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적인 가속성능은 기본, 연료 표시계가 고장났나 의심이 들 정도로 만족스러운 연비, 넓은 실내 공간 등 실용성까지 '팔방미인'이라는 표현이 딱 맞아 떨어지는 모델이 바로 신형 제타였다.
신형 제타를 처음 보면 '생각보다 크네'라는 생각이 든다. 차체는 기존대비 90㎜ 길어진 4644㎜, 실내공간을 좌우하는 휠베이스(앞바퀴와 뒷바퀴 사이의 거리)는 73㎜ 늘어난 2651㎜에 달한다.
운전석 및 조수석의 헤드룸도 1104㎜로 이전보다 커져 중형차 못지 않은 넉넉한 느낌이다. 동급 최대를 자랑하는 트렁크 공간은 무려 510ℓ에 달한다. 쏘나타(464ℓ)나 K5(436ℓ)보다 넓다.
넓고 커진 공간 만큼 주행성능도 확연히 업그레이드 돼 있다.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어보니 폭스바겐 특유의 엔진 소리가 질주 본능을 자극했다.
가속페달에 발을 올려보니 무게감 있게 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도심을 지나 고속도로에 접어들어 속도를 올려봤다. 순간적으로 치고나가는 힘이 온몸에 전해질 정도로 막강했다.
변속레버를 S로 놓자 가속감은 더욱 부드러워졌다. 하지만 가속능력은 마치 스포츠카를 타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폭발적이었다. 부밍 사운드 역시 한층 다이내믹 해졌다.
고속주행을 하면서 제타의 또 다른 강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바로 안정감이다. 코너링과 급제동 시에도 여느 중형 세단 못지 않게 차체를 안정적으로 잡아줬다. 민첩한 반응 속도는 운전의 재미를 더했다.
신형 제타는 1.6 TDI 블루모션 모델과 2.0 TDI 모델로 구성돼 있다. 이번에 직접 시승한 모델은 1.6 TDI 블루모션 모델이었다.
이 차에 장착된 1.6 TDI 디젤 엔진은 최고출력은 105마력(4400rpm), 최대토크는 25.5㎏.m(1500∼2500rpm)이다. 제로백(0→100㎞/h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1.7초다.
국내 시장에서 제타가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은 연비 때문이다. 주말 내내 이 차를 끌고 많은 곳을 돌아다녀 봤지만 연료 게이지는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고장을 의심할 정도였다.
신형 제타의 경제성을 직접 체험해 보니 고유가 시대에 기름값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해결책인 동시에 만족스러운 주행성능까지 갖춘 매력덩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차가 정지했을 때 자동으로 엔진이 멈추는 스타트-스탑 시스템은 처음에는 다소 어색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익숙해진다. 신경이 계속 쓰이는 운전자라면 버튼 하나로 이 기능을 끌 수도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실내 인테리어다. 우드트림 등 고급사양을 추구하는 운전자라면 신형 제타의 실내 디자인에 다소 실망할 수도 있다. 시트도 패브릭 소재라 럭셔리한 맛은 전혀 없다.
전동시트 기능도 빠져있으며 매립형 내비게이션도 국내 모델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에어컨은 수동방식이다. 계기판이 없어 온도를 확인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국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고급사양은 대부분 빠졌음에도 신형 제타가 출시 이후 지속적으로 높은 판매고를 올리고 있는 이유는 경쟁력 있는 가격 때문이다.
제타 1.6 TDI 블루모션은 3190만원, 제타 2.0 TDI는 3490만원이다.(부가세 포함) 골프 블루모션과는 같은 가격이며 2.0TDI 기준으론 100만원 비싼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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