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항왜 김충선<185>사야가, 마오야 나오너라

기사등록 2011/08/19 07:01:00 최종수정 2016/12/27 22:37:06
【서울=뉴시스】유광남 글·황현모 그림

 15화 애정산맥(愛情山脈) 185회

 삼 년 만에 만난 모자의 대화는 타이부교의 조선 간자 배출에 대한 견해로 진지하게 이어졌다. 그들의 담소를 가로 막은 것은 부친 신타로였다. 그는 아들이 도착했다는 말을 듣고는 불편한 다리를 끌다시피 집으로 찾아 온 것이다.

 “사야가, 어디 있느냐?”

 사야가는 별채의 방문을 와락 열어젖히고 튀어 나갔다.

 “아버지!”

 그들 부자는 실로 오랜만에 부둥켜안고 기쁨을 만끽했다.

 “어디 보자, 내 아들이 과연 맞는가? 와하하, 이제는 어른이 됐구나. 장수가 됐어!”

 “절 받으십시오.”

 사야가는 얼른 부모님 앞에서 무릎을 꿇고 절을 올렸다. 신타로는 연신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입을 함지박만큼이나 크게 벌렸다. 

 “휴가를 나왔다고? 이제 훈련이 모두 마무리된 게 아니냐?”

 사야가는 교토의 타이부교 총 본부로 50인이 선발돼 떠나간다고 설명을 했다. 자신이 특별 휴가를 맞이하게 된 것은 입을 다물었다. 동료 훈련병들을 살상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수연에게 들려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여간 수고 많았다!”

 부친의 격려를 들으면서 사야가는 궁금하던 것을 물었다.

 “마오는 어디 있습니까?”

 신타로가 수연의 안면을 슬쩍 바라다보았다.

 “둘 중 하나다. 자기 방 아니면 화승총 제조장에 있을 것이다.”

 “우선 방에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야가는 마음이 갑자기 급해졌다. 어린 꼬마 마오가 어느 정도나 성장 했는지 참기 어려울 만큼 궁금해 졌다. 마오는 방에 없었다. 그녀의 방에서는 소녀 특유의 향기가 물씬 새어 나왔다.

 “마오의 방?”

 삼 년 전의 그 방이 분명하지만 오늘은 이상하게 가슴이 두근거렸다. 사야가는 안으로 들어섰다. 작은 문갑위에 화승총을 설계한 그림이 잔뜩 쌓여 있었다. 아마도 마오가 그린 것이리라.

 “마오가 총기를 그린다?”

 사야가는 그림을 들척거리며 살펴보았다. 세밀하게 분해한 화승총의 그림이 또렷했다. 히키가네(引金=방아쇠)를 여러 모양으로 그려진 것도 있었다. 히바사미(火挾=점화를 일으키는 장치)도 각기 다르게 묘사해 설계됐다.

 “재미있군.”

 사야가는 마오를 찾아가야 한다는 생각도 잊은 채 도면들을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츠츠(筒=총신)와 센메오(先目当 =가늠쇠)도 제법 세련되게 만들었는걸. 야하, 대단해. 마오에게 이런 재능이 있었나?”

 사야가는 신기하기 짝이 없었다. 마냥 어리게만 생각 했던 마오에게 이런 숨은 자질이 있었다니 신통한 생각이 들었다. 신타로와 모친이 마오의 방을 기웃 거렸다.

 “여기 없다면 분명 거기에 있을 것이다. 그리 가봐라.”

 신타로는 화승총 제조장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사야가는 부친에게 도면을 내밀었다.

 “이거 마오가 설계한 것 맞아요?”

 “그래. 나도 깜짝 놀랐다. 우리 화승총에 일대 변화를 가져왔어!”

 수연은 혀를 찼다.

 “계집아이가 할 짓은 아닌데 쯧쯧.”

 “그래도 놀라운 재능이에요. 이런 실력은 흔치 않아요.” 

 사야가는 감탄을 하고는 수연의 훈계를 듣기 전에 얼른 마오를 찾아 그 방을 나선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