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아이즈]차길진의 시크릿가든-창녀가 될 뻔한 여인

기사등록 2011/08/02 09:08:37 최종수정 2016/12/27 22:32:43
【서울=뉴시스】사람은 누구나 한 가지라도 별명이 있다. 별명이 외모를 따르기도 하지만 사람의 분위기에 맞춰 만들어지기도 한다. 친한 사람들 사이에서 불러지는 애칭 정도로 생각할 수 있으나 별명 때문에 심각한 고민을 하는 사람도 있다. 얼마 전 별명 때문에 고민하는 여인이 찾아왔다. “법사님 저는 별명 때문에 결혼도 못하겠어요.” 도대체 어떤 별명이기에 그녀는 결혼도 못할 거라고 말하는 것일까.  알고 보니 그녀의 별명은 ‘마담’이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생긴 별명이라 한다. 하지만 명문여대를 졸업한 뒤 커리어 우먼으로 능력을 인정받은 여인의 별명이 마담이라는 것은 뜻밖이었다. “처음 만난 사람들까지도 저보고 마담이라고 해요. 화류계에서 일했냐고 물어온 적도 여러 번입니다. 이러다 회사 그만두고 술집을 차리는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키 165㎝의 볼륨 있는 몸매에 촉촉한 눈빛은 누가 봐도 밤의 여인 같았다. 그러나 그녀는 IQ가 154인 책과 영화, 드라이브를 취미로 하는 멋진 워킹우먼이었다. 평상시엔 마담이라는 별명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지만 일 때문에 만나는 남자들조차 자신을 그런 눈빛으로 볼 때면 고민이 깊어진다고 했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데도 사람들은 그녀를 보면 왠지 남자가 많을 것 같다고 얘길 했다. 술집을 차리면 잘 할 거라며 동업하자는 사람도 있었다. 그녀도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남자들과 인연이 많았다며 비슷한 또래 남자들은 너무 어려 보였다고 고백했다.  남자들보다 술을 잘 마시는 것도 원인이 됐다. 한창 잘 마실 때는 소주 여러 병을 마셔도 끄떡없었다. 또래 친구들이 모두 쓰러진 뒤에 일일이 집까지 바래다주기도 했다. 남자들도 혀를 내두르는 술 실력 때문에 고민한 적도 여러 번이다. 웬만큼 마시지 않고서는 절대 취하지 않는 자신의 체질이 의심스러웠다고.  “도대체 제가 전생에 어떤 사람이었기에 마담이라는 별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걸까요?” 순간 나는 조심히 염사를 시작했다. 그랬더니 어느새 조선시대로 바뀌어 있었다. 전라도 지방의 어느 객사. 중국과 교역을 많이 하는 곳인지라 유난히 유동인구가 많은 그곳에서 여인은 열심히 일을 하고 있었다.  양반집 출신이었지만 가문의 몰락으로 이곳까지 흘러 들어온 것이었다. 때문에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객사의 안살림은 모두 여인이 처리하고 있었다. 낮에는 부엌에서 손님들이 먹는 음식이나 필요한 물품을 챙기다가 밤에는 책을 읽고 시서화(詩書畵)를 즐기던 품위 있는 여인이었다.  성품이 조용한 여인은 객사를 출입하는 남성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늘 손님들의 눈을 피해있었던 그녀. 종종 객사에 머무는 남성들과 염문을 뿌리기도 했지만 소문일 뿐 평생 홀로 객사를 지키며 살아갔는데.  이런 전생 때문에 그녀의 별명이 마담이 된 것 같았다. 회사를 그만두고 물장사를 해야겠다고 심각하게 말하는 그녀를 위해 “전생에 객사 주인이었지만 물장사를 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전생의 습관이 남아 여자보다는 남자들에게 더 잘 해주는 경향이 있습니다”라고 말해줬다. “남성들과 인연이 많으니 여성 전문 인력이 많은 직종보다는 남성들이 많이 하는 일에 도전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겁니다.”  내 말에 “그럼 다음 주부터 암벽타기를 시작하면 어떨까요?”라며 환하게 웃는 그녀를 보니 마음이 편해졌다. 특유의 미소로 사람의 마음을 편하게 만드는 여인의 능력. 아마도 그 편한 미소 때문에 술자리가 즐거워진 남성들이 그녀를 ‘마담’이라 불렀던 것은 아닐지.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곧 좋은 인연을 만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전생 때문에 현생에 업을 짓고 있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한 순간의 실수로 업을 지어 크게 고생할 수도 있다. 