예진과 김하늘을 톱스타로 키워낸 여자 매니저를 초기에 대표로 영입했는데, 그녀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한 듯 싶다. 한때 심혜진, 황신혜, 이미연 등 내로라하는 여배우들도 그녀를 거쳐 갔다. K대표의 뒷바라지에 이들 신예스타가 눈부시게 활동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손예진을 고3때 발굴, 3년여 간의 트레이닝을 거쳐 내보낸 것은 유명한 일화다. 연기파로 확고한 이미지를 구축한 손예진은 지금도 K와 일하고 있다. 좀 뜨면 유리한 조건을 내미는 타 소속사를 찾게 마련인 연예계에서 십수년째 한 매니저와 일하고 있는 것만도 기록적이다.

 한때 김혜수와 전도연을 동시에 맡아 이들이 ‘배우’로 자리 잡는데 큰 몫을 한 이도 여자 매니저인 P다. P는 이들이 전라 노출까지 마다않는 과감한 연기를 펼치며 한국 영화계에서 없어서는 안 될 여우가 되도록 조율한 실력자다.

 알려진대로 험한 동네인 이 업계에서 여성 매니저가 이렇게 입지전적 인물이 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만큼 프로정신으로 무장한 여전사들이라 할 수 있다. 친엄마 같은 모성애, 친언니 같은 애정 어린 잔소리로 연기자들을 돌보는 것도 비결이다. 작품 선택과 연기 조언서도 남자들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든 예리한 감각을 발휘하기도 한다. 덕분에 여자 연기자들은 마음 편히 이들을 의지하며 함께 커나갔다.

 K는 여배우들을 자식처럼 감싸 안아 돌보는 것으로 유명하다. 술자리에서 여배우를 향하는 술잔을 대신 받아 마시며 보호한다고 털어놓은 적도 있다. 불순한 소문이 많은 동네에서 그만큼 스캔들에 휘말리지 않도록 하는 것도 매니저의 임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루머를 뒤집어쓰는 것도 감수해야한다. 아직 어리고 감성적인 데다가 빡빡한 스케줄로 힘들어하는 여우가 무대 뒤에서 투정을 부리면 어린이 달래듯 달래는 것을 목격한 적도 있다.

 김하늘이 연기하러 가는 것보다 놀러가고픈 마음이 더 컸었다고 철없던 시절을 고백한 적이 있다. 또래들은 한창 학창시절을 즐길 때 직업전선에 나섰으니 충분히 그럴 만하다. 그 때 역시 김하늘의 곁을 강경하게 지킨 사람이 K다. (K를 떠난 김하늘은 최강 바람막이 부재에 따른 시련도 일부 겪었다)

 같은 여자 입장에서 섬세한 관리를 해주는 여자 매니저에 대한 신뢰가 클 수밖에 없는 건지, 한예슬도 최근 자신을 연기자로 데뷔시켜준 L대표에게 되돌아갔다. 권상우도 신인시절 자신의 매니저였던 L과 재계약을 맺었다. 거친 남자들의 세계에서 갖가지 불미스러운 일에 시달린 권상우가 여자 매니저의 깔끔한 매니지먼트를 일견 그리워했을 수 있다는 추측도 가능하다.

 이 밖에 김민준 등을 담당한 또 다른 P, 김래원을 길거리 캐스팅해 10여 년간 맡은 J 등이 성공한 여자 매니저로 회자된다.

 어느 분야든 마찬가지겠지만 남성 위주의 세계에서 여자가 성공하기란 쉽지 않다. 어려움을 헤쳐 나가며 고생한 것에 대한 보상심리인지, 일부 출세한 여자 매니저들의 콧대가 유난히 높아 반감을 사는 경우도 종종 있다. 자신이 돌봐온 스타와 자신을 동일시하며 안하무인이 된 것 아니냐는 비난을 듣기도 한다. 매니저의 장악력이 클수록 스타가 버는 수입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며 적지 않은 부를 쌓게 되는 것도 허장성세의 근거가 된다.

 감성적이라 변덕 부리기를 좋아하는 연예인들을 다루는데 강하게 나가기보다는 지나치게 감싸고 도는 것도 보기에 좋지는 않다. 빡빡한 계약과 스케줄에 따라 움직이는 것을 힘겨워 하는 연기자들의 비위를 맞추려고 과보호하는 것은 결국 세상과 차단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론에 귀 기울여 자기중심을 잡고 자율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성숙하고 독립적인 인간이 되는 길을 막아 버리는 것이 아닌지 우려되기도 한다. 움직이는 화수분인 스타들을 이용하려는 이들이 많은 현실에서 장기적으로는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한편, K대표와 앞서 언급한 P 등이 주축이 돼 중진 여자 매니저 10여 명이 ‘세상만사’라는 친목모임을 꾸려가고 있다고 한다. 업계에서 소수인 여자들이 느낄 수밖에 없는 고민과 애환을 나누는 공감과 공유의 장일 것이다.

 대중문화평론가 EriKim0214@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