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웅진 좋은만남, 어장관리에 열심인 남녀들…

기사등록 2011/10/26 08:11:00 최종수정 2016/12/27 22:56:52
【서울=뉴시스】이웅진 ‘좋은 만남’ <3>

 수수한 매력에 만나면 만날수록 호감이 가는 그녀. A씨는 그녀와 잘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만날 때마다 “아직 확신이 서지 않는다”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몇 달을 기다리면서 애매한 만남을 계속했다. 하지만 그녀와의 거리는 좁혀지지 않았고, 결국 “여자를 친구로는 안 만난다”는 말로 관계를 끊었다.

 얼마 후 우연히 만난 두 사람. 그녀는 “그동안 많이 생각났다”면서 반색을 했다. A씨는 그녀에게 또 넘어가고 말았다. 하지만 몇 주가 지나도 그녀는 변한 게 없었다. 그녀는 어장관리 중이었던 것이다.

 한달 전, 남성을 소개받은 B씨. 그와는 만남 분위기도 좋았고, 대화도 잘 통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그는 문자 답장도 늦어지고, 전화를 안 받는 일도 생겼다. 아직 특별한 사이가 아니라고 생각한 그녀는 ‘내게 마음이 없나 보다’ 싶어 연락을 끊었다.

 그랬더니 얼마 안 있어 전화를 건 그는 출장 다녀오느라 전화 못했다며 살갑게 군다. 만남 약속을 잡으면 아무 연락이 없어 불안하게 하다가 만나면 잘해주고, 헤어진 후에는 다시 연락이 잘 안 되고, 이런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그는 자신을 보고 있는데, 그의 마음은 다른 데 있는 것 같다. ‘내가 어장에 걸려든 건가?’라는 생각도 든다.

 어장관리를 하는 남녀들이 많은 모양이다. 회원게시판을 보더라도 어장관리를 하네, 당하네, 나쁘네, 좋네, 말들이 많다. 지난 세대와 비교해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 중 하나가 소위 문어다리식 만남이다. 예전에는 이런 만남방식을 도덕적으로 문제가 많다고 비난을 먼저 했다. 하지만 만남과 헤어짐이 자유로운 시대에 살면서 한 사람만 만나라고 하는 건 무리인 듯도 싶다. 딴은, 쉽게 만나고 헤어지기 때문에 그만큼 더 신중하고 싶은 생각에서 여러 사람을 동시에 만날 수도 있겠다.

 어장관리, 분명 만남 상대에게 떳떳한 행동은 아니다. 그런데도 왜 하는 걸까? 게시판에서 회원들의 생각을 읽어보자.

 1.여러 명 관리하면 서로의 조건만 재고 비교하게 되지 진정한 마음이 안생긴다.

 2.어장관리 당하는 게 싫으면 어장에서 나오면 되고, 괜찮으면 그냥 그렇게 지내면서 기회를 찾으면 된다.

 3.이상형은 둘째치고 얼토당토 안 한 사람 만나 평생을 망칠 수도 있다. 어장관리는 그 대비책이 될 수도 있다.

 4.새로운 만남에 무덤덤해지는 것 같다.

 다 옳다. 욕을 하면서도 어장관리는 필요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 보인다

 어장관리 당하는 남성이 있다. 아름다운 그녀…. 동료들 모두 그녀에게 마음이 있다는 걸 안다. 뭐 하나 내세울 거 없는 나로서는 기대하지 말아야 하는데, 그녀가 나에게 환한 미소를 지어줄 때면 의욕이 생긴다. 모두에게 친절한 그녀는 나한테도 잘해준다. 그녀가 어장관리하는 걸 알지만, 그녀의 어장에 남은 마지막 한사람이 바로 내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래서 난 그녀를 포기할 수가 없다.

 어장관리하는 남성이 있다. 동료가 다시 한번 약속확인을 한다. 오늘이 소개팅 D데이다. 사실 나는 만나는 사람이 있다. 그녀는 조건은 좋은데, 인간적인 매력이 잘 안 느껴진다. 한달 정도 만나면 대개 여자들은 사귀는 걸로 안다고 한다. 하지만 난 아직은 관망상태다. 소개팅을 받는 이유도 이것이다. 한 사람만 만나면 결정하기 어렵다. 헤어진 것을 후회할 수도 있고, 만나는 것을 후회할 수도 있다. 여럿을 만나면 특히 마음 끌리는 사람이 있을 거고, 그 사람을 택하면 되지 않을까.

 어장관리를 편들자는 게 아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어장 안에서 관리되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대처방식이다. 너무 예민해지지 말자. 내가 누군가와 비교되는 것은 결코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다. 그래도 마음이 있으니까 완전히 끊지 않고 어장에 넣어두는 것이다. 이런 경우 선택은 두 가지다. 최고의 모습으로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 아니면 “나는 네 물고기가 아니야!”하면서 어장을 나오는 것이다.

 어장관리가 빈번한 세태다. 조금은 유연한 생각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림> 한희작 작

 결혼정보회사 선우 커플닷넷 대표 www.couple.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