재작년 ‘창녀’가 되고 싶다면서 한 여인이 찾아온 일이 있었다. 그런데 그녀가 창녀가 되고 싶은 이유는 돈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주체할 수 없는 ‘성욕’ 때문이었다. 창녀가 되고 싶다는 너무나도 솔직한 고백을 하는 것이었다.  2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그녀는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고 잠실 후암선원으로 당당히 들어와서는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가뜩이나 짧은 미니스커트가 더 짧아 보이기에 나는 슬며시 방석을 권해줬다. 그랬더니 권했던 방석으로 앞을 가릴 생각은 안하고 오히려 깔고 앉아 버리는 게 아닌가.  그러더니 이번에는 빨간 매니큐어를 바른 날카로운 손톱으로 갑자기 앞에 있는 나무 탁자를 박박 긁어대는 것이었다. 마치 커다란 암고양이가 앞발을 세워 벽을 긁듯 그렇게. 당황한 나는 탁자를 손으로 ‘쾅!’ 내려치고는 “지금 뭐 하는 짓이오!”라고 호통을 쳤다. 그제야 정신이 들었는지 그녀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토로했다.  “법사님, 저도 제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남자만 보면 손톱으로 탁자를 긁으면서 창녀가 되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 해요.” 밤만 되면 남자와 섹스를 하는 꿈을 꾼다고 털어놓았다. 창녀가 돼 옷을 벗고 남자들 앞에서 춤을 추는 상상을 하면 자신도 모르게 희열을 느낀다고도 했다. 최근 창녀가 돼야겠다는 생각에 실제로 여러 번 서울 시내에 있는 사창가를 배회했다고 고백했다.  “저도 과거에는 보통 여자들과 다름없이 정숙한 여성이었습니다. 좋은 혼처도 많이 들어 왔고요. 그런데, 지금은 선보러 나가기만 하면 남자들 앞에서 손톱을 세워 테이블을 긁어대니 질겁을 하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치더군요.”  그녀가 얘기하는 동안 나는 그녀의 눈을 가만히 살펴보았다. 그랬더니 그녀의 몸속에 정체불명의 영가가 들어가 있는 것이 감지됐다. “혹시 최근에 고양이를 죽인 일이 있으십니까?” 그랬더니 그녀는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 “네. 야밤에 하도 고양이가 울어대서….”  약 6개월 전 그녀의 집 창문 앞에 웬 암고양이가 밤마다 애기 울음소리 같은 묘성을 질러대며 어슬렁거렸다고 한다. 발정기에 들어선 암고양이는 동네의 수고양이를 애타는 마음으로 유혹하려 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귀에는 죽여 버리고 싶을 정도로 싫었다.  “하루는 마음먹고 쥐약을 사러 갔어요. 그리고 죽은 쥐에 쥐약을 잔뜩 발라 그 고양이를 유혹했지요. 그랬더니 그날 밤은 조용하더라고요. 나가보니 그 고양이가 담장 옆에 죽어 있었어요. 죽은 쥐에는 고양이의 이빨 자국이 선명했죠.”  물론 그녀의 계획대로 고양이는 죽었지만 발정 난 암고양이의 영은 그대로 그녀에게 빙의(憑依)됐고 그녀는 ‘발정 난 암고양이’가 되고 말았다. 이쯤 되자 고양이 영가는 자신의 존재가 발각된 것이 두려워 더욱 강렬하게 테이블을 긁게 만들었다. 하지만 나의 기(氣)에 제압당한 고양이 영가는 외마디 묘성을 질러대더니 그만 탁자 앞에서 쓰러지고 말았다.  잠시 후 깨어난 그 여인은 탁자에서 슬그머니 손을 내려놓으며 남자 앞에서도 책상을 긁지 않을 수 있게 됐다며 기뻐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남자 생각을 하지 않고 편히 잘 수 있게 도와달라는 것이 아닌가.  지난해에는 남자친구와 싸우고 홧김에 고양이를 창문 밖으로 집어 던져 죽인 여자가, 고양이 주인의 멱살을 잡고 싸운 사건이 있었다. 아무리 화가 난다고 해도 함부로 동물을 죽이는 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 한 순간의 실수로 자신도 모르게 창녀가 될 뻔했던 여인처럼 어떤 업이 다가올지 모를 일이다. 특히 발정 난 동물은 절대 건드리지 마시길. ‘섹스’에 관한 한 법사인 나도 도와줄 수 없으니 말이다.  후암미래연구소 대표 www.hooam.com ※이 기사는 뉴시스 발행 시사주간지 뉴시스아이즈 제238호(8월8일자)에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