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수다’에 나간 가수와 아이돌, 현 시점 우리나라의 가수는 이렇게 두 부류다.”
싱어송라이터 강인원(55)의 자조 혹은 상황파악이다. 45만명 이상이라는 가수 가운데 한줌만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현실이다. 방송사와 매니지먼트사, 기업 간 이해타산 접점의 산물들이다.
강인원은 1990년대 초까지 톱가수로 군림했다. ‘그대는 인형처럼 웃고있지만’ ‘사랑해 사랑해’ ‘영어선생님’ ‘갈테면 가라지’ ‘그 거리 그 벤치’ ‘거기 지금 누구인가’ ‘존댓말을 써야할지 반말로 얘기해야할지’ ‘사랑은 세상의 반’ ‘성숙’ 등을 작곡했다. 스스로 또는 김현식, 권인하, 민해경 등이 불러 히트한 가요들이다.
‘나는 가수다’에서 김범수, 박정현이 노래해 새삼 주목받은 ‘그대 모습은 장미’ ‘비오는날의 수채화’ 역시 강인원의 작품이다. 강인원은 그러나 반가우면서도 불편하다. 저작인접권 탓이다. ‘슈퍼스타 K’나 ‘위대한 탄생’ 버전이 오리지널을 잊게 만드는 가요판 그레셤의 법칙을 우려한다.
그렇다고 ‘제가 먼저 사랑할래요’라며 전면에 나설 수는 없다.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것이다. 세월을 거스르려는 시도는 자충수, 패착으로 귀결될 개연성이 크다. 연예는 젊음을 먹고 산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이상상태 혹은 공치사를 곧이 곧대로 신뢰, 나잇값을 못하면 미운털이 박히거나 망신살이 뻗치게 마련이다.
나이 든 가수의 서바이벌 기도는 과욕, 노욕일 수 있다. 착각, 오만일는 지도 모른다. 그 또는 그녀의 청춘과 노래를 적극 소비한 계층은 당시의 청소년과 청년이다. 그때 그 날렵한 젊음의 예각은 둔각이 돼버렸다. 중견가수가 여전히 팔린다면 ‘콘서트 7080’을 새벽에 방송할 리 없다.
미디어는 세상만사를 1% 쯤 보도한다. 이 빙산의 일각도 절대부분 권력자, 재력가 관련소식으로 채워진다. 늙은 리더는 희소하다. 뉴스의 주인공이 될 처지가 못 된다. 언론종사자 대다수도 젊은이다. 기록으로나 간접했을 뿐인 옛 유력자에게 관심을 둘 이유를 찾지 못한다. 실세의 일거수 일투족을 옮기기에도 벅차다.
그런데, 강인원이 ‘예외없는 규칙은 없다’는 관용어구의 관용화를 꾀하고 있다. 마침 윗세대 ‘세시봉’이 부활하는 등 여건도 좋아졌다.
강인원은 가수를 필요로 하는 남녀노소를 위한 일종의 구인구직 웹사이트를 구축 중이다. 본격 가동되면 가요계에 지각변동이 일 수도 있다. 가수와 가요 그리고 무대와 연관된 모든 경우의 수를 감안한 획기적이고 합리적인 생산자 겸 유통자로 위세를 떨칠 듯하다. 기존의 가요시장 질서 재편마저 기대해봄직한 파괴력 강한 이론과 실제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강인원급이니 가능하다. 청춘을 선호하는 TV가 외면해도 그는 여전한 현역이기 때문이다. 쉐라톤그랜드워커힐이 멍석을 깔아준다는 사실을 보기로 들 수 있겠다. 동료인 ‘왕년의’ 스타가수 이치현(56), 권인하(52)와 함께 결성한 트리오 ‘더 컬러스’가 20만원짜리 디너쇼를 벌인다.
문화부장 reap@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