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서울 왕십리 CGV에서 시사회를 열고 베일을 벗은 전쟁 휴먼 '마이웨이' 얘기다.
물론, 너무 큰 기대를 품지 않고 봤다면 대만족, 격찬하고 있을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강제규(49)라는 스타감독과 한국의 장동건(39), 일본의 오다기리 조(35), 중국의 판빙빙(30) 등 스타배우들의 조합, 280억원이나 되는 순제작비, 모처럼 관객 1000만 영화가 나오리라는 예상 등이 지나치게 부담스러웠다.
이 영화의 출발은 제2차 세계대전의 물줄기를 뒤바꿔놓은 1944년 프랑스 노르망디 상륙작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노르망디를 점령한 연합군은 독일군복을 입은 아시아인을 발견한다. 그는 조선에서 소련, 독일, 프랑스로 왔다고 말했다. 그의 사연을 2005년 SBS TV가 다큐멘터리 '노르망디의 코리안'으로 만들었고, 여기서 모티브를 얻은 강 감독이 영화화를 결심했다. 시나리오 준비 3년, 프레 프로덕션 14개월 등을 거쳐 이날 모습을 드러냈다.
가족과 함께 하세가와의 집에서 쫓겨난 준식은 인력거를 끌면서 마라토너의 꿈을 키워간다.
우여곡절 끝에 런던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일본대표 선발전에 나서게 된 준식은 일본인들의 방해공작을 뚫고 하세가와에 앞서 우승한다. 하지만 일본인들은 준식이 반칙을 했다며 실격 처리해버린다. 분노한 준식을 비롯해 친구 '이종대'(김인권) 등 조선인 관중은 거칠게 항의하지만 폭도로 체포되고 만다. 당시 중국을 점령하고 소련 침공을 준비하던 일본은 이들을 강제징집, 몽골로 보내 전선으로 내몬다.
전임자는 실패했지만, 하세가와는 소련과 전투에서 승리하고자 준식, 종대 등을 앞세워 자살특공전을 벌이려 든다.
러닝타임 142분 중 경성에서 10여분, 일본군 몽골 노몬한 기지에서 10여분, 소련 포로수용소 벌목장에서 10여 분, 독일군 노르망디 진지에서 5분여 등을 제외한 100분 이상의 시간 동안 펼쳐진 전투신은 확실히 7년 전 강 감독이 장동건·원빈(34) 투톱을 내세워 만든 '태극기 휘날리며'의 그것을 능가한다. 아니, 이 영화보다 10배나 많은 비용을 쏟아 부은 할리우드 전투신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그럼에도 휴먼 드라마의 가슴 먹먹함은 엔드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느껴지지 않았다. 피지배자인 조선인과 지배자인 일본인을 떠나 개인적인 이유로도 갈등하고 대립하던 준식과 하세가와가 지구 반바퀴인 1만2000㎞의 여정에서 생사를 함께 넘나드는 사이 인간적으로 서로 이해하며 소통하는 이야기, 중국인 여성 저격수 '쉬라이'(판빙빙)가 그토록 일본군을 증오하게 된 이유나 준식과 쉬라이의 애틋한 사연, 준식과 종대의 끈끈한 우정과 그에 대비되는 하세가와의 부관 '무카이'(하마다 마나부)의 의리 등 가슴에 진한 울림을 줄 수 있는 요소들은 매우 많다. 그런데, 왜 울림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인지 두고두고 아쉬울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오히려 소련 포로수용소에서 무카이가 하세가와에게 어서 집으로 돌아가 나무인형을 만드는 가업을 잇고 싶다고 말하는 대목에서 가장 가슴 찡함을 느끼게 된다.
'마이웨이'의 태생적 한계, 역으로 대중의 관심을 끌어모으는 것을 성공시킨 이 한계들이 어떠한 흥행 기록으로 계량화될 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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