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아이즈]맛집-서울 을지로3가 '안동장'

기사등록 2011/09/19 09:03:37 최종수정 2016/12/27 22:45:25
【서울=뉴시스】김정환 문화부 차장 = 짜장면 하나, 짬뽕 한 그릇이라도 특별한 곳에서 먹고 싶다면 주저하지 말고 이 집으로 가라. 서울 을지로 3가 315-18번지 ‘안동장(02-2266-3814)’이다. 지하철 3호선 을지로3가역 10번 출구로 나와 조금 걸어 내려가면 만날 수 있다.

 인테리어 소품점들로 즐비한 이 거리에 이런 중국집이 있나 싶다. 게다가 이름도 왠지 설렁탕집 같다. 하지만 이 가게의 역사를 안다면 왠지 신뢰감이 절로 든다. 바로 1948년에 오픈한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중국집이기 때문이다. 특히 화교 3대가 대를 이어 운영하는 집이라 미식가들 사이에는 ‘최고령 화상 중국집’으로 통할 정도다. (짜장면을 처음 국내에 선보인 곳으로 잘 알려진 인천 차이나타운의 ‘공화춘’은 원래 가게가 아니라는 이유로 가장 오래된 중국집으로 보는데 이견이 있다)  

 5층 건물 중 1~3층을 쓰는 이 집은 1층은 홀, 2~3층은 방으로 구성된다. 1층에 앉았다. 벽에는 식사 메뉴가 다양하게 제시돼 있다. 그런데 이쪽 벽에는 면, 저쪽 벽에는 밥이 붙어 있어 처음 간 사람이 한쪽 벽만 보고 이 집에는 ‘면(밥)이 없나 보다’라 생각하고 시켰다간 밥 먹다가 다른 벽의 메뉴를 안 본 것을 후회할 수도 있다.

 ‘짜장면’(4500원)을 시작으로 ‘짬뽕’(6000원), ‘삼선짬뽕’(7500원), ‘잡채밥’(1만원), ‘삼선볶음밥’(7500원), ‘삼선간짜장’(7500원), ‘마파두부밥’(9000원) 등 어디서나 흔히 맛볼 수 있는 메뉴도 있지만 ‘송이 소고기 짜장면’(7000원), ‘송이 소고기 볶음밥’(8000원), ‘송이 짬뽕’(8000원) 등 가을의 진미인 햇송이를 재료로 넣은 특별한 메뉴들도 눈에 들어온다.

 이 집이 원조로 사실상 알려진 ‘굴짬뽕’(8000원)을 시켜봤다. 보통 중국집 중 굴짬뽕을 파는 곳은 별로 많지 않다. 게다가 맛도 거의 맑은 국물 한 종류만 나오는데 이 집은 ‘매운 맛’과 ‘시원한 맛’의 두 종류가 있는 것이 이채롭다.

 동행이 주문한 매운 맛 굴짬뽕의 국물을 먼저 한 모금 먹어봤다. 언뜻 일반 짬뽕과 색깔이 비슷해 보통 중국집에서 흔히 접하는 조미료 가득한 자극적이면서 끈적끈적한 맛을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매운 느낌은 있었으나 자극적이지 않았고 끈적거리기보다는 오히려 맑고 산뜻했다.

 이번에는 시원한 맛의 국물이다. 다른 집의 굴짬뽕과 유사한 듯했다. 그런데 다른 집의 경우 국물 색은 이 집처럼 맑지만 뒷맛에서 매운 느낌이 확 들어 먹다가 눈물이 핑 도는 일이 많았다. 이 집의 시원한 맛은 말 그대로 첫 맛부터 끝 맛까지 제대로 시원했다.

 이처럼 이 집 굴짬뽕 국물 맛이 맵든 시원하든 모두 담백할 수 있는 것은 쫄깃쫄깃한 굴과 신선한 배추, 부추, 청경채를 가득 넣고 조리한 덕분이다. 먹다 보면 많지는 않지만 잘게 썬 돼지고기가 간간히 씹혀 더욱 감칠맛이 난다. 면은 가느다란 편인데 탱탱한 것이 일품이다.

 아쉬운 것은 양이 너무 적다는 점이다. 그래서 맛있는 국물을 바닥이 보일 정도로 ‘흡수’한 뒤에도 뭔가 허전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래서 이 집의 또 다른 별미인 ‘해선 볶음면’(9000원)을 시켰다. 오징어, 낙지, 해삼, 새우 등 다채로운 해산물과 함께 돼지고기, 각종 야채로 가득하다. 삼선짬뽕을 프라이팬에 볶은 뒤 그 위에 짬뽕 국물을 얹어 나온 것으로 예상보다 맵지 않아 먹을 만하다. 되레 얼마 안 되는 짬뽕 국물을 떠먹는 맛도 쏠쏠하다.

 신기한 것은 그 흔한 군만두를 비롯해 탕수육, 깐풍기 같은 요리류는 벽에 일절 붙어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그것만 보고 ‘서울 시내 한복판 화상 중국집이라 그런 요리는 안 파는구나’라고 지레짐작했다간 이쪽 벽만 보고 식사시킨 것을 후회하는 것보다 더 아쉬워질 수 있다. 메뉴판에는 ‘군만두’는 물론 ‘탕수육’부터 동네 중국집에서는 맛볼 수 없는 ‘샥스핀’ ‘제비집’ 요리까지 빼곡히 적혀 있다. 이 집의 ‘군만두’(6000원)는 중국집에서 서비스로 주는 군만두와는 차원이 다른 맛이라는 것이 중론이니 꼭 한 번 먹어보자.

 주차장이 없으므로 가게 앞 공영주차장을 이용해야 한다.

 ace@newsis.com

※이 기사는 뉴시스 발행 시사주간지 뉴시스아이즈 제244호(9월26일자 추석합본)에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