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항왜 김충선]처녀 젖가슴 더듬거린 것

기사등록 2011/12/12 06:01:00 최종수정 2016/12/27 23:10:23
【서울=뉴시스】유광남 글·황현모 그림 <277>

 18화 닌자수업(忍者修業) 277회

 유키에는 어떤 선택도 하지 못한 채 주저하고 있었다.

 ‘턱!’하고 누군가의 손길이 그녀의 어깨를 짚었다. 소스라치게 놀랐지만 그녀는 입을 열어서 비명을 지르지는 않았다. 유키에는 빨리 행동 하라는 교관의 신호라는 것을 짐작했다. 아마 그 교관은 그들이 성교를 감시하기 위해 따라 붙었을 것이다.

 “수치심 따위는 잊어라!”

 교관이 아주 작은 말로 속삭였다. 그건 이미 인고의 관을 돌파하며 수 백 번도 더 들어 온 단어였다. 실제로 그녀는 거의 벌거벗은 몸뚱이로 들과 산을 여러 차례 헤매기도 했었다. 혹독한 수련을 충분히 거쳤었던 경험이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번의 경험은 그것들과는 사뭇 달랐다.

 “빨리 마음을 정해라. 넌 다이로님의 큰 은혜를 입고 있는 행운아다.”

 유키에는 일말의 기대감이 엄습했다.

 ‘다이로의 은혜라고 했다? 행운이라고? 그건 혹시?’

 유키에는 눈을 감았다. 고향 해정을 떠올리고 바닷가의 바람과 구름, 그 파도와 모래사장 위의 아이들을 기억해 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야가의 냄새를 추적했다. 그 아이에게서는 언제나 달착지근한 화약내가 배어 있었다. 화약의 특유한 냄새가 유키에에게는 단 냄새처럼 느껴졌다.

 ‘그래도 여기는 사야가가 없다!’

 유키에는 어떤 냄새도 맡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고향 해정이 있는 동쪽 방향으로 손을 내밀었다. 우측 문을 밀고 서서히 더듬거리며 들어갔다. 그 뒤를 교관이 바싹 따라붙는 기분이 들었다. 여전히 어두웠고 어떤 물체의 식별도 불가능했다.

 ‘턱!’ 하고 문이 닫혔지만 변화는 없었다. 아니 있었다. 소리가, 아주 미세한 사람의 숨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소리를 지를 때보다도 더 큰 놀라움으로 유키에에게 달려들었다. 맹수의 울부짖음처럼 영혼을 뒤흔들었다.

 “시작해라!”

 마치 텅 비어 있는 공간에서 이명(耳鳴)처럼 울림이 떨려 나왔고, 그것은 거역할 수 없는 힘으로 유키에를 자극했다. 그녀는 어찌해야 할 지 망설였다. 옷을 벗어 버려야 하는 건지 아니면 입고 있어야 할지 난감했다. 어느 공간으로부터인가 손이 뻗어 나왔다. 유키에는 그 팔도 방향이 없이 목표를 찾아서 헤매고 있음을 깨달았다.

 ‘스슥!’

 상대의 손이 방향을 잃고 휘젓다가 정확히 유키에의 가슴에 닿았다. 마치 쇠에 달라붙은 자석이라도 된 것처럼, 눈으로 환하게 들여다보면서 만지는 모양으로 처녀의 젖가슴을 더듬거린 것이다.

 “옷!”

 “아앗!”

 두 남녀의 입에서 동시에 놀라는 탄성이 새어나왔다. 유키에는 뒤로 물러나고 사내의 손이 빠르게 움츠 러들었다. 교관의 경고가 나지막하게 울렸다.

 “잊었는가? 목소리를 내서는 안 된다.”

 유키에는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다. 사내의 손이 올려 졌던 젖가슴이 공연히 울렁거리는 기분이었다. 상대방을 확인 하고픈 생각이 절실했다. 하지만 몸은 자꾸만 꽁무니를 빼고 있었다.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아직도 그녀에게 남아 있었다. 유키에는 처녀였다.

 ‘사야가의 냄새를 맡을 수 있다면!’

 그녀는 크게 후각을 이용해서 숨을 들이켰다. 사야가라면 우수한 성적이 가능할 것이고, 운이 좋다면 그들은 만날 수도 있을 것이다. 더구나 교관이 희망어린 말을 던지지 않았는가. 다이로가 냉정하게 말했지만 신행(新行)의 안내자 역할을 자청한 것도 예사롭지 않았다.   

 “반 각 내로 교접하지 않으면 둘 다 탈락이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