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음악에는 인도, 중국, 크메르적 요소가 있지만 크게 보면 중국 대륙 남단에 고향을 둔 ‘타이양식’과 인도와 동남아의 토속성이 결합된 ‘몬 양식’의 두 갈래로 나눌 수 있다. 선율을 들어 보면 ‘타이양식’은 5음 음계적이라면 ‘몬 양식’은 동남아 특유의 등거리음계의 성격이 강하다.
음악 형식은 전통적으로 해 오던 ‘루앙(Ruang)’ 형식과 19세기 말에 생겨난 다오(Tao)형식이 주를 이룬다. 루앙형식은 오래된 전통적 양식인데 이들 악곡은 한 곡이 10분 정도 소요되는 곡에서 부터 40분 이상 지속되기도 한다. 루앙양식에서 하나의 주제를 한 시간가량 길게 늘여 갈 수 있는 것은 변주 기술이 뛰어난 악사들의 몫인데 이것은 또한 즉흥연주에 강한 태국음악의 강점이기도 하다.
태국음악에도 여러 악기가 합주를 하면 서양의 화음 비슷한 울림이 난다. 하지만 선율간의 음정 폭이 다르기 때문에 서양음악의 화성과는 차이가 있다. 이를 세밀히 비교해 보면, 으뜸음에서 완전 4도(도→파)음정의 폭은 서양음정 보다 약간 높으면서 완전 5도(도→솔) 보다는 약간 낮다. 그런가 하면 3도와 6도는 중간음정(neutral interval)이라고 부르는데 이들을 숫자로 1, 2 , 3과 같이 나타낸다. 이는 중국이나 대만에서 악보를 숫자로 기보하는 것과 비슷하다.
넓은 국토에 악기를 만들 수 있는 자원이 다양한지라 태국의 전통악기들은 숫자로 다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악기의 종류가 많은 만큼 다양한 악기들의 합주가 이루어지는데 이들 합주는 관현악기가 모두 편성되는 마호리(Mahori), 현악합주인 크루앙 사이(Khruang sai), 그리고 타악합주인 피파트(Piphat) 합주가 있다. 타악합주라면 한국의 사물놀이나 난타 같은 것을 연상하는데, 태국의 피파트합주는 매우 복잡한 선율 진행이 있는 실로폰류의 유율 타악기 합주로 인도네시아의 가멜란음악과 비슷하다.
마호리합주에 편성되는 악기들을 보면, 소두앙(so duang), 소삼사이(so sam sai)와 같은 현악기에, 클루이(khlue)라는 관악기와 라나트(ranat), 콩웡(khong wong), 칭(ching), 찹 레크(chap lek), 돈(thon), 람마나(rammana)와 같은 타악기가 편성된다. 피파트합주에 편성되는 악기들은 라나트, 콩웡, 칭, 참레크, 몽, 타폰, 클롱, 다트 등인데 여기에 관악기 피나이(penai)가 편성된다. 피나이는 한국의 태평소와 매우 비슷한데 이를 보면 한국의 풍물놀이에 꽹과리를 부는 것과 같다. 현악합주인 크루앙사이에는 소두앙, 소삼사이, 자케(jakhe)와 같은 악기가 편성된다.
태국이나 동남아 음악에서 노래 반주건, 기악합주건 빠지지 않고 들려오는 트라이앵글 비슷한 쇳소리가 있는데 이는 ‘칭’이라는 악기가 박을 짚어주는 소리다. 칭 연주자는 지휘자와 같은 역할을 한다. 칭을 치는 방식은 대개 느린 곡에서는 한 마디에 한번, 보통 빠르기에는 한 마디에 두 번, 빠른 곡은 한 마디에 네 번 치는 패턴이 있으므로 칭을 치는 횟수에 따라 악곡의 템포가 결정된다.
악기라는 것은 그 나라에 어떤 재료가 생산되는가에 따라서 달라진다. 대나무가 많이 나면 대나무 악기, 구리가 많이 나면 놋쇠 악기, 돌이 좋으면 돌로 악기를 만들게 된다. 조선시대 세종왕대에 편경을 만들 수 있었던 것도 당시 경기도 남양에서 경석이 나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세종조의 기록을 보면, 편종의 재료인 경석이 귀한데다 악기를 만들기가 힘들어서 악기 관리자가 실수해 한 개라도 파손했을 때에는 장 100대에 3년 유배의 엄한 벌을 준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였다. 요즈음이야 내 나라에 없는 자료는 다른 나라에서 수입해서 만들 수 있지만 교통수단이 원활하지 않은 당시였으니 이러한 말도 생겨났으리라.
마하사라캄과 로이에 공연에서 본 각양각색의 악기들, 그 중에 황금색 코브라 모양의 받침대에 매단 대나무 실로폰은 코브라를 숭배하는 동남아 사람들의 심성과 대나무가 많이 나는 태국의 자연을 한눈에 읽게 했다. 이들 연주에서 유난히 눈에 띄는 것은 악단의 전면(前面)에 요염한 여인이 머리에 꽃들 달고 어깨를 훤히 드러낸 짧은 치마를 입고 간드러지게 북을 치는 모습이었다.
전통음악 연주에서 한국의 걸 그룹 이상으로 야한 모습을 보니 방콕의 티파니 쇼와 밤의 쇼들이 오버랩 됐다. 마치 밤무대의 무희 같은 자태로 북을 치는 여 악사의 배치가 음악적 효과를 위한 것인지 시각적 효과를 위한 것인지 헷갈릴 정도였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방콕의 트랜스젠더 쇼나 밤의 쇼도 결국은 태국의 문화적 토양이 만들어 낸 돈벌이 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작곡가·음악인류학 박사 http://cafe.daum.net/ysh35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