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화 연인별곡(戀人別曲) 228회
해정의 입구로부터 급하게 한 필의 말이 달려오는 광경이 시야에 들어왔다. 자세한 인상착의는 알 수 없었으나 복장이 닌자(忍者) 차림이었고 서두르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의 등에는 령(令)이란 깃발이 바람에 펄럭였다.
‘혹시…?’라는 생각이 엄습했다. 수연 역시 그를 목격한 모양이었다.
“타이부교에서 온 전령 아니냐?”
“음… 그리 보입니다만.”
“넌 30일 간 휴가라 하지 않았더냐?”
모자간의 대화를 들으며 부친 신타로가 총기를 지팡이 삼으며 다가왔다.
“무슨 일이냐?”
수연이 설명했다.
“타이부교의 전령으로 보이는 인자가 마을로 방금 전에 들어왔어요.”
신타로의 안면이 굳어졌다.
“급한 변고가 발생했을지도 모르겠구나. 널 찾아 온 것이 분명하다.”
수연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내일이면 이 아이들의 혼례를 치러줘야 하지 않겠어요?”
사야가는 부모들의 불안한 기색에 분위기를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처럼의, 아니 어쩌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가족 소풍을 망치고 싶지 않았다.
“별 일 아닐 겁니다. 우선 어머니의 낫토와 스노모노 맛을 보고 싶어서 견딜 수가 없어요.”
사야가는 신타로와 수연의 등을 떠밀어 자리로 돌아왔다. 마오는 음식을 모두 펼쳐 놓고 특유의 쾌활한 표정으로 떠들었다.
“이런 날이 올 줄은 꿈에서도 생각지 못한 것은 아니었으나...오늘은 정말 굉장한 날이에요. 저 지금 노래를 부르고 싶은 걸요.”
신타로가 그녀의 기분을 맞춰줬다.
“그거 좋지. 마오가 부르는 노래는 정말 듣기 좋다.”
하지만 수연은 전령의 등장에 잔뜩 신경이 쓰였다.
“마오야, 그건 나중에 부르도록 하고 우선 사야가에게 음식을 먹이도록 하자.”
그녀는 초조했다. 쿠마모도의 타이부교 지부에서 파견 된 인자 전령이라면 긴급한 사안이 분명했다. 전문을 받는 즉시 사야가는 다시 귀교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지 않는가. 수연의 불안감이 증폭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갑자기 부모님들이 이상하다?’고 느낀 마오가 사야가에게 눈짓을 보냈다. 사야가는 그녀의 눈길을 무시하고 큰 소리로 떠들었다.
“괜찮아. 배가 고프다. 우리 신나게 먹자고요! 자, 아버지, 먼저 한 입 잡수셔야죠. 이거… 낫토 정말 끈끈하잖아요. 우리 가족의 사랑처럼!”
사야가는 얼른 부친 신타로에게 낫토를 젓가락으로 집어서 들이댔다. 신타로가 얼른 크게 입을 벌리고 받아먹었다.
“우와, 내가 먹어 본 여태까지의 막 중 최고다!”
마오는 이번에 우메보시를 하나 집어서 수연의 입에 넣어줬다.
“어머니도 맛보세요.”
수연은 마지못해 씹으며 건성으로 대답했다.
“그래… 맛있다. 너희들도 어서 밥하고 먹으렴.”
사야가는 얼른 낫토를 힌 쌀밥위에 올려놓고서는 젓가락으로 먹음직스럽게 입안으로 털어 넣었다. 마오가 그 광경을 보고 우메보시(=매실 짱아찌)를 집어서 반찬으로 사야가에게 건네줬다.
“오빠…아!”
부모님들 앞에서 민망한 광경이었으나 사야가는 눈을 질끈 감고 어리광 부리는 아이마냥 입을 벌렸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