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간(?) 팝송 중 ‘핫 스터프(hot stuff)’란 노래가 있다. 한때는 나이트클럽에서도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신나는 노래였다. ‘히어링(hearing)’이 불분명했던 그 시절에도 ‘아이 니드 어 핫 스터프(I need a hot stuff)’를 외쳐대는 여가수의 음성과 전체적인 노랫가락으로 봐서 제목 그대로 ‘기운 센 남자’이겠거니 짐작했다. 그런데 도대체 어떤 번안(飜案) 과정을 거쳤기에 기운 센 남자, 정력가가 180도 바뀌어 ‘목석같은 남자’로 변했는지 모르겠다.
세상에는 번안가요제목처럼 실로 목석같은 남자도 있다. 이런 남자들은 성욕감퇴증, 성욕저하증, 혹은 보다 한의학적 뉘앙스가 많이 풍기는 양기부족증(陽氣不足症)에 해당된다. 이들은 충분한 성적 자극을 받아도 성기능을 발휘하고픈 충동을 느끼지 않는다. 또 간혹 성적 자극에 충동이나 욕구가 일어나더라도 정상이라고 간주하기에는 너무도 미미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마음대로 하세요’ 라고 몸을 내맡기는 미끈한 여인이 있을지라도 심리적으로 냉담한 상태를 유지하고, 이로 인해 음경이 발기도 잘 되지 않는다.
학자에 따라서는 음경의 발기라는 성반응에 보다 많은 비중을 부여해서 발기가 안 되는 경우는 성욕의 고저(高低)에 구애받지 않고 발기부전으로 진단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또 양기부족증은 성욕만의 저하가 아니라 발기, 사정, 쾌감 등 남성 성기능의 전반적인 상황까지 부족하고 저하된 상태를 의미한다고도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이 방면의 전문가들이 학리(學理) 등을 따져가며 하는 말이다. 일반인들은 성욕감퇴나 성욕저하보다 양기부족이란 말을 더욱 친숙하게 사용한다.
아울러 남자들은 이 양기부족증을 하나의 질병으로 인식하기보다는 일과적인 증상 정도로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 술자리 친구들 간에는 ‘요즘 나 양기가 좀 떨어진 것 같아. 마누라 보기도 쑥스럽다구.’ 등의 이야기를 늘어놓게 된다.
학자들에 따라 양기부족증과 성욕저하증으로 다시 한 번 나눈다. 일반인들이 많이 쓰는 양기부족증이 일과성의 의미가 많다 해도 태초의 원초적 욕망이 현저히 줄어들었고, 그 정도를 정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 때는 질병으로 인식해야 한다. 왜냐하면 성적 욕구가 저하되는 것은 심한 스트레스나 만성 소모성 질환 등이 원인이 돼 몸과 마음이 정상적인 상황을 벗어났을 때 자주 병발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성욕의 저하를 계기로 숨어 있던 전신 질환을 발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나 성욕의 감퇴나 저하, 혹은 양기부족 한 가지만으로 병적 상태라고 진단하기는 매우 곤란하다. 앞서 지적했듯이 성적 욕구는 나이와 체질, 정서와 건강 상태, 직업과 환경, 부부간의 감정 상태, 성에 대한 지식과 가치관 등에 따라 너무도 현저한 차이가 난다. 정확한 정량적, 정성적 표준도 없다. 따라서 성욕이 떨어진 느낌이 들 때는 자신의 일상생활을 다시 한 번 돌이켜보며 ‘마누라 보기 미안타’ 말고 아내에 대한 깊은 애정을 더욱 더 쌓아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때론 연애 시의 감정으로 되돌아가서 ‘플라토닉 러브(platonic love)’를 외치는 것도 성욕감퇴를 이겨내는 한 방법이리라!
적당한 성적 자극에 무덤덤하게 반응하는 것도 문제지만 아주 미미한 자극에 지나치게 반응하는 것도 큰 문제다. 예를 들어 상대방이 팔등신 미인도 아니고, 시쳇말로 치마만 둘렀는데도 앞뒤 가리지 못하고 정신을 못 차린다면 남자들 세계에서도 정상적인 사람으로 받아들이기 어렵지 않은가?
여성 독자들에게는 항의 받아 마땅한 극단적 예를 들었지만, 실로 보잘 것 없는 미미한 자극에도 성적 흥분이 지나치게 빈번히 일어나 성교를 습관적으로 행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증상을 ‘성욕이 비정상적으로 항진했다’ 해서 성욕항진증, 혹은 성중독(性中毒)이라 한다. 한의학에서는 양기(陽氣)가 지나치게 강하다고 해서 ‘양강증(陽强症)’이라 일컫는다.
물론 건강한 정상인에게도 경우에 따라서는 성욕의 항진이 어느 정도 나타난다. 가령 망망대해를 수개월에 걸쳐 항해했던 선원들이라든지, 온통 국방색 물결에만 휩싸였던 군인들이 실로 몇 개월만에 귀가했다면 평상시보다 성욕이 훨씬 강하게 나타난다. 또 눈빛만 마주쳐도 ‘스파크’가 튀는 신혼부부라면 욕구의 항진이 한동안(?) 지속되기 마련이며 그게 정상이다.
성중독증 환자들에 따르면 성적 흥분이 일어날 때 성교하지 않으면 고통을 느낄 정도로 성욕이 강렬하다고 한다. 또 외설적인 영화나 소설은 물론이고 일상적인 대화에서도 강렬한 성욕이 일어나고, 지나가는 여성의 일상적인 옷차림이나 몸짓에도 극도의 성욕을 느껴서 이성적으로 제어하려 하면 고통이 따른다고 한다. 이런 환자들은 정말 중독된 듯 성교를 되풀이한다. 어떤 환자는 하루 세 번의 성교를 10년 가까이 계속해서 부인으로 하여금 ‘밤이 무섭다’를 연발하게 만들기도 하고 때로는 귀찮아하는 부인을 놔두고 새로운 대상을 찾아 헤매다가 ‘성도착증(性倒錯症)’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임상적으로 성욕항진증을 진단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왜냐하면 성욕감퇴와 마찬가지로 인간 욕구의 항진 정도를 정량적, 정성적, 객관적으로 수치화하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환에서 남성호르몬이 과잉 분비되거나 뇌종양에 의한 신경장애적 증상의 하나로 성욕이 항진되는 병적 경우가 아니면 자신의 욕구가 남들보다 조금 과하다 해서 지나치게 염려할 필요는 없다.
단, 여성들이 좋아하는 다이아몬드도 그 희귀성에 가치가 있는 것처럼, 천하지 않은, 실로 귀한 대접(?)을 받기 위해서는 적당한 절제가 필요하다. 마음을 맑게 해서 음욕(淫慾)을 제압하는 ‘청심제음(淸心制淫)’은 약으로만 가능한 게 아니다. 스스로 마음을 절제할 줄 알아야만 귀찮은 존재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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