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아이즈]아이들 언어 파괴에 한글이 멍든다

기사등록 2011/10/17 14:17:53 최종수정 2016/12/27 22:54:05
【서울=뉴시스】이현주 기자 = 최근 학생들의 한글 파괴가 도가 지나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학생들이 자주 사용하는 은어 중에는 어른이 이해할 수 없는 단어들이 난무한다. 교사들 10명 중 5명 정도는 학교에서 학생들의 욕설, 비속어, 은어 사용을 ‘거의 매일’ 보거나 듣는다는 조사가 나오기도 했다.

 ◇'갈비'·'글설리'·'야리까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조사한 신세대 은어·비속어 모음을 보면 기성세대들이 이해할 수 없거나 처음 접하는 단어들이 대다수다.

 ‘강추’(강력하게 추천), ‘고고싱’(어디어디로 가자) 등은 일부 친숙한 단어들도 있지만 ‘갈비’(갈수록 비호감), ‘글설리’(글쓴이를 설레게 하는 좋은 리플), ‘까리하다’(잘 생기고 센스 있고 멋있어 보인다) 등은 대부분의 어른들이 처음 접하는 단어다.

 ‘꼬댕이’(공부도 못하고 놀지도 못하는 학생), ‘님선’(당신이 먼저), ‘비친’(비밀을 지켜주는 친구), ‘채금’(채팅 금지), ‘후득’(게임에서 죽어서 아이템을 잃는 것) 등도 어른들에겐 생소하지만 학생들에겐 친숙한 단어다.

 ‘려차’(영어 fuck를 한글로 친 것), ‘야리까다’(담배 피다), ‘디비’(담배), ‘뒤땅’(뒤에서 욕을 하거나 모함을 함) 등 학생 신분과 어울리지 않는 비속어도 많다.

 한 교사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 같은 은어 사용이 ‘한글 파괴’라는 것에는 공감하면서도 이를 사용하지 않으면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에 은어를 사용한다”고 전했다. 

 ◇교사 2명 중 1명 "학생들 매일 비속어·은어 사용"

 교총이 온라인 설문조사를 통해 전국 초중고교 교원 326명을 대상으로 학생 언어 실태를 조사한 결과 절반이 넘는 55%가 ‘학생들이 거의 매일 욕하거나 은어를 사용한다’고 답했다.

 학생들의 욕설, 비속어, 은어 사용을 얼마나 자주 보거나 듣느냐는 질문에 55.21%가 ‘거의 매일’이라고 응답했으며 ‘1주일에 3~4회 이상’ 26.69%, ‘1주일에 1~2회 이상’ 11.66%, ‘한 달에 몇 번 정도’ 4.91%, ‘거의 듣지 못하거나 잘 모르겠다’ 1.53% 등의 순으로 답했다.

 최근 학생들의 언어 사용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높다는 지적에는 대부분(80.67%)이 동의한다는 의견을 보였으며 ‘학생별로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는 14.72%, ‘동의하지 않는다’는 4.6%에 그쳤다.

 학생 중 몇 %가 욕설을 사용하느냐는 질문에는 ‘25~50% 미만’이 32.21%로 가장 많았으며 ‘50~75% 미만’ 29.75%, ‘75% 이상’ 24.23%, ‘0~25% 미만’ 13.8% 등의 순으로 응답했다.

 욕설 강도에 대해서는 ‘심각하다’가 89.26%로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보통이다’ 8.9%, ‘문제없다’ 1.84% 등으로 조사됐다.

 욕설 사용이 가장 심한 시기는 중학교 1~2학년으로 지적됐다. ‘중 1~2학년’이 43.25%로 가장 많았으며 ‘초등 고학년’ 25.77%, ‘중 3학년’ 17.79%, ‘고등학교 이상’ 10.43%, ‘초등 저학년’ 2.76%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학생들이 욕설이나 비속어, 은어를 사용하는 이유는 가장 많은 38.34%가 ‘습관적으로’를 꼽았으며 ‘아무 생각 없이 남들이 하니까’ 31.29%, ‘친구들로부터 소외될까봐’ 21.17%, ‘친구들에게 자신을 과시하려고’ 9.2%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교직생활 중 학생들이 반말을 사용해 교사를 지칭, 조롱하거나 욕설하는 것을 들은 적 있느냐는 질문에는 80.67%가 있다고 답했으며 19.33%가 없다고 응답했다.

 대부분의 교사들은 욕설을 들었을 때 ‘야단치는 등 적극적으로 훈계’(41.72%)하거나 ‘적당한 수준에서 지도’(42.33%)했지만 일부 교사들(4.91%)은 불쾌했지만 그냥 못들은 척 지나친 것으로 나타났다.

 ◇교사들 욕 사용도 '심각'

 교사들의 욕 또는 비속어 사용도 빈번하다는 지적이다.

 교사들 중 욕이나 비속어를 학생에게 사용하는 것을 듣거나 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75.46%가 있다고 답했으며 24.54%만이 없다는 답변을 전했다.

 동료 교사가 욕이나 비속어를 썼을 때는 69.94%가 ‘교육자로서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했으며 18.4%는 ‘학생의 잘못된 행동을 바로 잡는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학생의 언어 순화와 관련해 현행 교육과정과 학교 내 생활지도가 충분하냐는 질문에는 82.52%가 아니라고 답했으며 그렇다는 답변은 16.57%에 그쳤다.

 ◇'학생 언어문화 개선' 정부가 나섰다

 최근 학생들의 언어 파괴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정부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교사가 모범적인 언어를 사용하고 학생들에게 바른 언어 사용을 지도할 수 있도록 원격 직무연수를 개발·보급해 희망 교원들이 무료로 수강할 수 있도록 했다.

 EBS와 공동으로 관찰카메라를 통한 교실 등에서의 욕설 실태와 욕이 청소년의 뇌 발달에 미치는 과학적 실험, 학생 스스로의 자각 프로젝트 등으로 구성된 교육다큐멘터리 ‘욕해도 될까요?’를 제작했다.

 교과부는 이 다큐멘터리를 저학년·고학년에 맞는 30분 수업용으로 재편집해 일선 학교에 보급하고 등교 토요일이나 창의적 체험활동 등의 시간에 학생언어순화 교육용으로 활용케 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인터넷 매체 등에서 언어오염 현상이 심각한 점을 고려해 학교에서 다매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새로운 언어순화 교육이 필요하다”며 “특히 욕설을 배우기 시작하는 시기가 초등학교 단계인 점을 고려해 언어순화 교육이 초교 저학년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lovelypsyche@newsis.com

※이 기사는 뉴시스 발행 시사주간지 뉴시스아이즈 제248호(10월24일자)에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