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라대왕은 넘버5…지옥·극락, 그림으로 보여주마

기사등록 2011/09/14 17:28:33 최종수정 2016/12/27 22:44:20
【서울=뉴시스】백영미 기자 = 국립중앙박물관(관장 김영나)이 '명부전(冥府殿)의 불화'전을 서화관 불교회화실에서 개막했다.

 사후 세계가 명부다. 사찰의 전각 중 명부전은 불교의 사후세계를 구현한 전각이다. 명부전의 주인공은 지옥의 구제담당 지장보살과 죽은자 심판담당 시왕10명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지장보살과 시왕을 그린 불화를 중심으로 불교의 사후세계를 보여주는 각종 불화들을 소개한다.

 전시는 명부전의 최고 존격인 지장보살로 시작된다. '지장보살과 지옥의 왕들'은 화면 중앙의 지장보살을 중심으로 지옥을 다스리는 시왕이 양쪽에 모시고 서있는 구도다. 밝은 채색과 꽃문양 등이 조선 전기 불화의 여운을 보여준다. '직부사자(直符使者)'와 '감재사자(監齋使者)'는 사람이 죽었을 때 죽은 자를 감시하고 관련 기록을 지옥으로 전달하는 저승사자들을 그렸다. '지옥을 다스리는 현왕(現王)'은 본래 지옥의 왕들 중 5번째인 염라대왕이지만 지옥에서 죽은 자를 구제하는 능력이 좀 더 뛰어나 별도로 받들어진 현왕의 모습을 보여 준다.

 하이라이트는 일렬로 전시된 '지옥을 다스리는 시왕(十王)' 9점이다. 처음에는 지옥을 다스리는 10명의 왕을 한 폭에 한 명씩 그려 총 10폭으로 구성돼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는 제5 염라대왕이 그려진 1폭이 없어진 채 9폭으로 전해지고 있다. 강렬한 채색, 일관된 구성이 돋보이는 일련의 시왕 그림들은 20세기 초에 구입된 박물관의 초기 수집품에 속한다. 본래 북한산 태고사에 있었다고 한다.

 시왕은 사람이 죽은 뒤 7일마다 한 차례씩 심판을 해 49일까지 7명의 왕이 심판했다. 이후 100일, 1년, 3년이 되는 날 제8, 9, 10왕이 심판한다. 심판날마다 재를 올리면 망자가 좋은 곳에 갈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 중요한 예배 대상이었다. 또 그림의 하단에는 죄를 지은 자들이 지옥에서 갖가지 벌을 받는 모습이 그려져 있어 교화적인 의미도 컸다.

 불교의 사후세계로 지옥과 대비되는 곳은 극락이다. 고통없이 영원히 즐거움만이 있는 극락은 스스로의 수행으로 갈 수 있지만 유족들이 천도재 등을 통해 공덕을 쌓음으로써 망자의 극락왕생을 빌어 줄 수도 있었다. 불교의식에서 사용되는 불화 '칠여래도(七如來圖)'의 일부인 '광박신여래(廣博身如來)', '감로왕여래(甘露王如來)'에서부터 극락을 향한 여정은 출발한다.

 '극락으로 가는 배'는 세상을 떠난 사람들을 극락으로 데려다 주는 반야용선(般若龍船)을 그린 그림이다. 배에는 죽은 이들이 나란히 타 있고 사람마다 '비구니(比丘尼)', '비구(比丘)', '처사(處士)', '보사녀(補寺女)' 등으로 기재돼 있다.

 여정의 마지막인 '무위사 극락보전 아미타삼존벽화'은 아미타불이 주재하는 극락의 세계를 보여준다. 전남 강진 무위사 극락보전의 후불벽에 그려진 벽화다. 실물은 국보 제313호로 지정돼 있으며 1938년에 그려진 모사도가 전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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