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심화 빙의]의심하라, 이런 증상 나타난다면…

기사등록 2012/02/13 08:11:00 최종수정 2016/12/28 00:12:44
【서울=뉴시스】묘심화 스님의 ‘빙의’ <31>

 예전에는 빙의 환자들에게 사찰과 토속 신앙에서 몸 안에 들어온 귀신을 몰아내는 의식이 많이 행해졌으며 가정에서도 할머니들이 객귀를 물리친다며 죽을 쑤어 바가지에 담아 냄새를 맡게 한 후 소금을 뿌려 내쫓는 풍속들이 행해지기도 했다. 이러한 의식과 풍속이 사라져 가는 것과 달리 잡귀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의 수는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세계 보건 기구인 WHO에서 정신 질환 등에 ‘영적 치료’라는 단어를 삽입했을 만큼 빙의는 이제 전세계적인 질환이 됐다. 이는 환자들의 몸속에 들어간 혼백, 즉 귀기를 다스리는 데 현대 의학이 한계를 느낀다는 점을 인정한 대목이기도 하다.

 실제로 나를 찾은 많은 빙의 환자들 중 종교적 영적 치료와 병원 치료를 겸했을 때 병이 호전돼 정상인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가족들 중 빙의 환자가 있을 때 정신 질환자인지, 성격 변화에서 오는 것인지, 또는 죽은 영혼이 몸에 들어온 경우인지를 판단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빙의가 발병하면 그 진행 과정과 속도가 참으로 여러 가지 양상을 보이기 때문에 그냥 지나치기 일쑤이고 그러다 보면 치료 시기를 놓쳐 안타깝게도 폐인이 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빙의 환자 중에는 자살한 영체나 젊은 나이에 사고사한 영체, 아기를 낙태한 영체들이 몸 안으로 들어온 경우가 많다. 또 다른 영체들이 몸속으로 들어가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빙의’의 대표적 자각 증상은 밤에 공부를 하거나 TV를 볼 때 섬칫섬칫 주변에서 누군가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고 소름이 돋는 것. 또 집중력이 떨어지고 사고의 전환이 어려우며 건망증이 나타나기도 하고 악몽에 시달리게 되는데, 대개는 가족 중 죽은 사람들이 자주 나타나 자신을 어디론가 데려가는 꿈을 꾸고 뱀이나 개, 고양이, 갓난아기 등이 보이기도 한다.

 이와 함께 심한 불면증에 시달리며 자더라도 가위에 눌려 늘 머리가 무겁고 두통이 따르며 시력이 저하되고 눈이 시리며 따가운 증상도 동반한다. 심한 경우 이명이 들리거나 알 수 없는 사람들의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빙의는 행동의 변화를 수반한다. 매사에 자신감이 없으며 의욕을 상실한 채 타인과의 대화를 회피하거나 반대로 쓸데없이 필요 이상의 말을 계속할 때도 있다. 또 혼자말을 자주 하며 비웃는 듯한 미소를 띠기도 한다.

 성격도 바뀌어서 온순했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공격적으로 변해 포악해진다. 아이의 경우, 부모의 말에 강하게 반발하며 매사에 의심과 경계를 앞세운다. 또 옷을 갈아입지 않거나 지나치게 자주 몸을 씻는 경우도 있으며 폭식과 거식 증세가 교차한다.

 빙의가 되면 신체적인 변화도 생겨난다. 아무런 이유 없이 불안, 초조해지고 심장 박동이 빨라지며 숨이 거칠어진다. 매사에 안절부절못하며 그 눈빛에는 광채가 나지만, 얼굴은 핏기를 잃어 피부가 창백하여 흡사 송장의 모습과 같다. 결정적으로 눈동자가 유난히 흰빛이나 푸른빛을 띠고 체중이 감소한다. 또한 잡귀는 늘 무언가에 굶주려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빙의 환자 역시 음식을 걸귀처럼 먹는다. 그러나 먹은 것을 온전히 소화시키지 못하여 구토 증세를 보이며, 현기증, 두통을 호소한다.

 이런 온갖 증상에도 불구하고 병원 검사 소견에는 나타나지 않는 것 또한 빙의의 중요한 특징이다. 이상의 증상들을 보이면 일단 빙의를 의심해 보아야 한다. 일단 빙의가 되면 정신적으로 불안정하고 고통스러워 자살을 시도하기도 하므로 항상 주의깊게 살펴보아야 한다.

 빙의는 참으로 다양한 증세로 나타나며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에게 올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일단 빙의라 의심되면 빠른 시일 내에 가족들의 관심과 배려로 정상인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절대로 난폭하게 다루거나 책망해서는 안 된다. <계속> 물처럼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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