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파이 원빈됐네"…뿌리깊은나무 단발의식 황당

기사등록 2011/12/23 16:28:43 최종수정 2016/12/27 23:14:13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패러디라면 불필요했고, 흉내라면 어설펐다.

 22일 SBS TV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 최종회가 지난해 623만명이 본 액션영화 '아저씨'를 연상시키는 장면으로 스타일을 구겼다.

 이날 '개파이'(김성현)는 밀본의 본원 '정기준'(윤제문)으로부터 세종 '이도'(한석규)를 암살하라는 마지막 명을 받았다. 개파이는 탄탄한 근육질 몸을 드러낸 채 단검을 들어 텁수룩한 머리를 잘라낸다. 반촌 푸줏간 노비 개파이의 탈을 벗고 인간 중에는 대적할 자가 없다는 대륙 제일검 돌궐족 용병 '카르페이 테무칸'으로 복귀하는 의식이다.

 이미 '강채윤'(장혁)의 스승 '이방지'(우현), 내금위장 '무휼'(조진웅) 등과 겨뤄 이겼을 정도로 무공이 출중한 그였지만, 왕을 암살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잘 알기에 죽음을 각오한 표정은 더욱 굳었고 비장함마저 묻어났다.

 이 모습은 '아저씨'에서 '태식'(원빈)이 장기 밀매조직에 납치된 '소미'(김새롬)을 구하러 떠나기 전 클리퍼로 머리를 짧게 깎는 장면을 떠올렸다. 전당포 주인 아저씨가 특수부대원 태식으로 돌아가는 과정과 흡사했다. 태식의 몸에는 개파이처럼 상처도 있다.

 시청자들은 "개파이가 원빈됐네" "개파이가 주인공이었네" "비장한 각오를 저렇게 밖에 못 보여주나" "작가가 아저씨 광팬이었네"라며 못마땅해했다.

 이날 원빈(34)이 올해 영화 한 편 선보이지 않고도 한국갤럽의 '올해를 빛낸 영화배우' 설문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다는 보도가 나온터라 원빈과 개파이는 더욱 오버랩됐다.

 시청자들은 개파이가 드라마 내내 반촌의 주막집 딸 '연두'(정다빈)와 놀 뿐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고 외톨이로 지낸 것을 태식의 유일한 친구 소미와 연결하기도 했다. "연두는 김새롬 설정이었구나"라는 식의 비아냥이다.

 그러나 태식이 소미를 위해 목숨을 건 것과 달리 개파이는 연두와 놀기만 했을 뿐 위기에 처한 연두를 구한 적은 없다. 오히려 21일 정기준의 부하에게 교살될 뻔한 연두를 구한 것은 개파이가 아닌 강채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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