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환 맛있는집]변기에 앉아 똥오줌 드세요

기사등록 2012/01/29 01:23:07 최종수정 2016/12/28 00:08:37
【타이베이=뉴시스】김정환의 '맛있는 집'

 배설은 먹는 것 못잖게 중요하지만 '더럽다' '불결하다' 등의 이유로 터부시되는 것이 사실이다. '화장실과 처가는 멀리 있을수록 좋다'는 속담부터 미녀배우를 떠올리며 '×××도 화장실에 갈까?'라는 말도 안 되는 의문까지 품게 된다.

 화장실 양변기에 앉아 밥을 먹고, 음료를 마시는 남녀들이 있다. 이런 상황을 좋아라하면서 나라 안에서는 물론 멀리 다른 나라에서도 사람들이 찾아온다. 타이완 수도 타이베이 한국의 홍대앞이라 할 수 있는 스린(士林)에 있는 '모던 토일렛'(88614384)이다.

 MRT(지하철) 지엔탄((劍潭) 역에서 걸어서 3분 거리다. 스린 야시장을 바라보며 오른쪽으로 옷 가게, 애완동물 가게, 발마사지 가게, 핸드폰 가게 등 타이완 젊은층이나 외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각종 상점이 즐비한 거리를 따라 걷다 보면 정면 위쪽에 귀여운 남녀 화장실 표지판이 나온다. 그 아래 '똥덩어리' 모형이 없다면 진짜 화장실인줄 알고 지나칠 정도다.

 화장실처럼 작은 타일을 촘촘히 붙여놓은 허름한 입구를 따라 2층에 올라간다. 문을 여니 테이블 10여개가 놓인 실내에는 의자가 하나도 없다. 대신 방금 화장실에서 떼어온 듯한 양변기들이 알록달록한 커버를 씌운 뚜껑을 덮은 채 테이블마다 4개씩 자리하고 있다. 테이블도 뭔가 다르다. 욕실 욕조나 세면대다. 욕조는 한 개, 세면대는 두 개 위에 큼직한 통유리를 올려놓은 뒤 테이블로 쓰고 있다. 또 테이블 위에 있게 마련인 내프킨 통 대신 벽 곳곳에 화장실마냥 두루마리 화장지가 걸려 있고, 벽에는 물은 안 나오지만 샤워기도 설치돼 있어 분위기를 더한다. 전등갓도 변기 모양이다.

 황당하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안도했다. 진짜 화장실에서 식사나 음료를 마시는 것은 아니었구나….

 그렇다면 식음료가 변기에 담겨 나온다는 것은 무슨 얘기? 한쪽에 앉아 주변 테이블 손님들이 주문한 음식들이 나오는 모습을 지켜본다. 세상에나, 아이스크림은 뚜껑 열린 대변기 가득히 특유의 '모양'으로 담겨져 나왔고, 콜라가 채워진 컵은 남성용 소변기다. 치즈 스틱은 쭈그려식 양변기, 스파게티는 욕조 안에 각각 들어 있다. 만화영화에 주로 나오는 '응가' 모양 뚜껑을 열자 뚜껑 없는 변기 안에 커리가 있다. 돈가스는 변기 뚜껑을 개조한 듯한 형태의 식판으로 나온다.

 손님들은 대변기 안에 숟가락을 넣어 음식을 맛있게 떠먹고, 소변기에 빨대를 꽂아 쪽쪽 빨아 마신다.

 물론, 다 미니어처로 만들어진 식기다. 그래도 그것들의 용도를 아는 만큼 아연실색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사람들의 표정에서는 불쾌해 하는 기색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다들 서로 즐거워하며 변기와 변기 안 먹을거리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다.

 황당해하자 타이완 여성손님 한 명이 "이제 변기 안 빙수가 녹게 되면 더욱 놀랄 것"이라며 눈을 반짝인다.

 음식은 대부분 250 타이완 달러(약 1만원) 이하다. 음식 맛을 즐기기 위해서라기보다 호기심에 추억거리 삼아 갈만한 곳이다. 가게 입구에는 응아나 변기 모양의 냉장고 자석, 열쇠고리, 식기 등 각종 기념품을 진열해놓고 판매한다.

 평일에는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 10시, 휴일에는 오후 10시30분까지 문을 연다. 각각 마지막 주문은 오후 9시30분, 10시 전에 받는다.

 2004년 5월 타이베이 가오슝에서 시작된 이 모던 토일렛은 처음에는 응아 모양 아이스크림을 변기 모양 그릇에 담아 나오면서 유명해졌다. 타이완에는 타이베이에 2개, 타이중 1개, 가오슝 1개 등 총 4개 지점이 성업 중이다. 중국 광저우, 선양, 충칭, 톈진, 쿤밍, 홍콩 등지에도 지점을 냈다. 

 모던 토일렛을 처음 찾은 사람들이 부딪치는 고민 중 하나는 변기 뚜껑을 열고 앉아야 하나, 덮고 앉아야 하나다. 하지만 실제 화장실에서도 열린 변기 위에 너무 오래 앉아 있으면 건강에 안 좋은 것과 마찬가지로 여기서도 뚜껑을 덮고 앉는 것이 옳다.

 문화부 차장 ace@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