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전남 함평군 월야면 한 마을 주민들과 해당 지역 공무원 등에 따르면 이 마을 주민 여러명은 전날 점심식사를 함께 한 뒤 어디론가 운동을 다녀왔다.
이후 경로당 주변에 사는 이모(55)씨와 아내 김모(52·여)씨 등 주민 6명은 '저녁식사도 함께 하고 돌아가자'며 닭볶음과 함께 상추 겉절이를 포함한 비빔밥을 함께 했다.
이 과정에 이씨와 이씨의 아내를 비롯한 6명의 주민들이 두통과 복통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그나마 상태가 양호했던 이씨는 아내를 차에 태우고 인근 지역 병원으로 향했다. 나머지 주민들도 곧바로 119에 의해 병원으로 후송됐다.
이날 경로당에서 함께 식사를 한 주민은 이씨와 아내 김씨, 임모(70·여)씨, 또 다른 김모(67·여), 정모(70·여)씨, 유모(65·여)씨 등 6명이다.
이들이 먹었던 음식 중 상추 겉절이를 제외한 나머지 음식은 점심식사 때도 경로당에서 섭취했던 같은 종류의 반찬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주민들이 호흡 불안정과 입에 거품을 물고 있는 점 등으로 미뤄 일반적인 식중독 증세와는 다른 것으로 보고 음식물 등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감정을 의뢰했다.
조사 결과 이씨 등 6명의 가검물에서 카바메이트(carbamate) 계열의 살충제 성분인 메소밀(methomyl)이 검출됐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1급 독성농약으로 분류하고 있는 살충제 메소밀은 무색무취한 것이 특징으로 농촌에서 주로 사용하고 있다.
경찰은 주민들이 섭취한 음식물에 메소밀이 들어있었던 것으로 보고 어떤 경위로 음식물에 살포됐는지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분산 치료 중인 주민들 중 일부는 상태가 호전된 상황이다. 그러나 몇몇 주민들은 아직까지 인공호흡기 등에 의존해 치료를 받고 있다.
이날 광주 한 병원을 찾은 같은 마을 주민은 "농한기인 만큼 주민들이 경로당에 모여 식사를 하는 일이 잦다"면서 "평화로운 농촌마을에 무슨 일인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응급실 앞에서 걱정스런 얼굴과 함께 삼삼오오 모여 전날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받던 주민들은 가족같은 이웃의 빠른 쾌유를 빌며 자리를 지켰다.
경찰 관계자는 "메소밀을 농촌에서 자주 사용하고 무색무취의 특징이 있다보니 고의가 아닌 누군가의 실수로 음식물에 들어갔거나 농산물에 원래 묻어 있을 수도 있다"며 "현재는 다양한 가능성을 놓고 수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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